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리스크’ 키운 윤석열의 침묵 [8교시 정치탐구]
김은지(시사IN 정치팀장)
‘명품백 수수’ 답변하지 않겠다? 문제는 윤석열이다
"‘김건희 리스크’라는 말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 내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정파적인 이슈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짚고 싶은데요. 2021년 국민의힘 후보 경선 당시 상대 후보였던 홍준표·유승민 쪽에서 시작된 문제 제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거든요. 본인·부인·장모를 합쳐 만든 ‘본부장 리스크’라는 말, 홍준표 캠프에서 나온 겁니다.
특히 대통령의 배우자 관련 의혹이 지금까지도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에 없던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2부속실이 폐지되면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적 보좌기구도 없는 상황입니다. 참여정부 시절 제2부속실장이었던 전재수 의원에 따르면 “1부속실과 2부속실은 비밀 취급 인가 수준이 다르다”고 합니다. 국가 기밀과 정보를 다루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곳에서 대통령 부인까지 보좌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부적절하죠.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었지만 대통령실에서는 “답변하지 않겠다”라고 했어요. 우리는 지금 ‘사적 개인’이라고 하기 어려운 위치에서 국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하고 있는데 엉뚱한 답변만 하고 있죠. 이번뿐만 아니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제대로 된 해명과 사과 한번 없었습니다.
보수 언론은 ‘사가로 가서 근신하라’고 하지만, 명품백 수수가 이뤄졌던 장소가 바로 그 사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였습니다. 결국 그 말의 속내는 ‘총선 때까지 안 보이면 좋겠어’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김건희 여사가 보이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지만, 이 문제는 잠깐 안 보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해 시스템을 바꿔야 해요. 결국 핵심은 윤 대통령이죠."
김만권(정치철학자)
남북문제에 나설 생각? “김건희가 대통령입니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이 터진 날이 11월27일이었고 아무런 해명 없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했죠. 단독 일정도 있었습니다. 암스테르담 동물보호재단을 방문해 “개 식용 종식을 위해 발의한 특별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어요. 대통령이 할 법한 말이죠.
대선 전에 공개됐던 ‘김건희 녹취록’도 잘못된 권력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내’가 정권을 잡으면 무사하지 못할 거다” 같은 말도 보면 권력을 잡는 주체가 남편(윤석열)이 아니죠. 정치 보복성 발언이라는 것도 문제가 있고요. “조국이나 정경심이 좀 가만히 있었으면 ‘우리’가 구속시키려 하지 않았다”라는 말은 어떻습니까? 감정에 따라 고무줄 잣대로 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말인가요? 수사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건가요? 이번에 공개된 영상에서도 “남북문제에 나설 생각”이라는 말이 있죠.
사실 현행법에 대통령 부인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4조에 경호 대상으로 포함돼 있는 게 그나마 유일한 법적 근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가 뽑은 건 대통령이지 그 가족이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중요한 이유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가족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면 안 되기 때문이죠. 대통령 부인으로서 활동할 때 정부 예산과 국민 세금을 쓰고 있지 않습니까.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남편 요아힘 자우어는 ‘퍼스트 젠틀맨’으로서 존재감이 하도 없어서 오죽하면 독일 언론이 “보이지 않는 분자 같은 사람이다”라고 했어요. 휴가를 갈 때도 메르켈 총리는 전용기를 타도, 자우어는 사비로 이동하곤 했습니다. 권력자의 배우자 및 가족이 권력 밖에 있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죠. 독일뿐만 아닙니다. 세계적인 추세가 권력자의 배우자가 해외 순방에 함께 가는 규모를 줄이고 있습니다. 아예 해외 순방만 감시하는 단체들도 있다 보니까 더 줄어드는 경향도 있고요."
‘8교시 정치탐구’ 전체 방송 내용은 시사IN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작진
프로듀서 : 최한솔 PD, 김세욱·이한울 PD(수습)
진행 : 장일호 기자
출연 : 김은지 기자, 김만권 박사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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