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개는 왜 똥을 먹을까?
먼저 개는 배설물을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개가 똥을 먹는 이유는 본능에 기인한 것이다. 이들에게는 정상적인 행동으로, '배설물은 더럽다’는 사람들의 관념 때문에 식분에 '증’이라는 접사를 붙이며 마치 병처럼 여기고 있다.
어린 강아지를 키우는 모견의 경우 자견의 배설물을 먹어서 없앤다. 더러워서 치우는 것이 아닌, 배설물 냄새로 인해 자신의 은신처가 노출되지 않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다. 또한 완전 채식, 완전 육식을 하는 말이나 고양이 등의 배설물은 이미 소화된 것으로 효율이 좋지는 않다. 다만 이 배설물은 야생의 개에게 충분한 영양소를 제공할 수 있다. 배설물에는 유해한 박테리아 혹은 세균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과거 야생에서 생활하던 개는 당장의 굶주림이나 생존과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몸에 해가 되는 것들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현재 반려견들은 충분하게 영양을 섭취하고, 안전한 은신처에서 생활하며, 새끼를 낳더라도 은신처를 깨끗이 치워주고 양육을 도와줄 보호자가 있기에 더 이상 배설물을 먹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 집 반려견은 왜 배설물을 먹을까?
01 놀이로 생각하는 경우
호기심이 왕성한 어린 시절 강아지는 입으로 배설물을 물어도 보고 냄새도 맡으며 탐색하는 경우가 많다. 본능이기 때문이다. 이때 보호자가 빠르게 달려가 "안 돼!" "지지야!" 하고 소리치고 말리는 경우가 있다. 어린 강아지는 이처럼 보호자가 큰 소리를 내고 달려오는 것을 신나게 놀자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이런 생활을 지속 반복하면 보호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은연중에 '배설물에 관심을 가지면 놀 수 있다’라고 가르친 것과 다름없다. 이는 곧 성견이 돼서도 배설물을 먹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02 배변실수로 인해 혼난 경험
03 몸이 아팠을 때
자견 혹은 성견이 원래 배설물을 전혀 먹지 않았는데 갑자기 체중감소, 혼수상태, 구토 또는 설사 등과 함께 배설물을 먹어 치운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기생충 또는 영양결핍, 위장 질환, 감염 등의 의학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04 불안감
일반적으로 불안정한 생활, 분리불안, 선천적으로 타고난 불안감, 크레이트(출입문을 제외하고 사방이 막혀 있는 반려견의 집) 혹은 싫은 장소에 억지로 들어가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불안, 공포, 좌절 등의 감정은 반려견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사람은 맥락을 알고 행동할 수 있기에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지만 강아지는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며, 불안정성에 대처할 수 없다. 따라서 생각보다 많은 면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이를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여기게 된다. 그로 인해 은신처가 노출되지 않도록 배설물을 먹어서 치우던 '본능’이 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05 배고픔
배가 고파서 배설물을 먹을 수도 있다. 센터를 찾아오는 일부 보호자 중에는 펫 숍에서 분양받을 때 2~3스푼 정도의 사료를 줘도 된다는 말을 믿고 3~4kg 나가는 반려견에게 계속 그 정도의 사료를 먹이고 있었다. 필자가 반려견에 대해 공부한 뒤 입양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창 성장해야 할 어린 강아지에게 새 모이만큼 밥을 주었으니 당연히 다른 곳에서 영양소를 채워야 했을 것이다. 자신의 배설물 혹은 산책 시 외부에서 무언가를 섭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필요한 영양소를 자신 혹은 다른 동물의 배설물에서 찾는 것은 '본능’이기 때문이다.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라도 사료를 잘 주면 배설물을 먹는 행동이 바로 없어지느냐인데, 당장 개선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생활해왔던 패턴이 있기 때문에 아주 오랫동안 이 문제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배설물 섭취 시 현명한 대처법
첫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식분증’에 시달리는 가정 대부분은 또 다른 문제점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행동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그것에만 매달려 고치려 하지 말고 보호자와 반려견의 생활 패턴, 반려견 삶의 질, 교육, 성격 등을 모두 정밀하게 파악한 뒤 개선해야 한다. 제시하는 해결책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식분증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반려견 배설물 섭취를 제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 집에 왔을 때부터 잘하는 것이다. 입양 후 집에서 배설했을 경우 반려견이 그것에 관심을 가지기 전 주위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얼른 치운다. 마침 배변 교육을 하고 있을 테니 패드에 배설했을 때 칭찬과 격려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배설물을 먹어 치우거나 놀이 대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배설한 뒤에도 그 관심이 보호자에게 집중될 것이다.
성견의 식분증을 하루 이틀 만에 조치하는 것은 어렵다. 일단 원인을 정확히 모르면 교육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질병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으니 수의사를 꼭 만나보길 추천한다. 의학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분리불안 혹은 배변 실수로 혼난 경험, 놀이로 생각하는지 등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절대 혼내거나 처벌해서는 안 된다. 도움이 되는 해결 방법으로, 반려견의 주의를 배설물에서 다른 무언가로 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실내 교육의 경우, 배변했을 때는 좋아하는 간식이나 장난감을 던져주고 즉시 배변을 치운다. 배변 후에는 보호자가 바로 좋아하는 것을 준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배설물에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교육하는 식이다. 실외 교육 시 컨트롤이 힘들 정도로 다른 동물이나 자신의 배설물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보호자의 산책 도구와 방법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2m 이내 리드줄을 사용하게 되어 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보호자가 컨트롤하기 전에 반려견이 배설물에 달려들더라도 바로 못 먹게 할 수 있다. 너무 긴 리드줄보다는 짧은 리드줄을 활용해보길 권한다. 산책 시 흥분도가 무척 높고 줄 당김이 너무 심해 컨트롤하기 힘들다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입마개나 젠틀리더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성견이 배설물을 먹는다면 앞에서 언급했듯 오직 식분증만으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평소 생활 패턴 및 삶의 질, 교육 여부 등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춰 교육을 진행해줄 전문가를 만나보기 바란다.
반려견은 AI나 컴퓨터가 아니다
반려견도 지능과 감정이 있는 생명체다. 이미 생겨버린 식분증 혹은 다른 문제들을 한순간에 없앨 순 없다. 꾸준히 노력한다면 점진적으로 좋아질 것이다. 답답하다고 본능적인 행동을 통제하거나 혼내면 다시 초기화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컴퓨터나 기계를 수리하듯 즉시 해결하는 방법을 적용하거나 조치하면 분명 다른 곳에서 또 문제가 터질 것이다. 모든 생물에는 스트레스 한계치가 존재한다. 그 수치를 넘으면 이상행동을 하게 돼 있다.
만약 반려견의 행동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면 반대 입장이 되어보면 좋겠다. 상담하는 동안 반려견의 입장에서 충분히 설명하면 거의 모든 보호자가 수긍하고 자신의 반려견에게 미안함을 표한다.
좋은 보호자가 되고 싶거나 아무런 문제도 없이 반려견을 키우며 즐겁게 살고 싶다면 반려견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현) 세종시 팀플독 반려견센터 운영
미국 그리샤 스튜어트 인증 트레이너 (CBATI-KA)
IDFA 독 피트니스 코치
미국켄넬클럽 (AKC) Canine Good Citizen Evaluator
FearFree Animal Trainer Certified Professional
Karen Pryor Academy Puppy Start Right For Instru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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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서상원 반려견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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