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대장의 휴머니즘에 감명" 네팔 학교 건립 후원하는 줄기세포 권위자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
라정찬(60) 바이오스타 줄기세포기술연구원장이자 네이처셀 회장이 항상 가슴에 담고 사는 글귀이다. 오병이어는 예수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인 기적을 표현한 성경 문구다. 라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알려진 줄기세포 분야 전문가다.
라 회장은 최근 엄홍길휴먼재단(이사장 이재후) 상임이사인 엄홍길 대장과 네팔 수도 카트만두 외곽에 건립한 딸께셜 휴먼스쿨 준공식에 다녀왔다.
이 학교는 휴먼재단의 16차 학교로 바이오스타 그룹 후원으로 완공했다. 프리트비 나라얀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4,721㎡ 규모로 지어진 학교는 유치원, 초·중·고와 전문학교를 아우르는 종합 교육장이다. 준공식에는 라 회장과 엄홍길 대장, 박태영 네팔 주재 한국대사,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강가랄 툴라다르 네팔 전 교육부 장관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라 회장은 컴퓨터실 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자재와 전교생 1,100여 명에게 체육복, 책가방, 학용품 등을 후원했다.
엄홍길 대장과 함께 방문
이번에 완공된 학교는 히말라야 8,000m급 16좌 등정에 성공한 엄홍길 대장이 애초 히말라야 16좌 등정 성공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목표로 했던 16개 학교 건립의 마지막 학교로 자타공인 휴먼재단이 추진해 온 휴먼스쿨의 집합체다.
컴퓨터실과 네팔 최초의 다목적 체육관이 완성되면 휴먼스쿨 타운으로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의 대형 프로젝트였다. 그만큼 엄 대장이 엄청난 역량을 쏟아부었다. 16차 딸께셜 휴먼스쿨 건립 자금 5억 원은 라 회장이 기부했다. 재단 사상 최대 후원금이었다. 엄 대장은 "2008년 재단 설립 이후 15년이 지났다"며 "에베레스트 길목 팡보체에 1차 학교를 시작으로 16차 학교가 완성된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라 회장은 축사에서 "네팔 청소년들의 맑은 영혼을 보니 뜨거운 감동이 솟아오른다"며 "이 학생들이 장차 네팔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로 성장한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축복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엄 대장과 라 회장 두 사람은 감격의 포옹을 했다.
"네팔 현지 의료인들에게 급여 지원"
라 회장은 이번 네팔 방문 동안 학교 후원에 이어 네팔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의료분야 지원도 약속했다. 그는 엄 대장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관문인 네팔 남체바자르(3,450m)에 있는 '엄홍길 남체 커뮤니티 병원' 개원식에 참석, 의사와 간호사들의 급여 지급을 약속했다. 병원은 코로나로 일시 폐쇄했다가 재개원했다.
남체바자르는 셰르파들의 고향이자 에베레스트 등정을 꿈꾸는 산악인들이 거쳐 가는 길목이다. 밍마 치리 쿰부 파상라무 지역자치구 시장은 "병원은 남체바자르 주민 900명(셰르파족)과 쿰부 파상라무 지역자치구 주민 9,200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엄 대장은 "남체바자르에서 유일한 병원인 이곳에선 실제로 고산병으로 쓰러지거나 산행 중 사고를 당한 산악인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매년 이곳을 찾는 2만여 명의 트레커들에게도 긴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라 회장은 "엄홍길 대장이 이끄는 엄홍길휴먼재단과 바이오스타 그룹이 실천하는 ESG 경영이 하나 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라 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산과 인연을 맺었다. 연구 중심의 바이오기업을 경영하다 보니 연구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운동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엄 대장을 만나기 위한 인연의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산은 위안과 무한한 자유를 주었다. 세상 걱정을 덜고 높은 세상을 보는 안목을 갖게 했다"고 했다. "또 산에 오르다 보니 세상 보는 시각도 달라지더군요. 또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 있을 때 산에 오르니 마음을 다잡게 되더군요. 일주일 내내 산에 오른 적도 있고, 여름날 마산 무학산을 등정한 뒤 다음날 양산 영축산을 오르다 탈진하기도 했어요."
