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자율로 회사채 찍었던 유통업계... 신용등급 하향 전망에 자금경색 우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하이마트·코리아세븐 신용등급 강등
소비 침체·사업 확장에 따른 재무부담 영향
대형마트‧편의점 등 국내 유통업계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연이어 하향 조정되고 있다.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데 다, 소비 패턴 변화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 횟수 자체가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문제는 올해보다 내년이다. 업황 회복은 어려운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내년 자금조달 시 이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0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이달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는 국내 대형마트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인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한 단계 내렸다. 대형마트 업황이 예전만큼 좋지 않은 데 이어 온라인, 건설 등도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더블유컨셉코리아, 지마켓글로벌, 스타벅스코리아, SSG랜더스 등을 인수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진 점도 등급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실제 이마트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3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43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이에 영업이익률은 0.2%에 불과했다. 반면 매출액은 22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성장했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외형은 성장하고 있지만, 손에 남는 돈은 크게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당분간 현금흐름 개선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 가기보단 온라인으로 구매하거나 집 근처에서 소량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대형마트 실적 반등이 어려운 상황에서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온라인 부문, 신세계건설의 미분양사업장 손실 등이 반영되면 연결 수익성도 저조할 수밖에 없다.
이는 내년 자금조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마트는 내년 2월부터 6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표면이자율은 1.422~2.212%로 매우 낮다. 조달금리가 높아지면서 차환 시 이자비용이 늘어날 예정이다.
◇ 편의점·가전유통업체도 신용등급 ‘강등’... 채권업계 ”계열사 지원 고려하면 실제 위기 가능성 낮아”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편의점, 가전유통업체도 경기 둔화, 소비패턴 변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그룹의 편의점 체인회사인 코리아세븐, 가전유통업체인 롯데하이마트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우선 지난달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코리아세븐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강등했다. 지난해 초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며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했는데, 통합비용 발생, 물류비용 상승 등으로 영업수익성이 저하됐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3분기 연결 누적기준 영업적자는 224억원으로 집계됐다. 물류비용이 더 오를 수 있고, 경쟁사 대비 독자개발(PB) 상품도 부족해 단기간 내 영업수익성을 회복하는 건 어렵다고 평가됐다.
돈을 벌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달금리가 오르면,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달 코리아세븐은 1년 6개월물로 12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금리는 연 7%로 책정됐다. 지난 6월 1년물 900억원 발행 당시 연 6.3% 이자율이 책정된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발행 조건이 나빠졌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1500억원 중 1300억원의 금리가 연 2.72~3.00%여서 차환 시 이자부담이 커질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도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하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들이 가전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경쟁력을 잃었고, 경기 둔화로 수요마저 위축된 탓이다. 9월 기준 부채비율은 86%인데, 영업환경이 나빠져 130%를 초과한다면 등급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유동성 위기가 우려된다는 전망도 나왔다. 롯데하이마트는 9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이 약 2200억원 수준이며, 한 해 동안 벌어들이는 현금이 1600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유동성은 약 3800억원이다. 이와 비교해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차입금만 3500억원이며, 추가적인 시설투자, 이자비용 등을 고려하면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분석에서다. 내년 6월 만기가 도래하는 1400억원 채권 발행이자는 1.971%여서 당장 이자비용 증가가 예정됐다.
다만 신용등급이 강등됐더라도 계열사 지원 가능성이 있어 실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통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는 계열사 지원 가능성이 배제된다. 유사시 그룹 측면에서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 측면에서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금리가 높아지는 반면 계열사 지원이 예상돼 안정성까지 갖춘 채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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