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인국 "이재는 운명, 한치의 망설임 없었다"
죽음·지옥 연기 "매일 울다가 지쳐"
"불타죽은 최시원 가장 고통스러워"
가치관 변화 "스쳐가는 시간도 소중"
"응칠처럼 사투리 쓰는 역 또 하고파"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서인국(36)에게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몇 년 전 원작 웹툰을 접하고 '드라마화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처음엔 특별출연 제안을 받았으나, 하병훈 PD는 다시 주인공인 '최이재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당시 작품의 재미를 확신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뒤늦게 웹툰 인기로 인한 부담감도 느꼈지만, "이재와 눈 밑에 점이 있는 것도 같다. 운명이었나 보다"라며 좋아라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 나와 감독님의 욕심이 있었다.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서인국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다. 연기자마다 캐릭터성, 색깔이 있지 않느냐. 그동안 멋있고 웃기고 사랑스럽고 무서운 역 등 여러가지를 했지만, 이재는 지질함이 있고 삶과 죽음에서 왔다갔다하며 감정이 극한으로 가는 모습이 굉장히 입체적이었다. '기존 서인국에게 보지 못한 모습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작업해 '인생캐' 욕심이 있다."
이 드라마는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최이재'(서인국)가 12번의 죽음과 삶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동명 네이버웹툰이 원작이다. 이도현과 고윤정을 비롯해 이재욱, 김재욱, 오정세, 김지훈, 그룹 '슈퍼주니어' 최시원, 성훈, 김강훈, 장승조 등은 이재 죽음 후 12번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등장한다. 총 8부작이다. 15일 파트1(1~4회)을 공개했으며, 다음 달 5일 파트2(5~8회)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재로 환생한 이들 중 가장 놀란 인물로 갓난 아기를 꼽았다. "모두가 얘기했다. 아기가 연기를 정말 잘한다. 눈썹 연기 봤느냐. 스태프들이 엄청나게 노력해 타이밍을 계속 기다렸다. 갓난아기라서 말도 안 통하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카메라를 켜 놓고 리액션이 나올 때까지 계속 촬영했고 최고의 만족도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여자친구인 소설가 '이지수' (고윤정)과 함께한 신이 가장 절절하다며 "이재가 살아있을 때 지수와 오해가 있었다. 서로 직면했을 때 슬픔이 제일 크지 않느냐. 늦은 후회를 하지만, 시간을 돌이킬 수 없다. 용서하려고 해도 시간이 지나가서 가장 큰 슬픔을 맞이하지 않을까 싶다. 파트2에서도 슬픈 신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2021)에서 '멸망'을 연기해 도움이 됐을 터다. 그래도 "매일 울다가 지쳤다"고 할 만큼 죽음과 지옥 등을 상상하며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감정 소모가 커서 힘들었다. 죽음 신에선 제일 극한의 감정을 느꼈다. 후반부 갈수록 심해지는데, 죽음의 은신처 신은 한 달 내내 몰아서 찍었다. 보통 촬영할 때 관리한다고 닭가슴살을 먹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 맛있는 거 먹고 다시 울고, 끝나면 초콜릿으로 당 충전했다"고 회상했다.
"항상 극한의 이상을 표현했다. 죽음을 피하면 평생 살 수 있다는 극단적인 희망이 있지만, 실패하면 죽음이 반복됐다. 그 작업이 재미있었다"며 "죽음 보는 신, 피바다 신 등 컴퓨터그래픽(CG) 들어가는 장면이 궁금했다. 그린스크린에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촬영하는 게 어려웠지만, 상상으로만 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완성본을 봤을 때)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고 했다.
'죽음'을 연기한 박소담(32)에게 조언한 부분은 없었을까. 이재에게 12번의 삶과 죽음의 심판을 내린 미스터리한 존재다. "카메라가 딱 꺼지면 먹는 얘기밖에 안 한다. 둘 다 장난꾸러기"라며 "슛 들어가면 대립하지만, 내가 싸워서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일단 죽음은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 사람의 모습이고 감정이 있지만, 없는 것에서 만들어내야 해 많이 고민한 것 같다. 우리끼리 얘기하다가도 순간의 집중력으로 눈빛, 행동, 목소리 톤 등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더라. 자유자재로 움직였다"고 극찬했다.
