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우승, 일단 부딪혀보겠다” 샌프란시스코 입성한 빅리거 이정후의 각오
[인천공항(영종도)=뉴스엔 글 안형준 기자/사진 유용주 기자]
이정후의 목표는 '우승'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한 이정후는 12월 19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을 맺은 이정후는 '황금 옷'보다 더 값비싼 '다이아몬드 옷'을 입고 고국 땅을 밟았다.
역사적인 계약이었다. 포스팅으로 빅리그에 진출한 이정후는 역대 코리안리거 2위의 엄청난 계약을 따냈다. 미국에 진출하는 계약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 종전 최대였던 2013시즌에 앞서 류현진이 LA 다저스와 맺은 3,600만 달러(6년) 계약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추신수가 2014시즌에 앞서 텍사스 레인저스와 맺은 7년 1억3,000만 달러 계약에 이어 역대 한국인 2위의 규모다.
아시아 출신 야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맺은 계약으로도 최대 규모였다. 지난 겨울 요시다 마사타카가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하며 맺은 5년 9,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역대 한일 포스팅 역사를 모두 살펴도 이정후보다 규모가 큰 계약은 다나카 마사히로(NYY, 1억5,500만 달러) 밖에 없었다. 일본 야수들보다 더 뛰어난 평가를 받은 셈이다.
그만큼 대단한 계약. 이정후로서도 예상보다 훨씬 큰 금액이었다. 이정후도 "제시 금액을 듣고 다리가 조금 풀렸다"고 털어놓았다. 이정후는 "명문 구단에 입단하게 돼 영광이다. 구단에서 내게 투자해 준 만큼 기대에 걸맞는 플레이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단숨에 샌프란시스코 구단 최고액 연봉자가 됐다.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는 유서깊은 라이벌. 이정후에 앞서 다저스와 무려 7억 달러 계약을 맺고 입단한 오타니 쇼헤이의 이름이 소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정후는 "오타니는 이미 전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고 나는 이제 시작하는 선수다. 비교는 말이 안된다. 계약 규모도 비교가 안되지 않나. 너무 그렇게(비교하는 구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겸손하게 반응했다.
오타니와 비교에는 손사래를 쳤지만 두 선수의 목표는 같다. 바로 우승이다. 이정후는 "아직 우승을 한 번도 못 해봤다. 그래서 우승을 가장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고 한국시리즈도 경험했지만 우승 트로피는 들어올리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다시 신인이다. 뛰어난 데뷔시즌을 치른다면 코리안리거 최초 신인왕도 노려볼 수 있다. 역대급 계약을 맺은 만큼 기대도 높다. 이정후는 이에 대해 "신인왕 경쟁은 사실 KBO리그에서도 신인 때 내가 신인왕을 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시즌을 치렀다.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가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때 생각할 일이다. 처음부터 신인왕을 목표로 잡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뛰는 한국 선수는 이정후가 처음이 아니다. 많은 경기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2017시즌 황재균이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적이 있다. 황재균은 데뷔전에서 홈런을 쏘아올리는 진기록도 썼다. '한국인 1호 홈런'은 이제는 이정후가 가질 수 없는 기록. 이정후는 다른 것을 원하고 있었다. 바로 '스플래시 히트'였다.
스플래시 히트는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파크의 특별함이다. 맥코비 만에 인접한 오라클파크는 우측 담장 너머로 바다가 있다. 샌프란시스코 타자가 홈런 타구를 우측 담장 너머 맥코비 만 바닷물에 떨어뜨리는 것을 스플래시 히트라고 부른다. 이는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홈런을 기록한 좌타자 배리 본즈의 전매특허였다. 입단식에서도 스플래시 히트를 언급한 이정후는 다시 한 번 이에 대한 욕심을 나타냈다. 이정후는 "스플래시 히트가 유명하지 않나. 나도 왼손타자다.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스플래시 히트로 유명한 오라클파크의 우측 담장은 사실 외야수들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존재다. 외야가 비대칭인 오라클파크는 우중간이 좌중간에 비해 깊고 우중간부터 우측 파울폴까지 이어지는 우측 펜스는 각도가 다른 구장들과 다르다. 우측 펜스의 역할을 겸하는 벽돌 구조물까지 있는 탓에 공이 어떻게 튈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중견수와 우익수의 수비가 쉽지 않은 구장이다.
이정후도 이 점을 경계하고 있었다. 주전 중견수를 맡을 예정인 이정후는 "오라클파크는 가장 아름다운 야구장"이라면서도 "좌중간은 괜찮은데 우중간은 수비가 힘들 것 같다. 우중간 쪽으로 타구가 가면 공이 어떻게 튈지 잘 모르겠더라. 그런 부분에 신경을 잘 써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벌써 10년 가까이 중견수 자리에 확실한 주인이 없었던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 영입으로 드디어 중견수 고민을 해결하게 됐다고 기대하고 있다. 수비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만큼 이정후도 철저한 준비를 다짐했다.
반면 타격 부문에서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정후는 "우측 펜스가 짧게 느껴지지만 확실히 높더라"며 "하지만 우중간이 넓다. 오히려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홈구장이지 않나 싶다. 나는 홈런타자가 아니고 좌우중간을 갈라서 치는 타자다. 내 장점을 잘 살린다면 내게 잘 맞는 홈구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제 막 계약을 마쳤지만 이정후는 벌써 준비를 시작했다. 이정후는 "올해는 더 일찍 운동을 시작했다. 10월 말부터 이미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에 가서도 계속 훈련을 했다. 그래서 지금 몸상태는 너무 좋다"며 "팀 일정이 나오는대로 빨리 미국에 들어가서 몸을 만들 계획이다"고 밝혔다.
새로운 무대, 더 큰 무대에 도전하는 '도전자'의 입장인 이정후는 "일단 부딪혀보겠다"고 말했다. 올시즌 타격폼을 수정하며 부침을 겪기도 했던 이정후는 다시 예전의 폼으로 돌아왔다. 입단식 당시 부진했던 경험에 대해 "그 시간들로 더 성숙해졌고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졌다"고 말한 이정후는 "타격폼을 당장 다시 수정할 생각은 없다. 일단 부딪혀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후는 "7년 동안 너무 감사했다. 미국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홈경기 마지막 타석 영상을 보곤 했다. 팬들이 보내준 함성과 응원을 항상 가슴에 새기면서 미국에서도 열심히 하겠다. 히어로즈 출신 선수답게 또 잘 하겠다"고 키움 팬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응원하는 구단이 달라 나를 응원하지 않으신 팬들도 계셨을 것이다. 이제 한국을 떠나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만큼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팬들이 (코리안리거들을)아침에 응원해주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멋진 플레이로 보답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모든 야구 팬들에게 인사를 남겼다.(사진=이정후)
뉴스엔 안형준 markaj@ / 유용주 yong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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