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너의 노랑이 내 가슴에 들어왔다/탐조인·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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쫏쫏~. 덤불 속에서 혀 차는 소리 같은 작은 소리가 들린다.
노랑턱멧새는 일 년 내내 우리나라에 머무는 텃새로, 번식기에는 산으로 들어가 아름다운 노래로 암컷을 부른다.
소리를 듣고 애타게 찾을 때는 안 보이더니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휙 지나가는 내 눈에 노랑턱멧새의 선명한 노란색이 와서 콱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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쫏쫏~. 덤불 속에서 혀 차는 소리 같은 작은 소리가 들린다. 멧새류의 소리다. 텃새인 노랑턱멧새일 수도 있고, 겨울철새인 쑥새일 수도 있지만, 보기 전에 소리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가만히 기다리다가 뭔가 톡톡 튀듯 날아오르면 그때 얼른 알아봐야 한다.
노랑턱멧새는 일 년 내내 우리나라에 머무는 텃새로, 번식기에는 산으로 들어가 아름다운 노래로 암컷을 부른다. 명금류라 불리는, 노래하는 많은 새들이 그렇듯이 노랑턱멧새의 노래도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다워서 발걸음을 멈추고 두리번거리며 노랫소리의 위치를 찾으려고 애쓰게 되지만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번식기가 아닌 겨울에는 들로 내려와 덤불 사이를 돌아다니며 먹이 활동을 한다. 낮은 덤불 안에서 휙휙 돌아다니는데, 나무 꼭대기에서 노래할 때만큼 찾기가 어렵다. 결국 포기하고 ‘네가 움직이나 내가 움직이나 보자’ 그러면서 몇 분이고 기다려야 간신히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다.
소리를 듣고 애타게 찾을 때는 안 보이더니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휙 지나가는 내 눈에 노랑턱멧새의 선명한 노란색이 와서 콱 박힌다. 햇살을 받아 더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은 영롱한 노랑이다. 이런 색 때문에 암컷 노랑턱멧새가 반하는 것이구나. 그런데 나는 왜 반하는 거지? 마력이 있는 노랑일까?
생각해 보면 내가 자연에서 자주 반하게 되는 색이 노랑인지도 모르겠다. 인간 세상에서는 검은색과 함께 쓰여 ‘주의하시오’를 의미하는 색이지만, 그런 의미로 쓰이는 것 자체가 눈에 잘 띄기 때문일 테니 말이다. 열대 우림처럼 무지개색으로 화려한 새들이 별로 없는 우리나라의 새 중에서는 노란색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화려함이 있다. 백로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쇠백로도 바로 그 발, 물 속 또는 물 밖에서 노랗게 빛나는 발 때문에 좋아하는 게 아닌가. 꼬마물떼새도 빠르게 움직이는 그 발과 딸꾹거리는 몸짓도 귀엽지만, 선명하고 노란 눈테 때문에 더 홀딱 반하게 된 것 아닌가 말이지.
비정상적으로 따뜻했다가 추워지는 날씨는 더 춥게 느껴지지만, 내 마음에 콕 박힌 그 노랑, 햇살처럼 따스하고 영롱한 그 노랑을 보고 싶어 나는 또 길을 나선다. 덤불을 기웃거리다가 그 노랑과 마주치면 겨울바람도 스르르 녹아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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