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밝힌 진실과 과학[신간]
재난에 맞서는 과학
박진영 지음·민음사·1만7000원
다치고 아프고 죽어야 만들어지는 지식이 있다. 2023년 10월 말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확인된 사망자는 1835명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 가족의 청결과 건강을 지키는 제품으로 판매됐다. 출시 전부터 울린 경고음을 제조사들은 무시했다. 2011년 원인불명의 폐 질환 사례가 쌓였고, 역학조사진은 교차비가 47.3(특정 인자에 노출된 사람이 노출 안 된 사람보다 질병 확률 47.3배)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더디 결정된 수거 명령 시점까지 제품은 1000만 개 가까이 팔렸다. 저자는 환경사회학과 과학기술학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재구성했다. 특히 과학의 기본 특성인 불확실성이 재판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지적하며 “차갑고 객관적이고 완전무결한 과학은 재난을 끝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과학이 뭔지 묻자며 “누구나 손을 들고 과학에 대해 말할 때 세상이 바뀐다”고 덧붙인다.
사람을 목격한 사람
고병권 지음·사계절·1만6800원
‘싸구려 앰프’가 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 중요한 소리가 세상에 잘 들려질 수 있게, 누구나 마구 갖다 쓰는 앰프가 되고 싶다고. 노들장애인야학 철학 교사인 저자의 산문집 속 주인공은 이른바 소수자, 사회적 약자다. 사람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들, 장애인, 이주민, 환자, 비인간 동물의 목격자로서 그는 삶으로써 저항하는 이들의 뜻을 글로 전한다. 더 많은 ‘두 번째 사람’이 아파하는 첫 번째 사람들에게 기꺼이 소매를 잡혀주는 세상을 소망하게 한다.
양심은 힘이 없다는 착각
린 스타우트 지음·왕수민 옮김·원더박스·2만원
세상 모두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 시대, 양심을 말하는 건 바보짓일까. 저자는 오히려 양심이 사회를 유지하는 강력한 힘이라고 말한다. 양심을 키우고 활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가능성도 탐구한다.
관계의 언어
문요한 지음·더퀘스트·1만7000원
사과를 했는데 상대는 두고두고 그 일을 복기한다. “생각해서 말해준다”는 그 말은 참 듣기가 싫다. 잘 아는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 이유. 저자는 상대의 마음을 자기중심적으로 읽지 말고 ‘마음 헤아리기’의 언어를 쓰라고 한다.
우리 아이의 입시는 공정한가
이현, 김용, 박대권 지음·지식의날개·1만8000원
‘킬러 문항 없는 불수능’이란 신비로운 결과물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입시의 공정성과 선발의 적합성을 기준으로 역대 대학입시 정책을 짚어보고, 현 정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안을 해부했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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