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골 50만평 '콩밭'이 북미 배터리 소재 '중핵'으로
미국 테네시주 한적한 마을(클락스빌)의 50만평 콩밭이 북미 최대 규모의 배터리 양극재 공장으로 변신한다.
양극재는 배터리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로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의 물질을 배합해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배터리의 출력과 안전성이 좌우된다.
LG화학은 19일(현지시간) 오후 클락스빌에서 양극재 공장 건설에의 '첫 삽'을 뜨면서,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이날 착공식 인사말에서 "클락스빌에 최대 규모의 배터리 소재 공장을 건설함으로써 세계 최고 종합 전지 회사로의 도약에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며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테네시주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테네시주는 170만㎡의 공장 부지와 인센티브 등 수천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LG화학은 1단계로 이곳에 약 2조원을 투자해 연간 6만톤 생산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는다. 오는 2026년부터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본격 양산하는 것이다.
이는 매년 고성능 순수 전기차(EV, 500km 주행 가능) 약 60만대분의 양극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LG화학은 양극재 생산 초기부터 전기차·배터리 고객사와 개발부터 공급망까지 협력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와 양극재 95만톤 장기공급 포괄적 합의를, 지난 10월에는 토요타(Toyota)와 2조 9,000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LG화학은 향후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한편, 고객 수요 증가 추이에 따라 생산 규모를 확대해 오는 2027년에는 배터리 소재 부문 매출을 2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시작은 양극재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신학철 부회장은 이날 착공식에 앞선 기자 간담회에서 "클락스빌 양극재 공장은 단순히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북미의 종합전지소재 핵심 센터로 포지셔닝한다는게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반경 500km 안에 대부분의 배터리 OEM 공장이 있고, 조지아 등에서의 원재료 조달이 용이한데다 향후 북미산 폐배터리 처리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배터리 '밸류 체인'의 중심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허허벌판의 '콩밭'이 북미 종합전지소재의 중핵으로 탈바꿈하는,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벌어지는 것이다.
클락스빌 양극재 공장은 갈수록 문턱이 높아지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 조건도 충족한다.
LG화학과 고려아연의 합작사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KPC)가 울산에서 생산한 전구체를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모로코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에서 광물·전구체를 조달하는 공급망을 구축해 고객사들이 IRA의 전기차 보조금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IRA는 배터리 핵심 광물을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할 경우 전기차 보조금을 주도록 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세부 요건에서는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에서 조달한 핵심 광물을 배터리에 사용한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학철 부회장은 "특히 원재료중 리튬, 니켈이 문제가 되는데 니켈 같은 경우 중국이 아닌 국가에서 재료를 수급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며 "최대 니켈 보유국인 인도네시아 광산쪽에도 진출하는 등 공급망 다원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IRA 보조금 수혜는 물론, 주요 광물의 특정 국가 수입 의존도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LG화학측은 내년 대선 등 미국의 정치 변동과 관련해서도 "현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부회장은 "IRA 입법 정신은 중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배터리 공급망을 초당적으로 막아보자는 것이었고, 지금 여기서 후퇴한다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 정치 변화 상황이 오더라도 근본적으로 크게 바뀌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우리는 IRA 보조금 때문이라기보다는 고객사의 요구와 폐배터리 처리 등 에코 시스템을 고려해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착공식에는 정·관계에서 빌리(Bill Lee) 테네시주 주지사, 스튜어트 맥홀터(Stuart McWhorter) 테네시주 경제개발부 장관, 조현동 주미한국대사, 조 피츠(Joe Pitts) 클락스빌 시장, 웨스 골든(Wes Golden) 몽고메리 카운티 시장 등이 참석했다.
LG화학에서는 신학철 부회장을 비롯해 남철 첨단소재사업본부장, 이향목 양극재사업부장 등이 행사에 함께했다.
빌 리 주지사는 "주 차원의 최대 외국인 투자를 결단해 준 LG화학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조현동 대사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테네시주에서 열린 이번 착공식은 양국 관계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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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스빌(테네시주)=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steel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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