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겨우 2000원… 한국은 비싸서 못 먹는 딸기, 중국선 가격 폭락
재배면적 확대에 작황 호조 겹쳐 공급 과잉
韓 딸기는 금값… 작황 부진에 생산량 급감
지난 19일 오전, 중국 베이징 펑타이구에 있는 신파디 농산물 도매시장. 과일 구역으로 들어서니 베이징 최대 도매시장답게 빨간 비닐 천막 수백 개가 줄지어 있었다. 각 상인은 이 안에 과일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얼핏 봐도 물량이 가장 많아 보이는 것은 겨울 제철 과일인 딸기였다. 가격은 대체로 저렴한 품종이 1근(500g)에 10위안(약 1800원) 선에 형성돼 있었는데, 5근짜리 한 박스를 30위안(약 5500원)에 파는 집도 있었다. 한국 돈 2000원이면 1kg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알이 크고 색이 선명해 이 가격이면 거저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왜 이렇게 딸기가 싸냐고 묻자, 상인들은 올해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 상인은 “최고급 품종 중 하나인 단둥홍옌 딸기의 경우 지난해 1근에 50위안에도 팔았다”며 “지금은 보통 30위안대에 팔고, 20위안짜리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어제오늘 들어오는 딸기들은 가격이 조금 오르긴 했는데, 그래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반값 수준”이라며 “가격이 저렴해졌으니 사람들이 딸기를 더 쉽게 사먹을 것으로 기대하고 많이 가져다 놨는데, 안 팔리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딸기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중국에서 딸기 값이 폭락하고 있다. 딸기가 금값이라 딸기가 들어간 식품 가격까지 고공행진하고 있는 한국과는 정반대다. 중국은 소비 흐름에 맞춰 매년 딸기 생산량을 늘려왔는데, 올해 소비 둔화에 풍년까지 겹치면서 공급과잉이 발생했다. 중국 내에서는 딸기 산업의 성장세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딸기 농가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 신파디 농산물 도매시장의 일일 가격동향 데이터에 따르면, 19일 기준 현재 홍옌 딸기는 1근당 최저 7위안, 최고 13위안, 평균 10위안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보다 평균 가격 기준 60% 떨어진 것이다. 닝위 딸기(11.5위안)와 톈바오 딸기(18.5위안) 역시 각각 평균 판매 가격이 1년 전 대비 20%, 30%씩 낮아졌다. 딸기 가격 하락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후베이성 우한의 딸기 농장 주인은 “물량이 대량으로 풀리는 내년 2~3월쯤 딸기 가격이 저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딸기 가격이 급락한 이유는 공급과잉에 있다. ‘중국 딸기 산업 발전 동향 분석 및 투자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딸기 생산량은 2011년 201만톤(t)에서 2021년 368만t으로 10년간 83% 증가했다. 전 세계 총생산량의 3분의 1 이상 규모다. 중국 내 딸기 소비량이 늘어나자 이에 맞춰 재배 면적을 늘렸는데, 올해 딸기 재배에 최적의 기후 조건까지 나타나면서 공급이 넘쳐나게 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딸기 생산량이 600만t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딸기 재배 면적이 전년 대비 12% 늘어난 것까지 고려한 수치다.
이런 상황은 한국과 정반대다. 최근 한국에서는 딸기 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딸기를 활용한 음료, 빵, 케이크 등의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추세다. 기상 악화 등의 여파로 작황이 부진했던 데다, 재배 농가의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출하 면적도 감소하면서 공급량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 가락시장 경매에서 딸기 2kg(특급) 가격은 5만1612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만1934원) 대비 23% 오른 것이다.
중국 딸기 가격이 하락하면서 농민들의 경제적 타격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딸기 농민들의 소득이 감소한 것은 물론, 손실을 보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 매체에 소개된 한 농민은 지난해 6666㎡(약 2000평) 규모로 딸기 농사를 지으면서 666㎡당 1만위안(약 182만원)을 벌었다. 이에 올해 재배 면적을 1만3332㎡로 늘렸는데, 666㎡당 수입은 오히려 지난해의 5분의 1 수준인 2000위안에 불과한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딸기 산업의 성장세가 정점에 달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혁신과 품종 개선으로 딸기의 대규모 생산이 촉진됐지만, 수확량을 과도하게 늘리다 보니 딸기 수요와 공급간 불균형이 발생했다”며 “시장이 거대한 생산능력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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