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더 뉴 카니발 하이브리드 "연비 17.6km의 움직이는 성"

김태환 2023. 12. 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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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톤 무게에도 준수한 연비 구현…이질감 없는 전기 구동 전환
넓은 내부 공간에 쾌적한 거주성…주행 편의장비로 피로도↓

기아 '더 뉴 카니발 하이브리드' . 19일 시승에서 공인연비 13.5km/ℓ를 뛰어넘는 ℓ당 17.6km를 기록했다.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국민 아빠차'로 불리는 기아의 전륜 대형 다목적차량(Multi Purpose Vehicle, 이하 MPV) '카니발'이 하이브리드 심장을 품고 돌아왔다. 크고 무거운 덩치에도 1.6터보와 전기모터의 조합으로 묵직하게 치고 나가는 주행 성능을 보였으며, ℓ당 17km가 넘는 우수한 연비까지도 구현했다. 세련미 넘치는 외부 디자인과 더불어 가족 중심의 내부 공간 구성, 다양한 운전 편의장치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한 패밀리카의 모습을 갖추었다.

<더팩트>는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에서 파주를 거쳐 다시 고양시로 돌아오는 총 82km 구간을 시승하며 신형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성능을 직접 확인해 봤다.

더 뉴 카니발은 MPV면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형상에 더 가깝게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현대자동차 '스타리아'의 경우 박스형 차체를 그대로 활용한 느낌이 강한 반면 카니발은 앞부분만 보면 SUV 같고, 뒤태까지 모두 확인하고, 후열 문이 슬라이드로 열리는 것을 본 뒤에야 MPV임이 체감됐다.

전면에는 검정색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해 위압감과 동시에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특히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적용된 주간주행등이 패밀리룩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아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후면도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처럼 '스타맵 리어 콤비네이션램프'를 적용해 전면부와 통일감을 줬다.

1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더 뉴 카니발 하이브리드 시승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내부는 기존 카니발처럼 광활했다. 트렁크 적재 공간은 7인승의 경우 630ℓ, 9인승은 680ℓ로 구성되지만, 2열은 완전히 접히는 '풀폴딩'을 제공하지 않는다. 2열에 전동 시트가 적용돼 구조상 완전히 접을 수 없다. 그런데도 3열을 접을 경우 유모차 2대, 골프백 3~4개는 거뜬히 실을 공간이 마련된다.

7인승 모델에는 2열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를 적용할 수 있는데, 등부터 종아리까지 마사지 기능을 제공해 탑승자에게 안락함을 제공한다. 1열 운전석에서도 한참 운전하다 보니 갑자기 시트가 등을 안마해 줘서 깜짝 놀랐는데,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마를 하거나 스트레칭 기능을 제공해 운전 피로도를 낮추고, 졸음운전을 예방해 줬다.

운전석에 앉아 서서히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자, 조용히 차가 앞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처음 출발할 때, 서서히 출발하면 전기 모터의 힘으로만, 가속을 조금 하면 엔진과 모터가 함께 구동됐다.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들은 전기모터가 100% 다 일을 하다가 엔진이 다시 100% 일을 하는 식으로 서로 교대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둘이 함께 일하는 비율이 70%, 교대하는 경우가 30% 수준이었다.

특히 엔진과 전기모터가 교대하는 과정에서 엔진음이 개입되는 것 외에는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급출발을 하는 것이 아니면 변속충격도 거의 느껴지지 않아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전기차를 타는 것 같다는 착각도 들었다. 워낙 조용하다보니 신호대기를 위해 정차했을 때 옆에 서 있는 화물차 엔진 소리가 평소보다 더욱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데시벨측정기로 내부 소음을 테스트한 결과 정차 시에는 34.7dB, 주행 중에는 45.5dB가 나왔다. 30dB은 귓속말, 40dB은 냉장고 등 가전제품 구동소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자동차 기준으로는 굉장히 정숙한 수치다.

