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지금껏 야구를 해 온 것에 대한 보상이야”…이정후 울린 그 한마디 [SS 시선집중]
[스포츠서울 | 인천공항=황혜정기자] “네가 어릴 때부터 지금껏 야구를 해 온 것에 대한 보상이야. 그러니 부담을 느끼지 말았으면 해.”
6년·1억1300만 달러(약 1462억원) 계약 제안을 받았을 때, 선수 자신도 기대 이상의 금액에 깜짝 놀랐으리라. 계약 금액은 선수의 가치에 대한 평가인데 주요 외신들이 예상한 8000만 달러를 훌쩍 넘겨 1억 달러 이상의 계약 제안(오퍼)이 왔으니 스스로도 기쁨, 놀라움과 함께 부담감이 컸으리라.
실제로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지난 19일 입국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만나 “1억 달러가 넘는 오퍼를 받았을 때 발이 풀렸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계약이 완료되고 난 뒤, 이정후의 에이전시 관계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바로 이정후가 첫 오퍼 제시액을 듣고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는 장면이다.
이정후는 해당 장면이 샌프란시스코의 오퍼였는지에 대한 언급은 피했으나, 기대 이상의 금액을 듣고 주저앉았다. 그는 “그게 첫 오퍼를 받았을 때다. 샌프란시스코라는 명문구단에 가게 돼 영광이다. 구단에서 내게 이렇게 투자해주신 만큼 그에 걸맞은 플레이를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지난 16일(한국시간), 입단식까지 가지며 계약을 순조롭게 마쳤다. 이제 이정후는 ‘메이저리거’다. 1억 달러가 넘는 ‘대형’ 계약에 샌프란시스코도 공식 홈페이지 및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그의 입단 관련 소식을 대거 올리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정후로선 부담이 클 법하지만, 어떤 한 마디로 그 부담이 기대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바로 에이전트가 이정후에게 건넨 “네가 어릴 때부터 지금껏 야구를 해 온 것에 대한 보상”이란 말이다.
‘지금껏 야구를 해 온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말은 이정후에게 참 많은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갈 말이다. 이정후는 태생부터 주목받았다. 한국 야구 레전드 이종범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정후는 “야구는 내 운명”이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갖고 놀던 게 야구공이었고, 야구 하는 아버지를 보는 게 매일의 일상이었다. 그렇게 야구를 좋아하게 됐고, 사랑하게 됐다. 그러나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정작 아버지 이종범은 반대했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본격적으로 야구를 배웠다. 그러나 시기와 질투가 항상 따라다녔다. ‘이종범의 아들’ 수식어는 이정후에게 결코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럴수록 남몰래 이를 악물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2017 KBO리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現키움)에 입단했다. 부자(父子)최초로 1차 지명된 역사를 쓴 것이다.
1차 지명으로 프로 입단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많았다. 이정후는 항상 ‘이종범의 아들’이 아닌 ‘이정후’ 그 자신으로 기억되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 수식어를 지우기까지 단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입단 6년 차이던 지난 2022년, 이정후는 타율(0.349), 출루율(0.421), 장타율(0.575), 안타(193개), 타점(113점)까지 타격 5개 부문 1위에 오르며 타격 5관왕을 차지, 2022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른다. 그의 나이 만 24세에 불과했다. 이날 이정후는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비로소 내게 늘 따라다녔던 ‘이종범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야구선수 이정후로 당당히 섰다”라고 MVP 수상소감을 밝혔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이자 MVP가 되기까지, 그리고 ‘꿈의 무대’인 미국 메이저리그(ML)에 진출하기까지 그가 쳐낸 공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할 당시 이정후는 긴장이 크게 됐는지 시종일관 뒷짐을 지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질의응답에 임했다. 가까이서 그의 손가락과 손바닥을 유심히 볼 수 있었는데 햇볕에 그을려 검게 타버린 까무잡잡한 피부보다 눈에 띈 건 굳은살이 하도 박이고 벗겨지길 반복해 이젠 자연스럽게 그의 일부가 되어버린 피부의 단단함이었다.
이정후는 “1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제시받았을 때, 부담됐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에이전트가 내게 해 준 말이 가장 기억 남는다. 그 말을 듣고 부담이 줄어들었다. 지금은 기대가 더 크다”라며 미소 지었다.
1억1300만 달러는 이정후가 그간 버텨내고 달려온 시간에 대한 보상이다.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빅리거’는 수만 시간의 연습으로 다져진 실력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별들의 무대로 출항할 준비를 마쳤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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