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키우는 건강한 심신, 농어촌유학의 장점이죠"
'영월 옥동초' 2023년 강원도내 가장 많은 농어촌유학생 유치
영월군 교육운영보조금 1억 지원, 방과후 활동, 체험 모두 '무료'
농어촌 유학 중에도 영어, 수학 등 체계적인 학습과 공부는 기본
부모 일자리 부족, 단기 유학, 낡은 임대주거 공간 등은 보완점으로
▶ 글 싣는 순서 |
① 강원도형 농어촌유학 현주소 ② 강원도 농어촌유학 선도 학교 1 -'자구책'으로 전국에 입소문 탄 양양 현북초 ③ 강원도 농어촌유학 선도 학교 2 -강원도내서 '가장 많은' 유학생 유치한 영월 옥동초 ④강원도 농어촌유학 선도 학교 3 -"졸업까지 하고 싶어요" 학생들의 꿈 된 농어촌유학 ⑤ 기적을 일궈낸 해남 땅끝마을 '북일초등학교' ⑥ 도시 아이들에게 제2의고향 만들어줄 '농어촌유학' 성공의 길 |
영월 옥동초에서 자라는 학생, 학부모 모두의 꿈
"풀벌레도 무섭지 않고요, 운동장에서 언제나 놀 수도 있고요, 현관문 앞이 바로 계곡이에요"
메뚜기를 잡고, 운동장에서 신나게 놀고, 계곡에 발 담그는 것 만으로 행복하다는 게 강원도 영월 옥동초등학교로 농어촌유학을 온 학생들의 말이다. 영월시내에서 15분 정도 더 시골로 들어오니 공기마저 달랐다. 시원하고 깨끗했다.
이 학교가 요즘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2023학년도 2학기 강원특별자치도 농어촌유학 프로그램 시범운영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도내에서 가장 많은 유학생들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농어촌유학 유형 중 가족체류형으로 1학년 3명, 2학년 5명, 5학년 2명 총 10명과 함께 온 유치원 동생들 4명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지난 1학기까지 재학생 수는 초등 29명, 유치원 3명이었는데 농촌유학생의 전입으로 초등 39명, 유치원 7명으로 늘어 안정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옥동초등학교를 방문한 지난 11월 17일 마침 학교에서 '느티나무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학교예술교육과 방과 후 활동으로 익힌 피아노와 바이올린, 통기타, 밴드, 국악, 리코더, 합창 등은 물론 서울에서 농어촌유학을 온 부모님 전원이 참여한 수화공연, 지역주민들의 연주회까지 학부모,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공유했다.
시골학교, 작은 학교의 특장점 중 하나가 무료로 진행되는 방과 후 활동과 특색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활동을 위해 영월군은 교육운영보조금 1억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때는 비용을 지불하고 배웠던 예능을 여기에서는 무료로 익히고 무대에서 발표까지하는 이점을 얻게 됐다.
몸과 마음이 함께 자라는 농어촌 유학
농어촌유학을 온 부모님들은 모두 '학원으로부터의 해방'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매번 반복되는 학원 스케줄로 자녀의 스트레스와 또래의 관계 형성에 대한 걱정이 가장 문제였지만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영어, 수영, 미술, 피아노 학원을 다녔고요. 학습지도 했어요. 밤 11시에서 12시에 잠을 잤는데요, 요즘은 학원은 안 다니고 학교에서 배우고 잠자는 시간도 1-2시간 빨라졌어요. 선생님이 제 질문을 듣고 대답을 자주 해주시는게 너무 좋았어요. 학교가 좋고 책 읽는게 더 좋아졌어요" 2학년 김예람 학생의 말이다.
2학년 나시온 학생은 조금 특별한 이유로 영월로 유학을 왔다. 시온이는 5세부터 아토피를 심하게 앓고 있었다. 발바닥이 온전하지 안아 붕대를 감아 걷지 못했고 여름에는 긴 바지를 입고 다녔다. 고통이 지속돼 매일 울며 잠이 들고 먹을 것도 마음껏 먹지 못했다.
시온이 아버지는 "아토피로 많이 속상해 하고 친구들과 다른 자신의 상황에 매몰되는 것 같아 다양한 자극이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농어촌 유학은 성공적이었다. 서울에서는 일 년에 한번 갈까 말까 한 체험학습을 여기서는 일주일에 두 세 번씩 간다. 아이가 즐거워했고 학원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친구들도 자유롭게 함께 시간을 보낸다. 정말 기적처럼 영월에 온 지 3주만에 아토피가 저절로 아물었다. 피와 진물이 멈췄고 새 살이 돋았다. 함께 서울에서 내려온 부모님들도 신기해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아토피가 치료 된 건 덤이다. 아이가 너무 행복해 한다. 작은 황토방에서 셋이 잠을 자고 건강한 나무에서 나오는 공기를 마시고 이곳에서 자란 채소와 과일을 먹는다. 이게 전부인데 행복하다"
서울에서도 모범학생으로 불렸던 박해솔(2학년), 해준(7살)이네 집에 취재를 간 날, 서울 친구 2명이 놀러왔다. 이중 1명은 농촌유학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해솔, 해준 어머니는 "서울 송파에서 왔다. 주변은 방의동, 대치동 학원, 교육으로 치열한 동네다. 저도 그런 곳에서 자랐고 공부를 했다.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키우기 싫었다. 건강한 마음, 정서, 사랑, 좋은 이웃이 필요했다. 잣 까기, 배추 뽑기, 다슬기 잡기, 벌레잡기를 하느냐고 하루가 짧다. 오늘 서울에서 놀러 온 친구들이 짧은 이 시간에 모두 체험해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 학원이 없어 집에서 국어, 수학, 영어 듣고 말하기, 감사 일기 쓰기를 스스로 하거나 부모들이 도와주고 있다. 농촌유학을 와도 체계적인 학습과 공부는 기본이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농어촌유학을 온 열 가족은 영월군 체험휴양마을로 만들어진 예밀포도마을에서 무료 임대로 거주 중이다. 농촌유학생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 월 60만원의 유학비를 받고 방과후 활동비 등 지자체에서 추가로 일정 금액을 지원받고 있다.
정주 여건 개선, 학부모 일자리 안정 등 보완점도
초반 호응 속에서도 농어촌유학이 지속적인 교육 정책으로 정착하기 위한 보완점도 적지 않다.
학교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오히려 다시 서울 학교생활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님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농촌에서의 부모들의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다는 점, 유학 기간이 6개월에서 최장 1년 뿐이 되지 않는 다는 점, 무료 임대 거주 공간이 낡아 보수가 필요하다는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최남희 영월 옥동초 교사는 "학교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학생 수의 증가를 통해 작은 학교에서의 약점이 보완돼 작은 학교만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학생 수의 증가로 또래 관계를 형성하고 협력학습 등 사회·문화·생태적 학습 능력이 향상됨은 물론 본질적인 작은학교 교육과정의 운영을 정상화하게 됐다. 농촌유학은 학교만의 힘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학교·마을·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키워 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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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CBS 진유정 기자 jyj85@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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