기아 더 뉴 카니발 하이브리드 정차 시 데시벨(위)과 주행 시 데시벨 측정값. /김태환 기자

도심형 고속도로를 시속 80km로 정속 주행을 하자, 엔진분당회전수(rpm)가 1300~1500 수준에 머물렀다. 에코모드 기준으로 전기모터가 꾸준히 힘을 보태면서 엔진의 부담을 덜어줬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으면 즉시 충전됐는데, 배터리 용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자 가속 페달을 밟고 있음에도 전기모터 개입이 끊기고 충전을 시작했다. 이때는 정속 주행을 해도 연비가 다소 떨어졌다.

주행모드는 에코, 스포츠, 스마트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에코는 절약에 집중하고 스포츠는 엔진 개입을 최대한 늘리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스마트는 그 둘 사이를 적절히 조절하는데, 사실상 다른 차에 있는 '노멀 모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승을 함께 했던 일부 기자는 힘이 조금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는데, 에코모드에서는 확실히 가속 성능이 둔했다. 가속페달을 조금 깊게 밟아도 속력이 서서히 올라갔고, 치고 나가는 맛이 조금 부족했다. 추월을 시도하려고 속도를 높이면 엔진은 뒤늦게 반응했다.

주행질감 측면에서는 아늑하고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크고 무거운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코너링이 매우 안정적이었다. 다소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도 차가 휘청이지 않았고, 코너 탈출 시에도 매끄럽게 빠져 나갔다. 차량이 선회할 때 전기모터의 개입으로 민첩성과 안정성을 높여주는 'E-핸들링' 기능과 안쪽 바퀴에 제동을 가하고 바깥쪽 바퀴에 가속을 주는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았다.

'더 뉴 카니발' 7인승의 트렁크 공간. 3열은 완전히 접히는 '풀폴딩'을 지원하지만 2열은 제한적으로만 움직인다. /김태환 기자

커다란 덩치라 운전이 불편할 것 같았지만, 다양한 주행 편의장치로 피로감이 적었다. 카니발에 장착된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은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전측후방 주차 거리 경고 등이 있다. 무엇보다도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이 큰 도움이 됐다. 처음 차를 몰고 도로에 나와 차 폭에 대한 감이 없을 때,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을 통해 차선을 물었을 때 운전대로 진동이 왔다. 내 차가 어느정도 크기고, 얼마나 옆으로 붙었을 때 문제가 되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어 안전운전에 큰 도움이 됐다.

정체 구간을 겪지 못해 하이브리드 특화 사양인 '정체 구간 특화 제어'는 체험해보지 못했다. 내비게이션 도로 정보와 차량 주행 상태를 확인해 저속 정체 구간이면 엔진 시동 시점을 조절해, 가감속에 따른 불필요한 조작을 줄여준다. 이를 통해 승차감을 개선할 수 있다고 기아는 설명했다.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어떨까. 도심형 고속도로, 일반 시내, 1차선 도로 등 복합 환경에서 17.6km/ℓ를 기록했다. 스포츠모드를 활용하고 속도를 조금 냈음에도 16.2km/ℓ를 나타냈다. 시승에 참가한 기자 중 일부는 무려 20km/ℓ를 달성한 사람도 있었다.

시승을 마친 더 뉴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연비 기록. 17.6km/ℓ라는 준수한 성적을 나타냈다. /김태환 기자

2.2 디젤 모델도 고속 주행 시 연비가 20km/ℓ 나올 수 있지만, 디젤 특유의 진동과 소음과 더불어 친환경 규제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이브리드 모델이 더욱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역시 가격이다.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공인 복합연비는 13.5km/ℓ로, 정부의 세제혜택 지원대상(복합연비 14km/ℓ)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반 차량과 동일하게 개별소비세 100만 원과 취득세 40만 원 등 총 143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기본 가격 역시 트림별로 3925만~5113만 원에서 시작한다.

다만 저공해차 2종 차량이기에 공영주차장 할인과 혼잡 통행료 면제 등은 그대로 받을 수 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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