"'박진태'(최시원)가 불타 죽는 게 가장 고통스러워 보였다. 사람의 고통을 레벨로 따졌을 때 불에 타는 게 가장 높지 않느냐. 보면서도 깜짝 놀랐다. 순식간에 지나갈 줄 알았는데, 불 타는 게 너무 길더라. '우와~너무 끔찍한데' 라면서 봤다. 파트2에 또 끔찍한 게 나온다. 솔직히 가장 잔인한 신인데, 이재가 엄청난 각성을 해 가장 좋아한다. 내가 은신처에서 촬영할 때는 감독님이 매번 이 사람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보여줬다. 엄청난 고민을 하기 보다, 그들이 해준 것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재는 죽음 따윈 두려워 하지 않는다. '죽음은 그저 내 고통을 끝내줄 하찮은 도구일 뿐'이라고 하는 까닭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삶과 죽음에 관한 생각도 바뀌지 않았을까. "죽음에 관한 생각보다, 현재 삶에 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평범한 일상과 스쳐 지나가는 시간조차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돌이켜 봤을 때 굉장히 의미있고, 하나하나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재는 삶을 포기한 대가로 죽음의 심판을 받았다. 10년 넘게 연기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느냐'는 질문엔 "그런 생각은 많이 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뭔가를 준비할 때 설렘과 부담감을 느끼지 않느냐. 스스로 만족이 안 될 때 '아, 내가 하는 게 맞나. 이대로 하는 게 정답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스스로 채워지지 않는다면 그때까지 작품을 안 하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런 고민은 매 순간 찾아온다"고 털어놨다.
"이번에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적이 많다. 초반에 지옥을 보는 신이 있다. 강풍기 4대 있고 스태프들이 지나다니는데, 무릎을 꿇고 밑이 지옥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해야 했다. 지옥이 끔찍하다 해도 진짜 모르겠더라. 내가 지옥을 목격한 인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방송을 보고 정말 마음에 들었다. 원래 극본에선 오로지 내 얼굴만 클로즈업한다고 해 부담됐다. 내 표정과 눈빛 하나로 시청자에게 지옥을 정확하게 보여 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감독님이 밑에서부터 지옥을 살짝 보여주면서 내 얼굴을 클로즈업해 다행이다."
서인국은 내년 2월까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재, 곧 죽습니다 OST를 불렀는데 "내년 앨범도 발매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인터뷰 중간 중간 자신도 모르게 사투리가 나오곤 했다. '응답하라 1997'(2012)과 같은 작품도 다시 한 번 하고 싶지 않을까. "정말 하고 싶다"며 "사실 어제 신원호 PD님을 우연히 만났다. 사무실에 잠깐 들렀는데, 감독님이 있을 줄 몰랐다. 잠깐 들어와 보라고 하더니 포스터에 사인하라고 하더라. 응답하라 첫 시리즈라서 우리 사인만 없다고 하더라. '우주 최고의 감독님'이라고 기분 좋게 사인했다. 사투리 쓰는 역 진짜 다시 하고 싶다"고 바랐다.
"내 작품 중 순위를 꼽을 수는 없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처럼 절절한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 슬픈 작품 보고 울고 가슴 먹먹해지는 게 싫지만, 내가 그런 걸 하고 봤을 때 희한한 감정이 들더라. 우리 집에서 권수현씨 등 몇몇 배우와 함께 마지막 회를 봤는데, 내 작품을 보고 운 적은 처음이다. 당시 배운 게 많아서 다시금 해보고 싶다. 물론 브로맨스도 하고 싶다 '38 사기동대'에서 마동석 선배와 까불거리고 사기 치고, 정의를 위해 한 행동도 재미있었다. 내년에도 바쁘게 살고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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