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날아오면 ‘삑삑’…3국 실시간 경보 공유, 누가 이익일까 [박수찬의 軍]
한 해가 저물어가던 2014년 12월, 한미일 국방차관은 3국간 협력내용을 담은 한 약정에 서명했다.
그랬던 TISA가 한미일 군사협력의 전면에 나섰다. TISA를 근거로 하는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가 19일 가동되면서다. 전례 없는 수준의 3국 협력이 막을 올린 셈이다.
북한 미사일의 발사와 비행, 탄착 과정에 대한 정보를 3국이 실시간 공유함으로서 미사일 탐지 및 요격능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오류 발생 위험 낮출 듯
한미일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에 나선 것은 3국이 미사일 탐지와 추적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제약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동해상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쏘면, 한국은 탐지·추적에 한계가 있다.
한국군 방공망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는 북한이 한반도 남쪽으로 미사일을 쏘거나 전투기를 내려보내는 것을 저지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한반도 유사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7월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쐈을 때, 군은 처음에는 미사일이 430㎞를 날아갔다고 밝혔다. 이후 한 차례 수정 발표를 거쳤고, 최종적으론 600㎞로 바뀌었다.
이같은 수정은 상황은 GSOMIA에 따른 일본과의 정보 교환에 의한 결과로 알려졌다.
당시 합참은 북한 미사일이 조기경보레이더 사각지대가 있는 동해 쪽으로 발사, 430㎞ 이상에선 추적에 실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구 곡면에 따른 탐지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미 북부사령부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곧바로 이같은 판단을 바꿨지만, 초기 경보로 인해 미 서부 공항의 비행기 이륙이 한때 중단되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한미일이 지휘통제자동화(C4I) 체계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하면, 이같은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오경보가 발생할 위험도 줄어든다.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 불필요한 혼란을 막을 수도 있다.
3국간 경보정보 공유가 진전되고 데이터가 축적되면, 군사적 측면에서 유사시 북한 미사일 요격작전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경보정보 공유를 거듭하면서 북한 미사일의 성능과 특성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실제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 궤적과 탄두 종류를 보다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요격 직후 지상에 낙하하는 잔해로 인해 발생하는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요격 방법과 지점을 신속하게 선택하는데 도움이 된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의도를 예측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위협 수준을 예측해서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보를 융합해 북한 미사일 발사시 그 종류와 의도 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미국의 역할 확대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미사일을 쏘면, 한반도와 일본을 경유한다.
미국이 괌과 하와이, 본토를 북한 미사일로부터 지키려면 한반도에서 미 서부해안에 이르는 태평양 지역을 단일 전구로 묶어야 한다. 미국으로선 한미일 3국 차원의 글로벌 미사일방어(MD)망 구성을 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국제정치적 민감성을 감안해 MD 편입에 ‘선긋기’를 하고, 중국·러시아의 반발도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부터 거론됐던 단계적 적응 접근(phased adaptive approach)이 주목받는다. 눈앞의 위협 중 공동대응이 가능한 것부터 추진하면서 상호 협력을 촉진하는 개념이다.
미국은 2010년대 초반부터 유럽 단계적 적응 접근(European Phased Adaptive Approach) 전략을 적용, 유럽 동맹국과 함께 이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위협을 앞세워 유럽 남동부를 지키는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했다. 이른바 북대서양조약기구 탄도미사일방어(NATO BMD)다.
NATO BMD는 유럽 밖에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장기적 차원의 투자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미국은 유럽 곳곳에 레이더를 설치했고, 일부 유럽 국가들도 요격체계를 갖췄다.
전쟁 직후 독일과 핀란드 등에선 미사일방어체계를 새로 도입하고 있는데, 미국 기술 또는 재정 지원이 투입된 이스라엘산이나 미국산이 다수다.
미국과 유럽 동맹국의 미사일 방어 지휘통제와 요격체계가 미국 기술과 규범에 의해 가동되면, 미국은 글로벌 MD 구축을 하지 않아도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이 가능하다.
한미일의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도 유럽과 유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패트리엇(PAC-3)과 이지스 전투체계 등 미국의 미사일 방어무기를 다수 도입했고, 지금도 구매가 진행중이다.
미사일을 포착할 레이더와 요격수단을 갖추는 기본적인 준비는 끝난 셈이다. 다음 단계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실질적인 협력을 진행하는 것이다.
대일 국민감정과 국제정치적 문제 등으로 한미일의 전면적인 미사일 방어 협력은 어렵다.
분명한 것은 공동협력 범위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협력 강도도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미국의 역할 확대가 소리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당시엔 북한이 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것이란 우려가 없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북한이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 전개를 저지하고자 괌과 오키나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크다. 미국이 미군이 주둔하는 한국과 일본, 괌과 오키나와를 단일 전장으로 보는 이유다.
미국 입장에서 괌과 오키나와에 대한 북한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맞서러면 한미일의 정찰자산과 타격자산을 유기적으로 통합·활용해야 한다.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 전력을 보내는 곳이 북한 미사일 공격으로 마비되면, 한국의 안보는 큰 위협을 받는다. 따라서 괌과 오키나와에 대한 북한 미사일 위협 공동대응 요구가 제기되면, 이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와 한미일 안보협력의 지리적 확장 요구로 이어진다. 보다 신속한 경보 정보 공유를 위해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거치지 않고도 경보 정보를 공유하도록 할 수도 있다.
북한 미사일 위협의 고도화는 미사일방어 문제를 특정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협력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협력을 통해 한미일 3국이 각자 얻는 이익도 분명히 있다.
다만 협력을 추진하면서 한미일 3국의 미사일 방어 협력의 의미와 우려되는 부분, 앞으로 발생할 변수, 협력 확대 등에 대한 논의는 공공의 장에서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미사일방어는 동북아에서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물밑 논의만으로는 국민과 주변국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범정부적 차원의 논의를 진행, 그 결과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미·일과의 합의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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