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의 자랑이었는데…달 궤도선 다누리 카메라 2대중 1대 고장났다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3. 12. 20. 08: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누리에 실린 광시야편광카메라 2대
1대는 작동 안하고 1대도 문제 발생해
세계최초 무색하게 고장 원인도 몰라
누리호 실렸던 위성도 일부 실종돼
다누리가 달 궤도를 돌며 탐사하는 모습을 이미지로 나타냈다. [사진=항우연]
한국 첫 달 궤도선 ‘다누리(KPLO)’에 실린 광시야편광카메라 ‘폴캠(PolCam)’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개발한 폴캠에는 2대의 카메라가 달려 있는데, 이 중 1대가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나머지 1대도 데이터 처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다누리가 달탐사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천문연은 카메라 오작동의 원인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천문연은 지난 5월 누리호에 실어 발사한 위성 도요샛도 4기 중 2기가 소실되는 등 최근 잔혹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19일 과학기술계와 천문연에 따르면 폴캠은 현재 1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운용되고 있다. 나머지 1대 카메라는 낮은 해상도로 인해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운용 중인 카메라 1대도 관측 데이터 산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빛 번짐 현상 등으로 촬영 이미지에 손상을 입어 이를 처리하는데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어서다.

폴캠은 지난해 8월 발사된 KPLO 6개 탑재체 중 하나다. 폴캠은 달 표면을 편광 관측한다. 편광은 특정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을 뜻한다. 편광을 관측하면 달 표면 입자 크기나 티타늄 분포를 알 수 있다. 입자 크기나 분포에 따라 다른 편광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입자 크기 등을 알게 되면 해당 입자가 언제 생성된건지 등 우주 풍화 연구가 가능하다.

폴캠은 다누리 진행 방향에 수직하게 양 옆을 바라보는 2대의 카메라로 구성된다. 직하점으로부터 45도 거리에 있는 지역을 320, 430, 750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세 개의 파장대역으로 관측한다. 이를 통해 달 전체 편광 지도를 그리는 게 최종 목적이다.

사진은 지난 1월 12일 다누리 광시야 편광 카메라의 430nm 파장, 60도 방향 편광 필터로 촬영한 비흐만 크레이터(Wichmann crater). [사진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러나 목적 완수 여부는 미지수다. 해상도 등 카메라 1대의 성능이 예상과 다르게 낮게 나왔으며 남아있는 나머지 1대의 데이터 처리 속도도 느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누리가 예상 수명인 1년보다 더 오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는 점은 조금의 희망으로 남아있다.

천문연 관계자는 성능이 낮은 1개의 카메라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하나의 성능이 낮으면 그 성능에 다른 하나의 성능도 맞춰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빨리 달 편광지도를 그릴 수 있을지 몰라도 낮은 질의 결과물이, 데이터의 하향평준화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폴캠은 개발 당시 광시야 편광카메라로는 세계 최초로 달을 관측하는 임무에 나선다고 해 과학계 주목을 받았다. 지상 망원경으로 달의 앞면을 편광 관측한 사례는 있지만 궤도선에서 달 표면을 편광 관측하는 것은 세계 최초였다.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 뒷면을 편광 촬영하는 것 역시 처음이었다.

주목과는 달리 개발 과정에서는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과학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폴캠을 다누리에 탑재하냐마냐를 두고 왔다갔다하는 일관성 없는 우주개발 계획, 충분히 못한 개발 예산과 인력비, 시간 등의 문제를 겪었다”며 “그러다보니 동일한 카메라 2개를 제작했는데, 한 개의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다누리 탑재체 ‘폴캠’에 2대의 카메라가 달린 것을 볼 수 있다. [사진=천문연]
천문연은 폴캠 말고도 최근 연이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천문연은 지난 5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도요샛 위성 4기를 실어 우주로 보냈다. 우주로 보낸 직후 1기는 누리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우주 미아가 됐다. 나머지 3기는 교신에 성공했으나 3기 중 1기가 전력량이 약해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나머지 2기 역시 아직 임무에 착수하지 못했다.

도요샛은 지구 북극과 남극 위를 통과하는 고도 500km의 극궤도에서 우주 날씨를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나노급 위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편대 비행’을 하는 것은 물론 궤도 비행 중 위성 간 간격을 제어하며 일렬로 비행하는 종대 비행과 나란히 비행하는 횡대 비행도 가능해 우주 플라즈마 분포의 시공간적 변화 등 세세한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2기 밖에 남지 않아 편대 비행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