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재배 게임' 앱마켓에 버젓이…게임위 모니터링 '구멍'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정부가 지난달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와중에 대마초를 재배해 파는 내용의 모바일 게임이 청소년에게 무방비로 장기간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앱 마켓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이런 게임물 유통에 수년간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후관리의 전문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2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대마를 주제로 한 모바일 게임 수십 종이 올라와 있다.
'A'게임은 대마를 재배해 가공·판매하는 공장을 운영하는 게임으로, 2018년 처음 출시됐다.
시스템 자체는 플레이하지 않아도 진행되는 전형적인 방치형 게임이지만, 실존하는 대마 품종이 그대로 나와 호기심을 유발한다.
앱 리뷰 중에는 한국어로 "게임하다 잡혀가는 거 아닌가"라며 "만약에 무슨 일이 생겨 휴대전화 검사를 당하면 마약범으로 몰릴까 걱정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2015년 나온 'B'게임은 가정집에서 직접 화분에 대마를 키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판매해 돈을 버는 게임이다.
물탱크로 수분을 공급하거나 램프로 빛을 쬐게 하는 등, 경찰 자료화면에서 볼 수 있는 실제 실내 대마 재배 현장과 유사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게임 속에는 대마 흡연을 미화하는 그림이나 만화도 버젓이 삽입돼있다.
A, B 두 게임의 이용 등급은 구글 플레이 자체 기준으로 고등학생도 플레이할 수 있는 '만 17세 이상'으로 분류돼 있다.
일부 게임은 올해 구글 플레이로부터 자체 등급 분류를 받아 유통되고 있다.
대마 판매 조직을 운영하는 'C'게임은 지난 5월 '15세 이용가'로, 엘리베이터로 대마를 옮겨 판매하는 'D'게임은 이달 초 초등학생도 이용할 수 있는 '12세 이용가'로 분류돼 앱 마켓에 올라와 있다.
국내 앱 마켓에 유통되는 '15세 이용가' 등급 이하의 모바일 게임은 대부분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처럼 지정된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의 자체 심의를 통해 등급이 매겨지고 있다.
게임위는 자체 등급 분류를 받은 게임물이 '청소년 이용 불가'에 해당하거나 '등급 분류 거부' 대상이 될 경우 직권으로 등급을 재조정해야 한다.
심의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문제의 대마 재배 게임은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받거나 아예 차단될 가능성이 크다.
게임위 등급 분류 규정 10조에 따르면 범죄 및 약물을 구체적·직접적으로 묘사한 경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에 해당하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32조는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물을 유통이 금지된 '불법 게임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등급지원팀 주도로 별도의 모니터링단까지 운영해온 게임위는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앱 마켓에 올라와 있는 대마 재배 게임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위 관계자는 "자체 등급 분류 절차 특성상 게임사가 구글 플레이 측에 낸 설문에 의존해 등급 분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합뉴스의 취재가 시작되자 "문제의 게임물에 대해서는 집중 모니터링을 통해 직권 등급 재분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게임이 대마초나 약물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낮춘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는 "대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재배 방법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게임은 모방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최소한 청소년의 접근은 막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입건된 대마 사범은 2018년 936명에서 2019년 1천547명, 지난해 2천88명 등으로 지속 증가했다. 이 중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람도 2018년 784명에서 2019년 1천342명, 지난해 1천870명까지 증가 추세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경 단계에서 적발된 대마류도 83㎏으로 작년 상반기(57.8㎏)보다 43.6% 늘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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