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처럼 가볍다… 조용하게 빛난다[Premium Life]

김호준 기자 2023. 12. 2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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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emium Life - 럭셔리 패딩 ‘에르노’
울·에코닐·캐시미어 패딩 뛰어난 보온성
열 테이핑·초음파 바느질 등 섬세한 디테일
옷걸이 아닌 후크에 진열 독특
‘구스’에 알레르기 있는 소비자 위해 특별 충전재 사용도
전 세계 첫 韓 면세점 매장 오픈
에르노가 올겨울 시즌을 맞아 출시한 ‘홀리데이 컬렉션’을 모델들이 선보이고 있다. 구스 다운, 나일론 소재 등을 사용해 가벼움과 보온성을 모두 갖췄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유명 할리우드 배우 귀네스 팰트로(51)는 올해 초 스키를 타다가 남성과 충돌한 일로 소송을 당해 법원에 출석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단조로운 색상의 로고가 없는 옷을 입고 출석했는데, 이 패션은 2023년 한 해 동안 글로벌 명품 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소위 ‘조용한 럭셔리’ 유행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귀네스 팰트로의 법정 패션과 같이 로고가 없고 수수한 디자인의 이른바 조용한 럭셔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고급 백화점 니만 마커스의 조디 칸 명품 담당 부사장도 뒤이어 “로에베와 생로랑, 미우미우와 같이 눈에 확 띄는 디자인을 추구하던 브랜드들이 고전적인 감성에 기대면서 조용한 럭셔리의 분위기가 확고해졌다”고 해석했다. 조용한 럭셔리가 유행한 이유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의 경제적 불확실성 등 사회적인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명품 컨설턴트인 로버트 버크는 “팬데믹 기간에는 경기 부양책과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젊은 구매자들이 로고가 크게 박힌 명품을 좇았지만, 이제는 그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사람들은 자신들이 돈이 많다는 것을 굳이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에르노’(HERNO)는 명품 업계에서 조용한 럭셔리를 언급할 때 늘 주목받는 브랜드다. 1948년 주세페 마렌지(1924∼2012)가 이탈리아 레사 지역을 흐르는 에르노강에서 이름을 따 설립했다. 초기 남성용 레인코트를 만들던 에르노는 고급스러운 방수 소재가 없었던 당시 탁월한 방수 기능을 가진 고급 제품을 개발해 명성을 얻었다. 이후 뛰어난 디자인과 자체 기술로 완성한 보온성, 섬세한 디테일을 살린 아우터를 선보이며 글로벌 명품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에르노는 ‘잘 만들어진 아우터만 만드는 것은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기에 부족하다’는 철학 아래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개발한 고성능 섬유를 지속해서 도입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 방법과 열을 이용한 테이핑, 초음파를 이용한 바느질 등 혁신적인 봉제 기술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특히 고품질의 다운(down)을 사용한 패딩은 전 세계 명품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에르노 패딩은 옷걸이가 아닌 후크(고리)에 걸어서 진열할 수 있을 정도로 독보적인 가벼움이 특징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에르노 매장 쇼윈도에는 패딩을 후크 걸이 레일에 진열하고 있다. 이는 에르노의 가볍고 따뜻한 의상들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에르노는 다른 명품 브랜드와 달리 자유롭고 새로운 도전에도 적극적이다. 패딩의 경우 충전재는 물론이고 소재도 매년 울, 캐시미어, 고어텍스 원단 등으로 바꿔 보고 새로운 디자인을 연구해 매해 완전히 다른 제품을 내놓으면서 고객 반응을 살핀다. 2010년에는 패션 브랜드 닐 바렛과 함께 트렌치코트를 만든 적도 있고, 프랑스 아티스트 피에르 루이 마샤와는 캡슐 컬렉션도 선보인 바 있다. 에르노의 ‘라미나르 컬렉션’은 지금 에르노를 이끌고 있는 클라우디오 마렌지가 등산에 대한 열정을 담아 직접 만든 스포츠 라인이다. 고어텍스로 유명한 미국 고어사와 협업해 만든 고성능 패션 제품으로, 도심 속에서도 액티브한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친환경 제품인 ‘글로브 컬렉션’은 폐페트병을 리사이클해 만든 재생 섬유를 비롯해 동물 복지와 자연 보호 등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생산한 친환경 울 소재를 사용한다. 지퍼나 라벨, 충전재 등도 재활용 소재를 적극 활용한다. 버려진 어망이나 직물 찌꺼기 등을 재생한 ‘에코닐’ 나일론 소재의 패치 포켓 패딩부터 지속 가능 울 소재의 울 패딩 코트 등을 선보이고 있다. 구스 다운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을 위해 특별 제작한 내장재(인테크)를 쓴 옷도 내놓은 적이 있다. 다운 대체 패딩인 ‘테크니컬 다운’은 신소재를 썼지만 구스 다운과 같은 느낌을 주며, 방수 기능도 뛰어나다.

에르노는 올겨울 시즌에도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올해 트렌드인 광택감 있고 글로시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캐시미어 실크와 같은 최고급 소재를 사용한 제품들을 여럿 출시했다. 국내에서 에르노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고 있다. 에르노는 지난달 전 세계 처음으로 한국에 면세점 매장을 열었다. 에르노는 “한국이 럭셔리 패션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데다가,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한국인의 해외여행이 모두 급증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면세점 매장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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