빛으로 반도체 회로 찍는 노광… 글로벌 업체 ‘ASML 2나노 장비’ 확보전[Who, What, Why]
ASML ‘하이 NA EUV’ 개발중
2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핵심장비
1대 5000억원… 내년 출하예정
인텔 1호기 등 총 6대 계약 맺어
삼성전자·ASML R&D센터 협약
차세대 반도체 기술 우선권 확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ASML이 1조 원 규모의 공동 연구·개발(R&D)센터를 경기 화성시에 건립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ASML이 생산하는 반도체 노광(Stepper Exposure) 장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업계에선 반도체 제조분야 글로벌 선두 주자인 삼성전자와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ASML이 미래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ASML이 어떤 장비를 갖추고 있길래 이 정도의 평가까지 나오는지 소비자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SML이 반도체 제조 기업과 해외에 R&D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삼성전자와 ASML 엔지니어들은 공동연구소에서 차세대 반도체 개발·양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활용 기술을 연구한다.
◇ASML은 어떤 회사?=ASML은 전체 반도체 제조기술 중 가장 중요한 공정인 노광 분야의 글로벌 선도기업이다. ‘노광 공정’이란 반도체 8대 공정 중 핵심으로, 빛으로 웨이퍼 위에 반도체 회로를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공정을 말한다. 광원의 파장이 줄어들수록 고해상도와 더 미세한 회로 선 구현이 가능해 노광 공정에는 기존 공정 기술인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의 길이가 10분의 1 미만인 EUV 파장이 사용된다. 웨이퍼 위에 빛으로 밑그림을 찍어낸 후 회로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파내는(에칭) 공정 등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면 반도체 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ASML은 세계 반도체 노광장비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의 TSMC, 미국 인텔 등 최고의 반도체 제조사 생산 라인에서 ASML의 장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ASML의 노광 장비는?=ASML이 개발 중인 2나노 노광장비는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 NA·하이 NA) EUV 장비’로, 2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에 필요한 핵심 장비로 분류된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 순방에서 시찰한 장비도 이 장비다. 빛 집광능력을 나타내는 렌즈 개구 수(NA)를 기존 노광장비보다 끌어올려 초미세회로를 그릴 수 있다. 기존 EUV 노광장비(0.33 NA)보다 하이 NA EUV 장비(0.55 NA) 렌즈 크기가 산술적으로 1.67배 크다. ASML은 0.55 NA에서 멈추지 않고 수년 내 0.75 NA까지 구현해내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다. ASML은 하이 NA EUV 장비에 대해 “더 높은 해상도(8㎚)를 제공해 기존 EUV 노광장비보다 1.7배 더 작고 2.9배 더 밀집된 회로를 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렌즈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빛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EUV의 사이즈(빛의 양)도 늘어난다. 기존의 노광장비 구조로는 감당이 안 되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한 개 패턴도 두 번으로 나눠 찍은 뒤 이어 붙이는 형태로 바뀐다. 렌즈의 크기와 빛 양이 커지면서 노광장비 속에 있는 무수한 부품들의 크기도 커져 노광장비의 크기가 상당히 비대해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 NA EUV 장비 1대당 가격은 평균 3억5000만 유로(약 50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개발 중인 장비의 성능이 확인되면 ASML은 계획대로 내년 장비 출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페터르 베닝크 ASML CEO는 “하이 NA EUV 장비가 2024년 처음 도입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연간 20대가량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ASML 협력이 불러올 파장은?=하이 NA EUV 장비 도입은 최근 반도체 업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대만과 한국,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인 2나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 장비가 2나노 이하 공정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 장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ASML은 하이 NA EUV 1호기 주인은 인텔이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인텔은 하이 NA EUV 장비를 활용해 2025년 1.8나노급 18A 반도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ASML과 하이 NA EUV 장비 6대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호기는 벨기에 imec가 가져가게 되는데, 벨기에 루벤에 있는 imec 연구실에 이 장비가 설치돼 다양한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 2명을 인용해 “2나노 부문에서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가 우세한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와 인텔이 격차를 좁힐 기회가 있다는 기대도 있다”며 “차세대 첨단 반도체 부문에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는 기업이 지난해 매출 5000억 달러(660조 원) 규모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TSMC는 이미 2나노 시제품 공정 테스트 결과를 애플과 엔비디아 등 일부 고객에게 보여줬으며, 2025년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2나노 시제품 가격 인하 버전을 제공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삼성전자와 ASML 엔지니어들이 공동 연구소에서 하이 NA EUV 장비 기술을 개발하고 삼성전자가 하이 NA EUV의 기술적 우선권을 확보했다”며 “장기적으로 D램이나 로직 반도체 공정 등에서 하이 NA EUV를 잘 쓸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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