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면이 60억짜리야?"…21만원에 팔았다가 소송 건 佛 노부부

20세기 초 아프리카 가봉에서 만든 은길 나무가면이 지난해 경매에서 60억원에 팔렸다. 이 작품의 가치를 알지 못한 프랑스의 80대 노부부는 중고상에게 21만원에 넘겼다가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소송을 걸었지만 패했다./사진=뉴스1

프랑스의 한 80대 노부부가 고물상에게 헐값에 판 나무 가면이 수십억 원의 가치를 지닌 희귀 유물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사기당했다"며 판매 취소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20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나무 가면의 소유주였던 알랭(88)과 콜레트(81) 부부가 중고상을 상대로 낸 판매 무효화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부부가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봤다.

앞서 알랭·콜레트 부부는 2021년 9월 다락방을 치우다 나무로 만든 가면을 발견했다. 이는 아프리카 식민지 총독을 지낸 할아버지가 1917년쯤 입수해 후손에게 물려준 것이다. 하지만 알랭은 이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쓸모없는 부적이라 여겨 중고 상인 알렉상드르에게 150유로(약 21만원)에 팔아넘겼다.

이후 부부는 지난해 3월 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신문에는 부부가 팔아넘긴 가면을 아프리카 가봉의 팡족이 만든 희귀한 '은길 마스크'(Ngil Mask)이라고 소개하며, 한 경매장에서 420만 유로(약 60억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해당 가면은 파블로 피카소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 거장에게 영감을 준 20세기 초 아프리카 부족의 가면으로, 전 세계에 10개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가 난 알랭 부부는 중고상이 가면의 가치를 알고도 헐값에 사 가는 등 자신들을 속였다며 소송을 걸었다.

중고상은 자신도 가면의 가치를 몰랐다며 최초 경매가인 30만 유로(약 4억290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알랭 부부는 거부했고 소송을 제기했다.

프랑스 법원은 '중고상이 노부부를 속인 것이 아니라 부부가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잘못이 더 크다'며 알랭 부부의 청을 기각했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