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안심소득' 받은 가구 21.8% "근로소득도 증가 경험"

권혁진 기자 2023. 12. 2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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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소득 중간조사 첫 발표…21.8%는 근로소득 증가 경험
오세훈, 빈곤 연구 전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특별대담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본관 중강당에서 열린 동국대학교 학생들과 대화를 통한 시정 운영 특강에서 서울형 안심소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05.25.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국내 첫 소득보장 정책실험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미래형 복지모델 '안심소득' 시범사업이 현행 복지제도에서 지원을 받지 못했던 가구까지 폭넓게 챙기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는 20일부터 양일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첫 날 안심소득 시범사업 1차 중간조사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안심소득은 저소득층 가구(중위소득 85% 이하, 재산 3억2600만원 이하)에 중위소득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로,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하후상박형으로 설계됐다.

이번 중간조사는 안심소득 지급 중 실시하는 반기별 총 5회의 조사 중 첫 번째다.

이날 포럼 첫 세션에서 이정민 서울대 교수가 발표한 1차 중간조사 결과는 지난해 7월 선정된 1단계 시범사업 참여 1523가구(지원가구 484가구, 비교집단 1039가구) 대상 설문과 공적 자료를 기반으로 도출했다.

그 결과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비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높은 탈수급 비율 ▲지원가구의 근로소득 증가 ▲비교가구 대비 지원가구의 식품·의료 서비스·교통비 등 필수 재화 소비 증가 ▲정신건강 및 영양 개선 등이 나타났다.

지원 484가구 중 현행 복지제도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가구 비율은 262가구(54.1%)로, 안심소득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비해 저소득층을 더욱 폭넓게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원가구 중 23가구(4.8%)는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85% 이상(2023년 11월 기준)으로 증가해 더 이상 안심소득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정 당시 소득 기준인 중위소득 50%를 초과한 가구도 56가구(11.7%)다

지원가구의 21.8%인 104가구는 근로소득 증가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 100만원 이상 증가는 49가구, 50만원 이상 증가는 65가구다.

이밖에 식료품, 의료 서비스, 교통비에 대한 지출이 각각 비교집단 대비 12.4%, 30.8%, 18.6% 증가했고 자존감, 우울감,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에 대한 처치 효과는 각각 14.6%, 16.4%, 18.1%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신체 및 정신 건강이 능동적인 노동시장 참여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점을 고려할 때 지원가구의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는 장기적으로 노동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안정된 결과 도출을 위해서는 시범사업을 서울시 전체 또는 전국으로 확대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포럼에 앞서 오 시장은 DDP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특별대담에 참석해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와 '복지 사각 및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새로운 보장제도 모색'이라는 주제로 국내 실정에 맞는 복지제도를 논의했다.

3년 전 역대 최연소이자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뒤플로 교수는 2003년 빈곤퇴치연구소를 공동 설립, 20년간 40여 개 빈곤국을 직접 찾아다니며 200개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빈곤 문제 연구에 헌신한 개발경제학 전공 경제학자다.

특히, 자연과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무작위 대조 실험 방법을 경제학 분야 최초로 연구에 도입, 정책실험을 통해 빈곤층 지원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데 기여했다.

뒤플로 교수는 특별대담에서 "많은 경제학자는 일부의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과장된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안심소득이 무작위 대조 실험으로 시행되는 점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는 달리 정해진 소득 기준을 넘어도 자격이 유지되며 소득이 적을수록 많이 지원받는 하후상박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실업, 폐업 등 갑작스럽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스스로 가난하다고 증빙하지 않고 자동으로 안심소득을 지급하기 때문에 현행 복지제도와는 달리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첫 날 포럼의 기조 강연은 '안심소득 제도의 근거와 증거'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뒤플로 교수는 빈곤국의 경우 보편적 기본소득이 적합하다고 주장하면서도, 한국과 같이 지원 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행정 역량을 갖춘 국가는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중들을 향해 '안심소득이 사람들을 게으르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인도네시아 등의 사례를 들어 효과가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중간조사 발표 후 두 번째 순서로 '해외 소득보장 정책실험 사례 공유'를 주제로 미국 시카고시 가족지원서비스부 마크 샌더스 부국장이 발표자로 나서 시카고시의 실험 사례를 설명했다. 스탠포드대 기본소득연구소 소장인 션 클라인은 '조건 없이 현금을 지원하는 현대 실험'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21일 포럼 특별세션에서는 소득보장 정책실험에 관심 있는 도시·연구기관이 한데 뭉쳐 '세계 소득보장 네트워크(Global Income Security Network, GISN)' 업무 협약을 체결한다. 서울시(복지정책실), 미국 로스앤젤레스시(가족을 위한 지역사회 투자부), 시카고시(가족지원서비스부), 스탠포드대 기본소득연구소, 펜실베니아대 보장소득연구센터 등 5개 기관이 참가한다.

캐나다 경제학자 크레이그 리델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명예교수의 발표를 시작으로 '소득 격차 및 빈곤 완화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다.

오 시장은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복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절실함 하나로 많은 반대와 우려 속에 시범사업을 시작했다"며 "더 많은 시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새로운 복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 캐나다, 핀란드 등 세계 각국의 경제·복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포럼이 빈곤과 소득 격차가 완화된 미래사회를 디자인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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