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승 MVP 괴물' 떠나고 '좌완 원투펀치'로 재편…NC 좌완 외국인 악연, 이제 끊어낼까
[OSEN=조형래 기자] 20승에 트리플크라운까지 차지한 괴물이 떠났다. NC 다이노스는 1년 만에 이 공백을 채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NC는 메이저리그로 다시 떠난 트리플크라운 MVP인 에릭 페디의 공백을 좌완 원투펀치로 재편해서 채워야 한다.
NC는 지난 19일, 좌완 투수 카일 하트(31)와 총액 9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NC는 지난 13일 다니엘 카스타노(29)를 총액 85만 달러(계약금 13만 달러, 연봉 52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하트까지 영입하면서 외국인 원투펀치 조합을 모두 좌완 투수로 채우게 됐다.
NC가 데려온 카스타노와 하트 모두 전임자와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다. 올해 NC 마운드를 책임진 에릭 페디가 워낙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 20승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의 성적으로 트리플크라운(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1위)에 정규시즌 MVP까지 따냈다. 그리고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면서 KBO리그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페디의 KBO리그 평정을 지켜본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페디에게 2년 15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안기면서 데려갔다. 페디는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했다. NC는 페디의 이탈을 어느정도 예상했기에 부지런히 대체자를 찾는데 집중했고 모두 좌완 투수로 찾았다.
NC가 먼저 계약을 맺은 카스타노는 190cm, 104kg의 신체조건을 자랑한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4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볐다. 마이애미 말린스 소속으로 24경기(17선발) 2승7패 평균자책점 4.47(88⅔이닝 44자책점)의 성적을 남겼다. 2022시즌 10경기(7선발) 1승3패 평균자책점 4.04(35⅔이닝 16자책점)으로 나름대로 역할을 펼쳤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 성적은 38경기(29선발) 15승4패 평균자책점 4.24(174이닝 82자책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 트리플A에서는 17경기(9선발) 5승2패 평균자책점 4.67(61⅔이닝 33자책점)을 기록했다.
포심, 커터, 슬라이더, 싱커,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를 던진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던진 2022시즌 기준, 커터(41%)를 가장 많이 구사했고 그 뒤를 슬라이더(28.1%) 체인지업(12.7%) 포심(12.3%) 싱커(5.9%)가 이었다. 2022시즌 포심의 평균 구속은 92마일(148km)였고 가장 많이 던진 커터는 86.5마일(139km) 정도였다. NC 임선남 단장은 카스타노에 대해 “오랜 시간 관찰한 선수로서 강력한 직구 구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난 좌완 투수다. 구단 선발진의 깊이를 더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카스타노는 부상 이력이 다소 걱정되는 선수다. 매년 부상과 싸워왔다. 2021년 왼 어깨 충돌 증후군 증세로 60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바 있다. 2022년 7월29일(한국시간)에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1회 도노반 솔라노의 104.3마일(168km) 강한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머리를 맞고 뇌진탕 증세를 보이며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후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왼 어깨 관절 와순 미세 파열 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됐다. 2023년 올해에도 알려지지 않은 부상으로 두 달 가량 부상자 명단에 머물렀다.
빠른공과 커터와 슬라이더 등의 움직임으로 선발진 한 자리에서 위력을 떨쳐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부상 이력 때문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면 하트는 비교적 안정적인 느낌의 투수다. 특별한 강점이라고 꼽을 수 있는 지점은 없다. 그러나 부상 없이 계산 서는 마운드 운영을 펼칠 수 있는 투수다. 하트는 196cm 90kg의 체격을 갖고 있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2020년 뿐이다. 4경기(3선발) 평균자책점 15.55(11이닝 19자책점)에 그쳤다. 트리플A에서 잔뼈가 굵다. 트리플A 4시즌 69경기(57선발) 24승24패 평균자책점 4.36(334⅔이닝 162자책점)의 성적을 남겼다. 올해 트리플A에서는
구단은 최고 149km의 직구와 커터, 투심, 체인지업을 던진다고 소개했다. 2020년 메이저리그 기준 포심 평균 구속은 88.7마일(143km)을 기록했다. 임선남 단장은 “하트 선수는 마운드에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로 타자와의 심리전에 능하고 효율적인 피칭을 하는 스타일의 선수다”라면서 “카스타노와 함께 좌완 선발 듀오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카스타노가 구위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지만 부상이라는 불안감을 하트가 꾸준함과 견실함으로 채워주면서 상호보완적인 원투펀치가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사실 올해 NC는 페디가 선발진을 홀로 앞에서 이끌었고 뒤에서 밀었다. 짝을 맞춰야 할 테일러 와이드너는 허리 부상으로 6월이 다 되어서야 복귀했고 이후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좌완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했던 구창모도 결국 척골 피로골절 부상이 재발하며 시즌을 온전히 치르지 못했다. 최성영 이재학 이용준 송명기 등은 부상과 부진이 동시에 겹치는 시기들이 많았다. 신민혁이 시즌 후반부터 제 페이스를 찾았고 포스트시즌의 신데렐라가 됐지만 페디가 없는 선발진은 2024시즌 NC의 최대 변수다.
