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치권, US스틸 日 인수에 반발…"국내 철강생산 안보에 필수"
"바이든, 중국 문제 협력 필요한 동맹의 인수 막진 않을 것"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일본 기업이 미국의 대표 철강기업을 인수하기로 한 것에 대해 미국 정치권에서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미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따른 시장 지배력 집중이나 국가 안보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규제 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 거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일반적인 범주에서 말하겠다면서 미국 제조업과 노조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미국 철강노조의 신념을 조 바이든 대통령도 공유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간 경쟁이 있어야 소비자의 비용이 줄고 노동자의 임금이 증가한다는 것을 바이든 대통령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노조는 경영진이 노조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고 매각을 결정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심의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기업 인수합병 등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에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외국 기업이 US스틸을 인수하면 미국 철강산업 기반이 약해지고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J.D. 벤스(오하이오), 조시 홀리(미주리),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3명은 이날 CFIUS 위원장인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CFIUS가 인수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원들은 일본제철은 일본에 충성하는 기업이자 과거 미국에 철강 제품을 덤핑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하고서 "국내 철강 생산이 국가 안보에 필수"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도 조 맨친 상원 의원(웨스트버지니아)이 성명을 내고 이번 거래를 "우리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밥 케이시 상원 의원과 존 페터먼 상원 의원도 인수에 반대했다.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의 셰러드 브라운 의원(오하이오)도 거래를 비판하면서 US스틸을 매각해야 한다면 오하이오주에 있는 미국 기업 클리블랜드-클리프스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발은 미국에서 철강산업이 가지는 정치적, 정서적 의미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122년 역사를 둔 US스틸은 한때 세계 1위였던 미국 철강산업의 상징이자 자존심이었지만 1960년대부터 일본과 독일 등 더 경쟁력을 갖춘 외국기업에 밀리면서 오늘날 결국 매각되는 처지에 놓였다.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주 등 과거 철강산업 덕분에 부흥했던 지역은 제조업의 쇠락으로 경기가 침체하면서 '러스트 벨트'라는 오명을 안게 됐고 2016년 대선에서 보호 무역을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가능하게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들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또 여야를 막론하고 철강산업이 미국 안보와 경제에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 장비 등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철강의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외국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했으며,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철강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기반 시설 사업에 미국산 철강 사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반발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주요 동맹인 일본의 인수를 막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미국 최대 법률회사 중 하나인 스캐든에서 CFIUS 업무를 총괄하는 마이클 라이터는 CNN 인터뷰에서 "일본의 미국 기업 인수에서 그런 일은 일어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일본과 통상 갈등이 고조된 1980∼90년대에도 없었고 이번에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라이터는 내년 대선에서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의 표심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및 공급망 문제 등에서 협력해야 하는 일본과 갈등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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