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통해 세상에 마음을 여는 아이" 청소년 화가 김용원군
"지난해부터 공모전 입상해 작품 전시 이어져…국내·미국·러시아 등"
"주로 동물 그림 그려…다양한 표정 동물 그림이 인상적 평가"
"자폐로 감정 표현 낯설어 하는 아들위해 세상과 소통 도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들에게 공간과 재료 맘껏 제공"
"오는 21~26일 제주 감저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열어"
"아프리카에서 달리는 치타와 동물들 직접 보는 게 꿈"
■ 방송일시 : 2023년 12월 15일(금)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청소년 미술작가 김용원 군, 어머니 전혜은씨
◇박혜진>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 장애공감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장애인분들, 열정 인생을 살아가는 분들 만나보는 시간인데요. 오늘은 발달장애 청소년 미술작가인 김용원 군과 김용원 군의 어머니 전혜은씨를 스튜디오에서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용원, 전혜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박혜진> 먼저 김용원 군은 올해 몇 살인가요?
◆김용원> 네. 지금 중학교 2학년 15살입니다.
◇박혜진> 김용원 군의 작품이 최근 미국과 러시아, 국내 다양한 곳에서 작품이 전시가 되고 있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김용원> 제 그림을 많은 사람이 보고 좋아해 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박혜진> 어머니도 굉장히 좋으시죠?
◆전혜은> 네. 용원이가 작년부터 전시 요청이나 공모전에서 상도 받고 하면서 굉장히 바쁘지만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그림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박혜진> 김용원 군의 그림을 보면 동물을 특별하게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인데 언제부터 동물을 그리기 시작했나요?
◆전혜은> 용원이가 2살 되던 시점부터 다른 아이들하고는 상당히 달랐어요. 일단 주변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자폐아의 특성상 사람들을 투명인간처럼 대했거든요. 그런데 동물원에만 가면 눈이 반짝반짝해지면서 동물을 오랫동안 관찰하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그때는 서울에 살 때라 매 주말마다 동물원에 가면 용원이가 좋아하는 코끼리를 3시간이고 4시간이고 앉아서 보고 오곤 했었어요.
그러다가 5살쯤 용원이가 갑자기 코끼리를 그렸는데 그땐 참 잘 그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표정이 살아있고 특징이 있는 그런 코끼리였어요. 용원이는 동물의 얼굴을 종이에 꽉 차게 그리고 몸이나 다리는 작게 그리는 편인데 동물 얼굴이 자기에게 인상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후부터는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막 그리기도 하고 밥 먹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그리기도 하고 자기가 본능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다 표현했던 것 같아요.
◇박혜진> 용원 군이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지도 궁금해요.
◆김용원> 동물들은 멋있어요. 달리는 것도 멋있고, 가족을 지켜주는 것도 멋있어요.
◆전혜은> 용원이가 동물 나오는 다큐멘터리 같은 것도 많이 보거든요. 다큐멘터리를 보면 동물들이 생존을 위해 달리잖아요. 특히 바깥에 사는 동물들은 새끼도 지켜야 하고 힘들게 사는 모습들을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박혜진> 어릴 때는 코끼리가 좋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어떤 동물을 좋아하나요?
◆김용원> 코끼리, 악어, 사자, 얼룩말 등 동물은 다 좋아해요.
◆전혜은> 사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인데 어린 시절에는 코끼리만 수천 장을 그렸거든요. 그래서 '너는 전생에 코끼리였니'라고 우스갯소리를 했거든요. 근데 요즘은 악어나 치타 같은 굉장히 역동적이고 강렬한 인상의 동물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박혜진> 동물을 통해서 용원 군이 하고 싶은 거나 본인의 감정을 대입시키는 그림도 그렸을 것 같아요.
◆전혜은> 그런 편이에요. 최근에는 용을 그려놓고서는 엄마 드래곤이야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용원아 엄마는 꽃을 좋아하니까 드래곤 엄마한테도 꽃 좀 그려줘"그랬더니 드래곤에다 꽃 한 송이 그린 그림이 있거든요. 그림이 너무 귀엽고 재밌어서 사실은 종이도 달력 종이 뜯어서 그린 거예요. 이거를 어디 낼 생각도 못했는데 마침 서울 곽재선 문화재단에서 아트공모전 주제가 용 그림이었는데 저는 이 그림이 너무 좋으니까 그래도 한번 내보자 했는데 이번에 입선을 했어요.
심사위원들이 그 그림을 너무 좋아했다고 눈에 확 띄는 그림이었다고 얘기를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 아이 그림을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는구나 느낄 때 굉장히 큰 감동이 있거든요.
◇박혜진> 그림 작업을 보통 언제 하나요?
