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송영길 구속… 인천 총선판 ‘요동’
국힘 기세 몰아 후보 속속 출전... 여야, 혼란 속 유불리 셈법 분주
검찰이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 송영길 전 대표(60)를 구속하면서, 내년 4월10일에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의 인천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돈봉투 의혹 연루 인사들이 있는 지역에서 민주당 내부 다툼은 물론, 국민의힘 인사들까지 민주당 약세를 보고 뛰어드는 형국이다.
19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검찰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인물 송 전 대표를 지난 18일 구속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월 민주당 출신인 윤관석 의원(무소속·남동을)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한 뒤, 최근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윤 의원의 선고 공판은 내년 1월31일 열린다.
정가에선 검찰이 무소속 이성만 의원(부평갑)과 민주당 허종식 의원(동·미추홀갑), 조택상 인천시 전 정무부시장까지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 의원들에 대해 압수수색 등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송 전 대표와 윤 의원, 그리고 돈봉투 의혹 연루 인사들의 지역구에서 민주당 내부 다툼이 더욱 가속화하고, 국민의힘 인사들까지 속속 출전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계양지역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계양을)와 유동수 의원(계양갑)에 도전하는 민주당 인물의 출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대표와 유 의원 입장에선 계양에서 5선을 하며 터줏대감 역할을 한 송 전 대표라는 든든한 뒷배를 잃은 셈이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에선 박형우 전 계양구청장을 비롯해 박성민 전 인천시의원, 이시성 인천시당 수석대변인 등의 출마를 예상하고 있다. 국민의힘 인사들의 출마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미 윤형선 당협위원장은 예비후보자 등록을 했고, 최원식 전 국회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윤 의원의 지역구인 남동을도 마찬가지. 민주당에서는 고영만 경기콘텐츠진흥원 전 감사실장을 비롯해 배태준 변호사, 이병래 전 시의원 등이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국민의힘도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고주룡 인천시 전 대변인을 비롯해 신재경 대통령실 전 선임행정관, 김세현 인천시 전 대외경제특보 등 4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부평갑은 이미 여야 4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활동하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민주당은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이나 신은호 인천시의회 전 의장 등이 뛰어들 것으로 점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유제홍 전 시의원과 조용균 인천시 전 정무수석 등이 이미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허 의원이 있는 동·미추홀구갑은 여야 모두 아직 예비후보는 없지만, 송 전 대표의 구속과 수사 확대가 이뤄지면 출마자들의 러시가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동·미추홀구 지역에서 후보간 갑·을 선거구를 바꾸는 등의 혼란이, 국민의힘은 심재돈 당협위원장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도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일단 이번 사법리스크는 민주당엔 불리하고, 국민의힘엔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여야 모두 유불리를 따지며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현역에 대한 내부 도전이 잇따르고, 국민의힘은 중도층 흡수를 자신하며 더 많은 후보군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같은 민주당의 사법리스크에 여야 모두 내년 총선에서의 유불리를 따지는 등 셈법이 분주하다.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인천이 민주당의 썩은 정치의 온상이 되어 가고 있어 전국적 망신이 따로 없다”며 날선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송 전 대표가 2010년 인천시장 재임 시절부터 윤 의원과 이 의원, 허 의원, 조 전 부시장까지 모두 같이 정치 활동을 펼쳐온 5선의 중진인 만큼 당 차원의 책임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내부에서는 정치 공세를 자제하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정치 공세를 이어가다 자칫 ‘검찰의 권력 남용’ 등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 공세를 이어가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되레 찬바람을 맞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전·현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곧 중도층으로부터 국민의힘 호응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공세보다는 윤 의원의 1심 결과때까지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송 전 대표의 구속이 인천지역 총선 판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송 전 대표가 탈당한데다, 최근 비례대표 선거를 위한 신당 창당 등으로 인해 민주당과 상당한 거리가 생겨 지지층의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송 전 대표가 비례대표 선거에 대비한 신당 창당을 언급해온 만큼 지지층 결집 효과는 더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인천에서 송 전 대표가 정치적 영향력이 매우 컸던 만큼, 이 사법리스크가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이름이 오르내린 인사들의 총선 영향력이 급하락,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 등의 바람이 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검찰의 수사로 민주당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 반등을 위한 이 같은 사정정국 조성은 결국 법원에서 결백함으로 밝혀지고, 다시 민주당의 지지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안팎에선 민주당의 사법리스크와 국민의힘의 정치 공세로 인천의 이미지만 나빠지는데다, 내년 총선에서도 정책이나 인물보다는 정치 공방만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승리는 중도층 표심에 달려있는데, 여야 모두 이번 민주당 사법리스크에 대한 유불리를 따지며 전략을 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이 같은 정쟁만으로는 총선 승리는 불가능하다”며 “결국 인물과, 그에 따른 정책이 표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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