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코믹하게 돌아온 '상남자' 슈퍼히어로…영화 '아쿠아맨 2'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마블 스튜디오와 더불어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영화의 쌍벽을 이루는 DC 스튜디오는 유난히 우리나라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미국에서도 마블에 밀리는 양상이 뚜렷하긴 했지만, 슈퍼맨이나 배트맨 같은 인지도 높은 캐릭터를 내세운 영화마저도 국내에선 흥행에 참패했다.
이들보다 비교적 낯선 히어로 '아쿠아맨'(2018)이 흥행에 성공했을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이 영화는 약 504만명을 동원하며 국내에서 가장 흥행한 DC 작품으로 기록됐다. 이를 기점으로 DC의 재도약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개봉한 영화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샤잠!', '원더우먼 1984',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블랙아담', '플래시' 등 대부분의 작품이 100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쿠아맨'의 속편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하 '아쿠아맨 2')이 5년 만에 다시 극장을 찾는다. 제임스 완 감독은 전편에 이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아 '아쿠아맨' 장점을 살렸다.
만화처럼 표현된 수중 세계와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액션, 간간이 나오는 유머가 시리즈 팬들을 만족시킬 듯하다. 단순무식하지만 어마어마한 괴력을 발휘하는 '상남자' 슈퍼히어로의 매력도 그대로다.
영화는 1편에서 4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1편이 육지인과 아틀란티스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아서(제이슨 모모아 분)가 아틀란티스의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면, 2편에서는 왕국은 물론 세상의 평화를 지키려는 그의 사투에 초점을 맞췄다.
아서는 육지와 아틀란티스를 오가며 육아와 왕 노릇을 병행하고 있다. 오전에는 의회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아이를 돌보느라 쉬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평범한 인간 아빠와 별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해적 만타(야흐야 압둘-마틴 2세)가 등장하며 '아쿠아맨'으로서 영웅적 면모를 발휘할 기회가 주어진다. 만타는 아서에게 복수하기 위해 건드려서는 안 되는 고대의 신비한 무기에도 손을 댄다. 이 때문에 지구는 이상기후로 시름 한다.
아서는 혼자 힘으로는 그를 상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숙적이자 이부동생 옴(패트릭 윌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과거 피셔맨의 왕을 죽인 대가로 투옥됐던 옴은 께름칙해하면서도 형과 손잡는다.
이 같은 관계의 급반전은 단조로운 스토리에서 신선함으로 작용한다. 등장인물이 1편과 똑같은 대신 관계 설정을 달리해 색다른 재미를 유발한다. 마블의 형제 히어로 토르와 로키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서와 옴의 버디 연기 덕분에 전체적으로 코믹함은 배가됐다. 얼마 전만 해도 왕위를 서로 차지하려 물고 뜯던 형제가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고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다 보면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특히 혈통과 권위를 중요시했던 옴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수중에 한정돼 있던 전투 장면은 사막, 정글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액션의 형태도 볼거리다.
만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각종 수수께끼를 풀고 괴생명체와 맞서는 장면이 많아 '인디아나 존스' 같은 모험물 느낌도 든다. 판타지 게임의 한 장면처럼 묘사된 신비한 심해 세계 역시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1편보다 비교적 긴장감은 덜하다. 아서가 조명탄 하나에 의지해 수천마리의 카라덴 사이를 뚫고 헤엄치거나 거대 괴수에 올라타 포효하는 모습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도 2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메라(앰버 허드), 아틀라나(니콜 키드먼) 등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미미해진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 영화는 김한민 감독의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와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두 작품 모두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히어로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비슷하다. 한국의 실존 영웅과 미국의 가상 슈퍼히어로 중 승자는 누가 될까.
20일 개봉. 124분. 12세 이상 관람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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