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전화에 깜빡 속았다...러 인기작가, 테러리스트 지정된 이유
‘보리스 아쿠닌’이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인기 추리소설가가 당국에 의해 테러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반체제 인사로도 유명한 그가 최근 친정부 유튜버의 장난 전화에 속아 우크라이나 지원 사실을 실토한 뒤 벌어진 일이다.
18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이날 조지아 출신 러시아 소설가 그리고리 치카르티쉬빌리(67)를 ‘극단주의자 및 테러리스트’ 등록부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테러를 정당화하고 러시아군 관련 허위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치카르티쉬빌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러시아 금융감독청인 로스핀모니터링도 치카르티쉬빌리를 ‘극단주의자 및 테러리스트’ 명단에 추가했다. 같은 날 국영 언론은 “군대에 대한 불신과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테러 행위를 정당화한 혐의로 치카르티쉬빌리에 대한 사건 수사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군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군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출하는 경우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법을 제정했다. AP통신은 “이 법은 크렘린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적용된다”고 전했다.
치카르티쉬빌리가 러시아 당국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것은 친정부 유튜버가 걸어온 장난전화 때문이었다. 이달 초 ‘보반’과 ‘렉서스’로 알려진 유튜버들은 우크라이나 인사인 척 가장하고 치카르티쉬빌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통화에서 치카르티쉬빌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통화 내용이 공개된 후 러시아 주요 출판사 중 한 곳인 AST는 치카르티쉬빌리의 책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영국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치카르티쉬빌리는 이 같은 러시아 당국의 조치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테러리스트들이 나를 테러리스트라고 선언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출판 금지 조치와 일부 작가를 테러리스트로 지정하는 것은 사소해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며 “구 소련 시절 이후 러시아에서는 어떤 책을 금지한 적도 없고, 작가들이 테러 혐의로 기소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나쁜 꿈이 아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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