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 "예수가 태어난 12월 25일은 로마 신화 속 불굴의 태양신 솔의 생일" (철파엠)

20일(수) 방송된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에서는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가 '그리스 로마 신화 도장 깨기'라는 테마로 아기 예수와 생일이 같은 로마 신화 속 불굴의 태양신 솔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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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DJ 김영철이 "성탄절이 다가온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성탄절과 관련된 신화가 있냐?"라고 묻자 김헌이 "있다. 성탄절은 기독교 최대 명절이지 않냐. 그리스 로마 신화는 기독교 입장에서 보면 이교 잡신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으니까 서로 달라질 수 있지만 서양문명사를 들여다보면 기독교와 그리스 로마 신화는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성탄절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헌은 "오늘의 이야기는 성탄절과 관련된 로마의 신, 불굴의 태양신 솔에 관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 12월 25일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태양신 솔 인빅투스의 생일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김헌이 "로마 황제 중에 시리아의 아랍 가문 에메사 출신의 황제가 있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누스였는데 이 사람이 자기 고향 시리아 쪽에서 숭배되던 엘라가발루스라고 하는 태양신을 로마 종교로 끌고 왔다고 한다. 로마로 들어오면서 엘라가발루스는 라틴어로 솔 인빅투스 즉 불굴의 태양신이라 불렸다. 그로부터 50년 뒤인 서기 274년에 루키우스 도미티우스 아우렐리아누스 황제가 솔을 로마의 최고 신으로 추앙하고 선포를 하고 그의 탄생을 축하하는 12월 25일 축제를 로마 최대의 축제로 키워나갔다고 한다. 솔의 생일이 바로 12월 25일이었던 것이다"라고 설명하자 김영철이 "불굴의 태양신과 아기 예수의 생일과 똑같은 거냐?"라고 물었고 김헌은 "똑같다. 우연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다"라고 답했다.

"합리적으로 추정해보면 기독교가 성탄절을 최대 행사로 거행하고 그 날짜를 정하면서 로마 종교의 최대 축제일을 가져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라며 김헌은 "로마가 처음에는 기독교를 박해하지 않았냐? 그러다 서기 4세기 초부터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콘스탄티누스 1세가 로마 황제로서는 최초로 기독교인이 되었다. 나중에 로마는 기독교를 하나의 종교로 인정하게 되고 박해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380년에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기독교를 아예 로마의 유일한 종교로 선포한다. 박해를 받던 기독교가 자기를 박해하던 로마를 정복한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하는 모든 종교적 행사를 폐지하고 기독교의 중요한 절기들을 성대하게 거행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김헌은 "특히 예수와 관련해서 성탄절, 사순절, 부활절 등을 정해야 되는데 이때 기독교 이전의 종교제전의 전통 즉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전통을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게 저의 합리적인 추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영철이 "로마의 태양신 생일축제를 예수의 성탄절로 정했다는 설은 기독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라고 말하자 김헌은 "기독교인들은 그런 그리스 로마 잡신 이야기를 왜 여기까지 끌어들이냐 이렇게 얘기하지만 우리가 서양문명을 조금 더 깊이 표용력을 가지고 이해한다면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1869년 런던에서 출간된 '컬쳐 앤 아나키'라는 책에서 저자 매튜 아놀드는 '서양문명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라는 두 개의 기둥에 세워진 건물과 같다'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헬레니즘은 그리스 로마 문명이고 헤브라이즘은 유대교와 기독교를 아우르는 말이다. 사실 둘은 서로 이질적이고 배타적인 것 같지만 서양문명이라는 큰 틀 안에서는 많은 공통점이 있고 깊은 상호작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보면 로마 최대의 종교축제인 불굴의 태양신의 탄생일이 기독교세계로 변화된 로마제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거듭난다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응수했다.

'김영철의 파워FM'은 매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SBS 파워FM에서 방송되며, PC 및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SBS 고릴라'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iMBC 이연실 | 사진캡쳐 SBS김영철의파워FM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