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거꾸로 가도…지자체는 일회용품과 작별한다
장례식장과 청사 안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환경부가 최근 음식점 일회용기 사용 금지 방침을 철회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경기도는 지난달 13일 ‘배달음식 일회용기 퇴출’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도청 직원은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다회용기 포장을 요청하고, 식사 후에는 청사 안에 설치된 수거함에 용기를 반납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미 지난해 12월 ‘일회용 플라스틱 제로’를 선포한 뒤 청사 안 일회용 컵 반입 금지 등 일회용품 줄이기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경기도의 일회용기 퇴출 조처는 지난달 7일 환경부가 매장 안 일회용품 사용 제한 대상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 전정순 경기도 자원재활용팀장은 “이번 결정은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경기도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참여 매장도 늘고, 일회용기에 담긴 뜨거운 음식에 대한 건강 악영향 우려도 없어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충남에서도 ‘도청발 일회용품 퇴출’ 바람이 거세다. 충청남도는 지난 6월 ‘청사 안 일회용품 사용·반입 전면 금지’를 선언해 주목을 받았다. 도청뿐 아니라 도의회, 직속기관·사업소·출장소 등도 동참했으며, 지난 9월1일부터는 15개 시군과 산하 공공기관 등도 가세했다. 충남도청의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지난해 6~7월 206.4㎥에서 올해 같은 기간 98.2㎥로 52.4%나 급감했다.
지난 9월엔 충청남도가 충남교육청·충남경찰청과 ‘일회용품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협약에 따라 도교육청과 도경찰청 본청은 물론 직속기관, 교육지원청, 일선 경찰서에서도 청사 안 일회용품 반입이 금지되고 청사 안 커피전문점도 다회용컵 전용 매장으로 전환됐다. 충청남도는 19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지역에 있는 사업장 14곳과 ‘일회용품 줄이기 업무협약’을 하는 등 민간 영역까지 일회용품 퇴출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김미선 충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일회용품 규제와 관련해 정부와 정책적 충돌이 있더라도 그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충청남도의 의지를 환영한다”고 했다.
공공청사뿐 아니라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장례식장에 다회용기 사용을 확산시키려는 지자체의 노력도 눈에 띈다. 강원 춘천시에서는 다음달부터 지역 모든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이 사라진다. 앞서 춘천시는 지난 4일 장례식장 4곳과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했다. 장례식장 4곳이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매월 20t 정도의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춘천시는 기대하고 있다. 춘천시는 다회용기 제작 등에 2억9000만원을 지원했다.
경남 거창군에서도 지난달부터 지역에 있는 3개 장례식장이 모두 동참해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장례식장에서 파는 일회용품뿐 아니라 상조회 등의 일회용품 사용도 금지했다. 노치원 거창군 자원순환담당은 “일회용품을 사는 대신 다회용기 대여·세척 비용을 내면 된다. 일회용기를 쓰는 것과 비용 차이도 거의 없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공원묘원 플라스틱 조화 근절 사업도 경남 김해시가 출발점이다. 김해시는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지금은 경남 18개 시·군으로 확대됐고 전국 지자체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플라스틱 조화는 대부분 중국 등에서 수입되고, 재질도 합성섬유·플라스틱·철심이어서 재활용이 어려워 소각에 따른 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제주에서는 환경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11일 열린 임시회에서 ‘일회용품 보증금제 형평성 해소를 위한 시행령 개정 및 전국 시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강경문 제주도의회 미래환경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환경부가 종이컵 등 일회용품 규제 완화를 발표하면서 정책에 대한 매장과 소비자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 2025년으로 예정된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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