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동방신기, 'K팝의 DNA'를 이루는 그룹

이재훈 기자 2023. 12. 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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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1.5세대 대표주자…한류 초석을 다진 팀
네 글자 활동명 등 K팝 세계관 기초 다져
韓 가수 유일 日 7만석 닛산 스타디움 공연
[서울=뉴시스] 동방신기.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3.12.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오는 26일 데뷔 20주년을 맞는 '동방신기'(TVXQ)는 1.5세대 K팝 그룹의 대표주자로서 명실상부 한류의 초석을 다진 팀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 2003년 12월26일 SBS TV 송년특집 '보아 & 브리트니 스페셜'에서 처음 얼굴을 알렸다. 이듬해 1월14일 데뷔 싱글 '허그'를 발표했다. 이후 '풍선' '라이징 선(Rising Sun)'(순수) '오정반합(O-正.反.合.)' '더 웨이 유 아(The Way U Are)', '주문-미로틱(MIROTIC)', '왜(Keep Your Head Down)' 등의 히트곡들로 한국과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한류 열풍의 기반을 닦았다.

예명·본명을 결합한 네 글자의 활동명 등 현 K팝 세계관의 틈을 연 시도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를 기점으로 처음부터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를 겨냥한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팀명엔 '동방의 신이 일어나다'라는 뜻을 담았다.

특히 '80만 대군'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팬덤 '카시오페아'는 역대 최강 팬덤 중 하나로 통한다. 다른 팬덤과 확연히 구분되는 '펄 레드(pearl red)'라는 응원색도 이 집단의 정체성을 차별화시켰다.

기존 5인 그룹에서 2011년 정규 5집 '킵 유어 헤드 다운(Keep Your Head Down)'부터 유노윤호·최강창민 2인으로 재편된 뒤에도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일본에서 인기는 여전하다. 7만석 규모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유일하게 공연한 K팝 가수다. 2013년 이틀 연속 공연한 데 이어 2018년 당시 이 스타디움 개장 이래 처음으로 3일 연속 공연하는 신기록을 썼다. 또 최근 일본에서 해외 아티스트 사상 도쿄돔 및 전국 돔 최다 공연을 기록했다.

[서울=뉴시스] 동방신기.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3.12.20. photo@newsis.com

2005년 4월 일본에서 데뷔한 동방신기는 현지 풀뿌리부터 인기를 쌓았다. 일본어를 익히고 언더그라운드 공연을 통해 현지 팬들과 가깝게 소통하며 입소문을 냈다. 한국과는 다른 현지 맞춤형 구성으로 일본 음반을 발매하면서 충성도 높은 팬을 다수 보유했다.

특히 이 팀의 20주년 성과 중 가장 큰 지점은 팀의 확연한 변곡점 중 하나인 멤버수 변화에도 팀을 지켜온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역량과 유노윤호·최강창민 두 멤버의 내공에 있다.

건국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커뮤니케이션학과 커뮤니케이션학전공 원적 씨가 쓴 논문 'K-팝 가수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기호학적 연구'(-2인조 동방신기를 중심으로-)(2016)에 따르면 2인조 동방신기는 5인조 시절에 사용하던 그룹명, 멤버 예명 그리고 응원 색 등 효과적인 전략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다만 2인조 동방신기에 대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추가했다. 팬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2인조로 재편된 뒤 추가된 슬로건은 "동방신기와 팬들은 하나다"라는 뜻이다. "과거보다 더 친밀한 2인조 동방신기는 부분이 아니라 새로운 전체이다. 2인조 동방신기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라는 공시 의미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효과적이었다고 해당 논문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변화가 많은 아이돌 엔터업계에서 멤버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동방신기가 오랜 기간 정상급 인기를 누려왔다는 얘기다.

동방신기의 역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5년 만이자 데뷔 20주년 당일인 26일 정규 9집 '20&2'를 발매한다. 20주년 기념 전시와 함께 오는 30~31일엔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서울=뉴시스] 동방신기.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3.1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음은 다섯 대중음악 전문가들이 분석한 ①동방신기 20주년 의미 ②동방신기의 대표곡들이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

①2000년대 초중반 한국대중음악 시장에서 아이돌 그룹으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린 동방신기는 동북아시아 지역을 중심 타깃으로 기획돼 국내의 인기를 해외로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보유했던 거대 팬덤은 여전한 티켓 파워를 보여주고 있으며, 2013년 역사적인 닛산 스타디움 공연 등 일본 시장에서의 대성공은 독보적이다. 동시에 동방신기는 멤버 3인의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겪으며 연예 기획사의 활동 방해 사례를 대중에 알린 팀이기도 하다. 2015년 국회 통과된 'JYJ법'으로 방송사가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함부로 제제할 수 없게 됐다.

