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평 11억’에 미계약 물량 속출하는데… 분양가 올릴 수 밖에 없는 이유
올해 3000만원 넘은 이후 가파른 상승
‘줍줍’ 늘어나도 건설사는 ‘완판’이 중요
“분양가 상승 막을요인 없어”
서울 아파트의 3.3㎡(평)당 분양가격이 한 달 만에 200만원 가까이 오른 3400만원대를 기록했다. 국민평형인 전용 84㎡ 분양가가 11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최근엔 고분양가 논란에 미계약 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분양가는 내년에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2023년 11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415만1000원이었다. 10월말 3215만5200원 대비 199만5800원(6.2%)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4.4% 올랐다.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이 3.3㎡당 3000만원을 넘은 것은 불과 지난 1월이다. 11개월만에 400만원 이상 오른 셈으로,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실제로 이달 분양한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 푸르지오 어반피스’ 주상복합 분양가는 전용 84㎡ 공급금액이 최대 15억9500만원에 책정됐다. 강서구 발산동에서 분양한 ‘삼익더랩소디’는 전용 44㎡의 분양가가 11억원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인근 대장 단지인 2005년 준공된 우장산힐스테이트 전용 84㎡가 지난달 11억85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교하면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분양가가 치솟다보니 계약 포기 물량이 예상보다 많이 나오면서 ‘줍줍’ 물량도 쏟아지고 있다.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이문3구역 재개발) 미계약 물량 152가구 모두 지난 15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일반공급 물량의 10% 수준이다. 10월 분양한 구로구 ‘호반써밋 개봉’도 48가구에 대해 지난 11일 다시 2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무순위 청약을 하고도 미계약 물량이 남은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내년 분양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택지비와 공사비 등 분양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가운데 가격을 내릴 수 있을만한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자재 비용과 인건비, 안전관리비용 등은 한번 오르면 떨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
뿐만 아니라 층간소음 대책기준 강화와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등 정책적인 요인도 공사비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공동주택 층간소음 대책에서 소음 기준(49dB·데시벨)을 맞추지 못하면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3.3㎡당 5만원 정도 인상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년부터는 사업계획 승인을 새로 신청하는 30가구 이상의 민간 공동주택에는 제로에너지 건축을 의무화해야 하는데, 이 역시 공사비 인상을 가파르게 하는 요인이다. 제로에너지 인증제는 건축물의 5대 에너지(냉방, 난방, 급탕, 조명, 환기)를 정량적으로 평가해 건물 에너지 성능을 인증하는 제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제로에너지 건축물이 기존 건축물에 비해 공사비가 30% 가량 더 들 것이라고 봤다.
과도하게 높아진 공사비에 미계약 물량이 늘어나도 분양가가 조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1순위 마감에 경쟁률이 폭증하는 경우를 건설사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상 분양가를 책정했어도 잘 팔렸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며 “완판이 되지 않더라도 대거 미분양이 되지 않는 이상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경우가 많고, ‘N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더라도 결국 언젠가는 다 팔린다는 믿음이 있어 미계약 물량이 늘어난다고 분양가가 낮아질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축비에 들어가는 요소들도 생활물가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소주값 등 전반적으로 물가가 다 오르는데 건설자재만 내릴 요인은 딱히 없다”며 “이런 가운데 층간소음이나 제로에너지 등 건물을 더 튼튼하게 짓는 요인들이 추가되기 때문에 분양가 상승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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