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낼 수록 아름다운, 이무생[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3. 12. 20. 08: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우 이무생,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덜어낼 수록 아름다운 건 연기 뿐만은 아니다. 삶도, 사람도 그럴 수 있다. 배우 이무생도 그렇게 믿고 있다.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오다가 최근 스타로 급부상했지만, 그가 들뜨지 않게 지키는 한마디가 바로 ‘덜어냄’이라고 했다.

“간단명료하지만 그것만큼 명확한 것도 없어요. 뭔가 큰 변화나 문제가 생기면 처음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심하다가 점점 더 매몰되어버리는데요.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자체만 안 해도 시간이 지나가면 해결되거든요. 덜어낼 수 있는 만큼 덜어내고 어쩔 수 없는 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음 작품으로 들어가기 전에도 전 덜어내는 작업을 하고요. 그러기 위해선 아주 간단한 일들을 하는데요. 멍 때리거나 달리는 걸 계속 해오고 있어요. 굉장히 도움되더라고요.”

배우 이무생,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최근 스포츠경향이 만난 이무생은 ‘이무생로랑’이란 별명과 달리 소탈했고, 광인의 눈빛을 연기했던 것과도 달리 평온했다. 그를 가장 들끓게 하는 건 오직 하나, 신작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의 개봉이었다.

“어릴 적부터 이순신 장군을 좋아했어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없겠죠. 기대가 큰 만큼 영화가 그 이상으로 잘 나온 것 같아서 뿌듯하더라고요. 오래 기다렸고, 한땀 한땀 공들여 만든 걸 알기 때문에, 잘 짜인 직물 같은 영화를 빨리 보여주고 싶었죠.”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속 이무생,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극 중 왜군 장수 고니시 역을 맡은 그는 ‘이순신’(김윤석) 장군과 명 연합군 사이를 빠져나가려 고뇌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극 초반과 후반에만 잠시 등장해, 그의 팬이라면 분량에 대한 아쉬움을 표할 수 있을 터였다.

“전 오히려 ‘고니시’를 궁금해할 것 같은데요? 전 안 나오지만 ‘고니시는 대체 어디 있는 거야’란 질문이 많이 쏟아질 것 같아요. 제가 찍은 회차에서 더해지지도, 덜해지지도 않은 그대로 나와서 분량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오히려 참여해서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그가 등장할 땐 무기인 ‘눈빛’ 하나로 화면을 점령한다. 그는 꽤 쑥쓰러운 듯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눈빛’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움을 받은 건 맞아요. 그럼에도 카메라가 절 어떻게 잡아주느냐에 따라 제가 그렇게 안 보일 수도 있으니, 이건 다 제작진의 힘이죠. 제가 콘트롤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저 역시 계산적으로 연기하는 건 아니라서 그 순간 진심을 다해 집중하는 것 뿐인데, 살고자 하는 마지막 총알 같은 ‘눈빛’을 잘 잡아준 것 같아요. 눈빛은 상대를 보는 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제가 뭘 했다기보다는, 잘 받아내려고 했어요. 그게 제 무기라면 무기일 수 있죠.”

배우 이무생,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윤석과는 영화 ‘거북이 달린다’(2009)에서 한차례 호흡한 적 있다. 14년 뒤 다시 만나 감회가 남다르다는 그다.

“선배는 그때도 정말 멋지고 최고의 배우였지만 이젠 이순신 장군에 빙의 해서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큰 바위가 된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선배가 이순신을 연기하기 위해선 덜어내고, 덜어내고, 또 덜어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에 공감되면서도 한편 그 무엇보다도 힘든 작업의 시작이었겠구나 싶었어요. 배우는 어떤 걸 표현해야하는 직업이라서 그 반대를 하기 위해선 큰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나름의 확신도 있어야 하고요. 김윤석 선배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연기한 거고, 관객으로서 봤을 때에도 그게 너무나 와닿았어요. 본인을 걷어내고 이순신 그 자체를 연기한거죠.”

그 역시도 덜어내는 미덕을 실천 중이란다. 아직도 연기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고도 덧붙였다.

“‘연기가 어느 순간 재미없어지면 어떡하나’란 불안감은 항상 있어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 어느 순간 그 동력이 없어지면 더 이상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다행히 연기가 아직도 좋고, 더군다나 관객들이 감동 받고 좋아라 해주니 감사할 뿐이에요. 사랑받는 건 덤이니까요. 여러 선배처럼 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