◆전혜은> 어린 시절에는 정말 밤낮 안 가리고 그렸거든요. 근데 지금은 중학생이라서 학교에서 늦게 오니까 저녁 먹고 씻고 나면 그때부터 자기가 작업을 시작해요. 근데 그것도 항상 하는 건 아니고 자기가 느낌이 올 때가 있나 봐요. 그때 착착착 준비해서 순식간에 몇십 장을 그리기도 하고 보통 밤에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박혜진> 용원군의 그림이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전시가 되고 곧 러시아에서 전시가 될 것이라구요?
◆전혜은> 네. 러시아는 1월에 전시를 할 예정이고요. 미국과 서울에서 전시를 했습니다. 열린 행성 프로젝트라고 시스플래닛에서 주관을 했는데 15명의 발달장애작가가 참여를 했어요. 제주도에서는 용원이가 유일하게 참여를 했고요. 지난달 성수동에서 전시를 했는데 용원이가 그런 쟁쟁한 작가님들 사이에 들어가서 전시를 했다는 게 너무나 영광스러운 일이고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박혜진> 조만간 제주에서도 전시를 준비를 하고 있다구요?
◆전혜은> 네. 내일(21일)부터 26일까지 서귀포 대정읍에 위치한 감저갤러리에서 용원이가 처음으로 개인전을 합니다. 약 30점 정도 전시될 것 같아요. 사실 작품 수로는 엄청 많은데 그 중에서 선별해서 보여드리려고 지금 준비하고 있어요.
◇박혜진> 용원 군이 미술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향해서 작품들이 전해지고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근데 발달장애와 자폐를 갖고 있다 보니까 어머니로서 오랜 시간 힘든 시간도 보내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전혜은> 그림을 잘 그리고 칭찬을 받는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인데 사실은 자폐가 없는 평범한 중학생이면 얼마나 좋을까. 재능이 없어도 좋으니까 그런 생각들을 할 때가 가끔 있죠. 아무래도 생활 전반에 걸쳐 가족과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또 계속 배우고 있지만 커서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야 될 테니까요.
자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살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꾸준히 그 문을 두드리고 아이를 세상에 적응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끔은 제가 아이 세계에 들어가려고 노력도 하고요. 그래서 조금씩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는 아이를 보면서 저도 행복감을 느끼고 먼 훗날 부모 없이도 아이가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그런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박혜진> 많은 분들이 용원 군의 그림 속에서 행복해하고 사랑받고 있는 용원 군이 느껴진다고 하는데 어머니께서 아들을 늘 따뜻하게 격려하고 지지해 주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어떠셨습니까?
◆전혜은> 아무래도 자기가 말을 못하고 표현력이 약하니까 더 면밀하게 관찰하고 세심하게 챙겨주는 것이 필요했어요. 아이가 표현력을 기르도록 냅둬야 하는 것도 맞지만 또 아이가 한계를 느껴서 답답해하고 세상과 전혀 소통을 안 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니까요.
그래서 저는 질문과 대답을 같이 하면서 아이를 많이 도와줬었고요. 그림 그리는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미술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아이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리도록 저는 재료만 공급해줬어요. 아이가 하고 싶은 부분을 많이 할 수 있게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박혜진> 김용원 군이 갖고 있는 꿈은 무엇일까요?
◆김용원> 아프리카에 가서 치타가 달리는 걸 보고 싶어요.
◆전혜은> 요즘 치타에 꽂혀 있어서 치타가 달리는 영상을 자주 찾아봐요. 그래서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고 얘기하더라구요. 그래서 용원이의 꿈이자 제 꿈이 된 것 같아요. 언젠가 아프리카에 가서 치타가 달리는 것도 보고싶고, 다른 동물들 사냥하는 것도 보고 싶습니다.
◇박혜진> 장애를 갖고 있는 자녀를 키우시는 부모님들에게 한 말씀해 주셔서 좋겠어요.
◆전혜은> 저는 아이를 작가를 만들기 위해서 미술을 시작한 건 아니었거든요. 아이가 그림 그리는 걸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저는 부모님들에게 아이가 미술이나 음악 아니어도 좋아하는 게 분명히 있을 거다. 그걸 찾을 수 있게 엄마는 도와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를 체험시켜보고 그중에서 아이가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거를 찾아서 그쪽으로 지지해 주면 된다 이렇게 얘기를 하거든요.
사실 용원이에게도 비장애 동생이 한 명 있어요. 초등학생인데 저는 아직도 걔가 뭘 좋아하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아직도 찾아가는 중이거든요. 장애냐 비장애냐 이런 부분 문제가 아니고 아이가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아이가 못하는 일들을 보지 마시고 단 한 가지라도 잘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걸 찾아주시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박혜진> 장애 공감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오늘은 발달장애를 갖고 있지만 청소년 미술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용원 군과 어머니 전혜은씨 함께 만나봤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원, 전혜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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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박혜진 아나운서 zzzin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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