②허그, 라이징 선, 왜(Keep Your Head Down)

김성환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

[서울=뉴시스] 동방신기.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3.1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①동방신기는 보아와 함께 2000년대에 1.5세대 K-팝의 일본 진출의 가장 큰 성공사례로서 기억할 필요가 있다. 보아처럼 이들도 '완전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일본 활동을 펼쳤고, 처음에는 이들이 한국 팀인줄도 모르고 일본 음악팬들이 이들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현지 팬들과의 확실한 친밀감을 확보하면서 결국 당대 보이밴드 신(scene)을 장악했던 쟈니스(현 스마일 업)의 팀들(아라시 등)에 뒤지지 않는 확고한 인기를 얻어냈다. 결국 이들의 성공사례 이후 다른 K-팝 보이밴드들이 일본 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했고, 2세대 이후 모든 K-팝 그룹들도 한-일 활동의 스타일을 차별화하여 한국에서의 대표 히트곡의 일본어 버전 및 일본시장 전용 싱글-앨범을 내는 하나의 활동 포맷이 정착됐다고 생각한다.

②▲허그: 아이돌 보이밴드가 데뷔곡을 댄스 팝이 아닌 보컬 하모니 중심의 미디움 팝으로 내놓은 사례는 이전과 이후 모두 흔하지 않다. SM 연습생 그룹 5팀의 최고 멤버를 모았다는 결성 배경 이야기를 수긍할 만큼 멤버들의 가창력이 모두 준수함을 단번에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주문-미로틱: 그룹의 전체 커리어를 통틀어 한국에서는 최고의 히트곡이자, 멤버들의 가창과 퍼포먼스 등 모든 면에서 5인 시대의 정점을 보여준 작품. 곡 제작 면에서는 일찍이 S.E.S.때부터 유럽 작곡가들의 곡을 수입해 한국적으로 변용했던 SM의 전략이 효율적임을 재확인시켜준 곡이다. ▲왜(Keep Your Head Down): 멤버 3인의 계약분쟁과 탈퇴로 2인조로 축소된 동방신기의 미래에 많은 관계자들이 불안감을 표했지만, 유노윤호, 최강창민 2인 체제에서도 충분히 하나의 팀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던 곡. 보컬의 수가 줄어든 한계에도 적절한 퍼포먼스로 이를 잘 커버했다.

이진수 프리랜서 에디터(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①동방신기는 케이팝 이전의 '한류', 그러니까 배용준이 '욘사마'로 한류열풍을 만들었던, 디지털과 유튜브로 모든 것이 대통합 될 수 있었던 시대 이전의 '한류'와 'K팝'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몇 안되는 존재 중 하나다. 뮤지션과 팬클럽이 경험한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카시오페아는 레코드숍 줄서기부터 옙(mp3 player) 그리고 '도쿄 돔 입성'의 의미와 '노예계약'까지. 수많은 변천사를 겪으며 '오빠들'과 함께 자랐다. 그들은 이제 분야를 막론하고 수많은 곳에서 활약 중인 제작자, 평론가, 아이돌이 되었다. 동방신기는 K팝의 DNA를 이루는 그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②라이징 선, 트라이앵글, 오정반합 : SMP의 상징적인 곡들일 뿐만 아니라 동방신기이기에 가능했던 콘셉트와 노래들이었다.
[서울=뉴시스] 동방신기.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3.1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①가요계에 다시 한 번 아이돌 열풍을 몰고 온 주역. 현재까지 이어지는 K팝 아이돌 흐름의 출발점에 사실상 이들이 있다. 일본 시장의 정상에 선 보아 이후 동방신기까지 일본에서 완벽히 자리 잡으면서 한국 음악과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확산됐다. 특히 쟈니스 사무소 소속이 아니면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일본의 보이 그룹 시장을 개척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또한 2인조로 개편한 뒤에 더 큰 폭발력을 발휘하며 지금까지 거대한 팬덤을 유지하고 있어 많은 그룹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②▲라이징 선 : 유영진이 주도한 동방신기 사운드의 정점. 멜로디의 흡수력, 아티스트의 표현력, 특유의 하모니가 최상의 결과물로 이어졌다. ▲주문 - 미로틱 : 이전까지 동방신기의 곡이 다소 가요적이었다면, '주문 - 미로틱'은 가장 팝적이고 세련된 동방신기의 곡이었다. 팀의 색깔은 유지하면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진화했던 수작. ▲왜 : 2인조의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말끔히 지운 노래.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서사를 부여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①아이돌 그룹이 아티스트로서 장수할 수 있는 루트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20주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보아와 함께 일본 내 한류 초기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후대 K-팝 그룹의 진출 장벽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②▲주문 : 5인 시절의 하이라이트. 아이돌 그룹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은 인정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대표곡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노래. ▲도오시테 기미오 스키니 나테시마타다로오(どうして君をすきになってしまったんだろう·어째서 너를 좋아하게 돼 버린 것일까) : 보컬 하모니가 돋보이는, 일본 활동에 있어 빼놓아서는 안되는 트랙. 오리콘 차트 1위는 '퍼플 레인(Purple rain)'이 처음이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그 존재감을 알린 노래는 이 곡이었다. ▲왜 : 이 곡을 통해 장기적인 활동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인 동방신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강렬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새로운 동방신기의 시작을 알린 노래.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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