김영규와 김시훈 등 올해 불펜 필승조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 내년에는 선발 전환을 준비하는 상황. 변수가 가득한 NC의 선발진에서 좌완 원투펀치의 어깨는 막중하다. 아울러 NC의 좌완 외국인 잔혹사도 극복해야 한다.
NC는 외국인 투수를 잘 뽑는 팀이었다. 메이저리그로 유턴한 페디를 비롯해 페디 이전 4시즌 동안 NC 마운드를 책임진 드류 루친스키, 과거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NC의 개국 공신이자 장수 외국인 투수였던 에릭 해커, 2시즌 반 동안 노히트노런과 평균자책점 1위 등을 기록했던 찰리 쉬렉 등이 모두 NC에서 이름을 날린 외국인 투수들이었다. 공통점은 모두 우완이었다는 것.
NC는 좌완 외국인 투수와 그리 좋은 인연은 아니었다. 2013년 해커, 찰리와 함께 NC가 야심차게 영입한 아담 윌크가 그 시작이었다. 2013년 17경기 4승8패 평균자책점 4.12의 성적만 남긴 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어깨 부상은 물론 한국 무대 적응에도 실패한 채 흑역사만 남기고 떠났다.
이후 NC에 한동안 좌완 외국인 투수가 없었는데 2018년, 사상 첫 대만 출신 외국인 선수인 왕웨이중을 영입했다. 왕웨이중은 대만 언론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고 실력으로도 KBO리그를 압도하는 듯 했다. 그러나 초반 임팩트만 강렬했을 뿐 어깨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었고 후반기로 갈수록 힘이 떨어졌다. 25경기 7승10패 평균자책점 4.26의 성적을 남겼다. NC는 이 해 에이스가 되어야 했던 왕웨이중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창단 첫 꼴찌의 수모를 당했다.
2019년에는 좌완 크리스천 프리드릭이 에디 버틀러의 대체 선수로 합류해 12경기 7승4패 평균자책점 2.75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5위로 가을야구에 복귀한 NC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선발 투수로도 나섰지만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단조로운 투구패턴으로 풀시즌을 펼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고 교체에 이르렀다.
2022년에는 맷 더모디가 웨스 파슨스의 대체 선수로 합류했다. 그러나 더모디는 느린 구속으로 위압감을 주지 못했고 8경기 3승5패 평균자책점 4.54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올해 역시 와이드너의 대체 선수로 좌완 태너 털리가 합류했다. 태너는 프리드릭처럼 후반기 합류해서 11경기 5승2패 평균자책점 2.92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11경기 중 8경기가 퀄리티스타트로 이닝 소화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역시 느린 구속으로 압도적인 모습은 없었다. 변화구에 의존하는 피칭은 한계를 드러내면서 재계약에 실패했다.
NC가 그동안 영입했던 좌완 투수들은 부상과 부진 등으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체 선수로 합류해서 반시즌을 활약하더라도 풀타임 시즌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 NC와 좌완 외국인 투수들의 궁합은 썩 좋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NC는 카스타노와 하트, 좌완 원투펀치에게 선발진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 NC와 좌완 선발들과의 악연을 이번에는 끊어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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