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가 이끌고 AI·로봇 ‘미래먹거리’가 거들었다…‘주가조작’ 생채기도 뚜렷 [2023 증시결산①-국내주식]
강력한 개인 수급이 2차전지 투자붐 이끌어…개인 순매수 상위종목 1~8위 2차전지株 싹쓸이
AI·로봇 등 미래먹거리 테마에 돈 돈 몰려…초전도체·양자암호·총선 ‘테마주’도 강세
하락률 상위 종목엔 세 차례 ‘주가 조작’ 흉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727.20% 대(對) -91.05%.
올 한 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과 떨어진 종목의 등락률 격차다. 같은 시간 한 종목의 8.3배 오를 동안 10분의 1 수준으로 주가가 쪼그라든 종목도 있었던 것이다.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초강력 매수세를 바탕으로 한 ‘2차전지 투자붐’과 ‘인공지능(AI)·로봇·초전도체·총선 테마주 열풍’ 등은 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 중 상승률 상위 종목들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였고, ‘주가 조작’으로 인해 수 차례 빚어진 하한가 사태는 하락률 수위권 종목들이 왜 이런 위치를 차지하게 됐는 지를 설명해주는 요소였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각각의 등락률 상위 10개 종목들에는 2023년 국내 증시를 휩쓸고 지나간 굵직한 사건들의 잔상이 짙게 남아있는 셈이다.
20일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통해 올해(1월 2일~12월 19일 종가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전종목의 등락률을 분석했다.
이 결과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상승률 1위 종목 자리는 2차전지 관련주로 꼽히는 포스코DX(727.20%)가 차지했다. 전체 3위 역시도 611.65%의 상승률을 기록한 에코프로가 꿰찼다. 코스피 상장 종목으로 한정했을 때도 2·6·10위에 TCC스틸(526.74%), 금양(384.94%), 코스모신소재(199.98%)가 등극하며 2차전지주 강세 현상을 증명했다.
2차전지주 강세 현상은 ‘제2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지난 3~7월 2차전지주 급등장세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 이 당시 벌어졌던 개인 투자자 중심의 수급은 주가가 급등한 2차전지주에 대한 공매도 베팅에 나선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숏스퀴즈(공매도한 주식이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 손실을 줄이기 위해 그 주식을 재매입하는 것)’를 이끌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때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주식)’에 등극했던 에코프로로, 연초와 비교했을 때 종가 기준 최고가(129만3000원, 7월 25일)까지 주가 상승률이 1155.34%까지 치솟기도 했다. 불과 7개월 사이에 주가가 12.6배나 뛰어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코스닥 시장 내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더라도 2차전지주에 대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포스코홀딩스(11조3663억원)를 시작으로 LG화학(1조9290억원), 포스코퓨처엠(1조2251억원), SK이노베이션(1조1765억원), 에코프로비엠(9640억원), 삼성SDI(8864억원), 엘앤에프(7505억원), LG에너지솔루션(6645억원)까지 1~8위를 2차전지주가 싹쓸이하면서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주요 2차전지주는 올 들어 실적 등에 근거한 밸류에이션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하면서 코스피·코스닥 시장 전반의 급등락을 불러오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말과 내년 연초 배터리 업종의 주가 랠리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내년 1분기 실적발표 기간이 지나고 전기차(EV) 판매량 전망치와 정책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주가 반등의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내년 2차전지 전망은 ‘상저하고(上低下高)’”라고 짚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상장 종목 중 올해 주가 상승률 상위 종목 중에는 ‘미래먹거리’와 관련된 종목도 다수 포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섹터는 AI다. 우선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상승률 2위 자리를 의료 AI 업체 제이엘케이(642.86%)가 차지했다.
코스닥 시장 만으로 범위를 좁혔을 때도 4위 뷰노(542.63%), 5위 루닛(504.02%) 등 의료 AI 업체들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국내 1위 AI 기반 공급망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엠로(456.65%)도 6위였다.
코스피 시장에선 글로벌 1위 AI 반도체 제조사 엔비디아 관련주가 강세였다. 바로 3위 이수페타시스(464.83%), 4위 한미반도체(412.17%)가 그 주인공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챗봇 ‘챗(Chat)GPT’ 열풍으로 시작된 AI붐으로 AI용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관련주에 대한 투심이 올해 내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루닛의 암 진단 관련 영상 보조 솔루션 ‘인사이트’는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건강보험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며, 뷰노의 AI 기반 심정지 예측 솔루션 ‘딥카스’는 연말까지 누적 65개 병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등 (의료 AI 기업의) 외형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짚었다.
로봇주의 질주 역시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코스닥 로봇 ‘대장주’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상승률 410.01%로 코스닥 시장 상승률 9위를 차지했다.
아직 뚜렷한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향후 기술 개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가파르게 뛰어오른 종목들도 코스닥 시장에서 다수 발견됐다. 바로 ‘상온 초전도체’ 관련주인 씨씨에스(428.05%, 8위)와 신성델타테크(384.62%, 10위)와 ‘양자암호’ 관련주인 텔레필드(441.94%, 7위) 등이다.
이 밖에도 코스피 시장에선 상승률 1위 대상홀딩스우(550.33%)를 비롯해 5위 태양금속우(391.61%), 7위 덕성우(262.31%) 등은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 관련 테마주로 묶여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각각에서 하락률 상위 10개 종목에 든 종목들 속에는 ‘주가 조작’ 등에 의해 3차례 발생했던 ‘하한가 사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코스피 하락률 1위 대성홀딩스(-91.05%), 2위 서울가스(-85.95%), 5위 삼천리(-75.73%)와 코스닥 하락률 3위 선광(-86.47%)은 지난 4월 발생한 ‘제1차 하한가 사태’에 따른 결과물이었다. 해당 종목의 공통점은 매도 창구가 외국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이라는 점이다. 사건의 배후에는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가 있었다. 라 전 대표 일당은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해 주가를 조종하고 있었으나, 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일당 중 일부가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대규모 하한가 사태가 시작됐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6월 또 다시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한 ‘제2차 사태’의 흔적은 코스닥 하락률 3위 대한방직(-84.38%), 6위 동일산업(-74.69%) 등에 남았다. 해당 종목들이 바른투자연구소에서 꾸준히 추천 종목으로 거론돼 왔다는 게 드러나면서 바른투자연구소 강기혁 소장과 카페 회원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0월에 영풍제지가 하한가로 직행할 때 코스피 하락률 8위 대양금속(-64.72%) 역시도 갑작스런 하한가를 맞이했다. 검찰은 이 사건 역시 주가조작에 무게를 두고, 시세 조종에 가담한 일당을 체포해 재판에 넘겼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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