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완장 차고 여론 왜곡까지 한 與 청년 최고위원
여론몰이로 반대파 누르려 했나
1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현역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는 초미의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할지를 논의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뿐만 아니라 평소 언론 노출이 거의 없던 원외 당협위원장들마저 화장실을 가려다 회의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이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장예찬 최고위원이었다. 당협위원장은 아니지만 당 지도부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 직전 최고위원회 등에서 한 장관 추대 의사를 강력히 피력한 그가 나오자 바로 기자들이 몰렸다. 그는 회의 분위기에 대해 “추대 찬반이 8대 2로 원사이드하다”고 했다. 일부 매체는 이를 바로 속보로 전했다.
하지만 다른 참석자는 “한 장관 추대 의견이 더 많은 건 맞지만 ‘원사이드’는 여론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참석자 200여 명 중 33명이 발언했는데, 최소 10명 이상이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곧바로 정치권에 들어오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그가 사실을 비틀어 전달한 건 반대파를 ‘소수’로 보이게끔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사실도 아니거니와, 사실이라 하더라도 ‘여론 몰이’로 찍어 누르려는 태도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장 최고위원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서는 당내 반대 움직임과 관련해 “비윤계나 비주류라고 하는 분들이 기본적으로 참 싸가지가 없다”고까지 했다.
국민의힘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는 당이 대통령실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것에 기인한 바가 크다. 앞서 김기현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윤심’을 쫓는다며 경쟁자들을 집단 구타식으로 몰아내 민심과 멀어졌다. 촉망받는 청년 정치인이 이런 잘못을 반복하려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추대론에 우려를 보낸 이들이 한 장관의 역할론을 부정한 것도 아니다. 아직 정치 신인인 만큼 야당과의 최전선에서 치고받는 비대위원장보다는, 내년 총선 때 바람을 일으키는 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이끄는 게 낫다는 의견을 주로 피력했다. 한 장관 추대론과 마찬가지로 나름의 합리성이 있는 의견이다. 못 꺼낼 얘기도 아니고 충분히 해볼 수 있는 말이다.
장 최고위원은 평소 논리적이고 언변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다. 여권의 전략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이 ‘완장찬 싸움꾼’으로 소모돼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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