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낙인 우려 반복에도…H지수 ELS 발행 꾸준한 이유

최성준 2023. 12. 2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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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홍콩H지수 기반 ELS 손실 우려 이슈
높은 위험성에도 고수익 제공…수요 끊이지 않아

최근 홍콩증시가 부진에 빠지면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홍콩H지수(HSCEI)가 5500대까지 내려가면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가 손실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의 위기 상황이 닥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과거 기사를 살펴보면 '홍콩H지수 급락에 커지는 원금손실 공포'와 같은 제목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H지수로 인한 ELS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이렇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위험성이 높은 기초자산을 담은 ELS를 증권사가 계속 발행하고 투자자가 사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원금손실 위기에 빠진 홍콩H지수 ELS

ELS는 개별 종목, 시장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해당 자산이 미리 정해진 수익구조 안에서 움직이면 특정 시점에 수익을 제공하는 파생상품입니다. 기초자산이 예상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정해진 수익을 얻지만 예상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면 원금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는 형식이죠.

ELS는 수익구조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가집니다. 여러 형태 중에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형태는 '스텝다운'형입니다.

스텝다운형은 3~6개월 등 일정한 기간 안에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수익을 지급하고 조기상환하는 형태입니다. 만약 기초자산이 경계기준가격을 하회(낙인, Knock-in)하고 만기까지 상환에 실패한다면, 최초 기초자산 가격에서 하락분만큼 손실을 봅니다.

최근 원금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ELS도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담은 스텝다운형 상품입니다.

한 상품을 예시로 볼까요. KB증권이 지난 2021년 1월 20일 발행한 'KB able ELS 제1579호'는 현재까지 상환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5차 상환일 기초자산이 최초 가격의 80%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를 밑돌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9월말에는 홍콩H지수가 최초 기준가격 11945.35의 50% 수준인 5900대까지 하락하며 낙인까지 기록했죠. 만기일인 내년 1월 19일까지 최초 기준가격의 80%(9556.28)까지 홍콩H지수가 회복하지 못한다면 원금 손실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올해만이 아니었던 홍콩H지수 ELS 위기

한 상품의 예시를 들었지만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발행한 ELS는 상당히 많습니다. 지난 8월말 기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담은 ELS 판매 잔액은 총 20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만큼 논란도 커지고 있는 겁니다.

다만 지난 2008년과 2015~2016년에도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 흘렀습니다. 이 기간에도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ELS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졌고 은행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고려하는 등의 흐름으로 이어졌죠. ▷관련 기사:[Inside story]ELS 장밋빛 전망이 오해 불렀다

이처럼 H지수로 인한 ELS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이렇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위험성이 높은 기초자산을 증권사가 굳이 ELS에 편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든 금융상품의 목적은 수익을 추구하는 데 있습니다. 홍콩H지수를 편입한 ELS를 증권사가 계속해서 발행하고 은행 등 판매사가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수익률이 다른 기초자산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기발행 ELS 기초자산별 수익률 차이 비교

조기상환에 실패해 만기를 기다리고 있는 ELS를 예시로 보겠습니다. 지난 2021년 1월 20일 발행한 'KB able ELS 제1579호'는 홍콩H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유로스톡스(EuroStoxx)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로 수익률은 연 4.2%로 만들어졌습니다.

같은 날 발행한 'KB able ELS 제1581호'는 기초자산 중 홍콩H지수가 코스피200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연 3.7%로 수익률이 0.5%포인트 차이가 났습니다.

비슷한 기간 발행한 다른 증권사의 ELS를 비교해도 홍콩H지수를 포함한 ELS가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했습니다.

1%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당시 금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지난 2021년 1월 중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예금)금리는 연 0.87%에 불과했습니다. 수익률 1%포인트 차이는 상당히 큰 차이였던 셈입니다.

홍콩H지수가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변동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파생상품 관련 전문가는 변동성이 더 높은 지수일수록 증권사가 ELS 수익률을 더 높게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위험도가 높아져도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는 홍콩H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은 상품을 선호하고, 이러한 수요가 이어지면서 증권사도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에 담고 있는 겁니다.

원금손실의 위험에 빠지긴 하지만 실제로 손실이 확정된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에서 H지수가 계속 발행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홍콩H지수 ELS는 과거부터 손실 위기로 대두된 적은 많았으나 결국 지수가 회복하면서 실제 손실을 보는 결과는 많지 않았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H지수 ELS가 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논란 중에도 발행하는 홍콩H지수 ELS

실제로 손실 위험이 커진 현재도 증권사들은 기초자산에 홍콩H지수를 포함한 ELS를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발행하고 있습니다.

청약중인 ELS 기초자산별 수익률 차이 비교

현재 미래에셋증권이 청약받고 있는 '미래에셋 ELS 35107'은 연 8.2%의 수익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삼성증권의 '삼성 ELS 제29309회'는 연 7.5%의 수익을 약속했습니다. 함께 청약받고 있는 다른 ELS와 비교해보면 0.36%포인트, 1.2%포인트 높은 수익으로 구성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오히려 현재가 ELS 투자 적기라는 의견도 내고 있습니다. 스텝다운형 ELS의 발행조건을 고려하면 지수가 하단에 위치할수록 위험도가 낮아진다는 점에서입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텝다운형 ELS는 기초자산이 하락할 때 손실 가능성이 높은데 역사적 하단레벨까지 지수가 하락했다면 더 내려갈 가능성이 오히려 적다고 볼 수 있다"며 "현재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에 가입했다면 홍콩H지수가 2500이하로 하락해야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른 기초자산보다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홍콩H지수의 위험성이 높았음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LS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투자 손실 가능성이 적은 기초자산을 고려하는 등 위험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ELS는 본인이 감안할 수 있는 위험도를 잘 고려해서 큰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닌,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수가 바닥이라 판단할 때는 상단이 막힌 ELS보다는 지수가 상승하는 만큼 수익을 얻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오히려 고민해볼 수 있다"며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손실 우려에 굳이 몸담기 보다는 S&P500 등 안정적인 자산을 담은 ELS를 선택하거나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을 고려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전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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