그는 요즘도 시간이 허락하면 연구소 주변 산을 오르고, 매 주말 관악산, 북한산을 오른다. 라 회장은 어느 날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엄홍길 대장이 안나푸르나 등정 중 발목이 180도 꺾인 상황에서 2박3일 기적적으로 생환한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엄 대장의 휴머니즘 정신에 감명"
"당시 절체절명의 순간에 엄 대장이 히말라야 신에게 '나를 살려주면 평생 은혜를 갚고 살겠다'고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며 "나 역시 기업을 경영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엄 대장이 실제로 재단을 통해 네팔 교육 지원 사업을 하는 것을 보고 동참하고 싶었다"고 했다. 결국 그 과정을 통한 결실이 이번 16차 휴먼스쿨 완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엄 대장이 추구하는 휴머니즘 정신이 나랑 비슷하다. 엄 대장은 등정 중, 나 역시 줄기세포 연구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죽을 고비를 이겨냈다"며 "엄홍길 재단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꾸준한 파트너로 남고 싶다"고 했다. 그는 "네팔에 와보니 엄 대장의 역할이 대단하다"며 "산악인이 아닌 다른 분야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재단과 힘을 합하면 시너지가 더할 것 같다"고 했다. 라 회장은 엄 대장이 히말라야 등정을 위한 베이스캠프가 아니라 네팔 내 휴머니즘 실천의 베이스캠프를 만들어줬다며 감사했다.
라 회장은 줄기세포를 통해 희귀 난치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연구를 집중하면서도 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라 회장은 바이오스타 그룹 내 줄기세포생명재단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파킨슨, 알츠하이머 등 희귀 난치병 환자 150명을 무상 치료해 왔다. 앞으로 매년 10억 원을 들여 100명의 희귀난치병 환자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주 2회 영등포 쪽방촌(화요일)과 탑골공원(목요일)에서 찐빵 600개를 노숙자들과 어르신들에게 나눠주는 봉사를 3년째 하고 있다. 빵은 라 회장 부인이 직접 쪄서 나눠준다.
라 회장의 목표는 하나다. 인류가 난치병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자연수명 120세를 누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줄기세포 세계표준화를 정립해 줄기세포 치료제를 국내에서 실용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현재 일본에서 치료하는 선진적 제도가 국내에 도입돼 치료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현행 약사법에 따른 품목 허가를 이른 시일 내 취득하는 것이다.
그러면 3년 내 세계 각국에서 최소 10만 명의 불치병·난치병 환자들이 우리나라로 치료받기 위해 올 것으로 확신한다.
또 미국 텍사스주에 연간 1만 명 치료 가능한 치료센터를 개소한 것처럼 중국, 러시아, 일본, 독일, 중동, 튀르키예, 브라질, 베트남 등 전 세계에 줄기세포 센터를 설립해 '줄기세포 실크로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
라 회장은 지난 10월 '제21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기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 비즈니스센터를 개소하고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는 "태권도가 종주국 한국에서 세계 각국으로 전파된 것처럼 줄기세포 치료법도 태권도 네트워크처럼 구축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라 회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적 유의성 부족'을 이유로 품목허가 반려처분을 받은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조인트스템의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조인트스템의 품목허가가 나온다면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삶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것"이며 "일반인뿐만 아니라 산행을 즐기는 산악인들에게 행복한 삶의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무릎 수술 대신 주사로 치료할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수의학과 출신의 라 회장은 줄기세포 기술로 벤처기업대상 국무총리상(2003년), 대한민국 기술대상(2007년), 장영실 한국과학기술대상(2009년), 한국기독교 학술상(2011년), 5.16민족상(2012년)을 수상했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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