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바다의 맛’ 품은 새조개, 시금치에 싸서 한입 “진짜 별미네”

서지민 기자 2023. 12. 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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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모임이 절정을 이루는 요즘, 가족·지인들과 회포 푸는 자리를 더욱 특별하게 해줄 맛깔스러운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배추·청경채·팽이버섯을 곁들여 먹는 것도 맛있지만 여수특산물인 돌산시금치와 새조개를 따라갈 궁합은 없다.

그중에서도 맛있게 살이 오른 새조개는 때를 놓치면 맛보기 어려우니 잊지 말고 전남 여수에 들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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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밥상] (43) 전남 여수 ‘새조개 + 돌산시금치’ 샤부샤부
연말연시 귀한 손님맞이 음식
무·배추·된장 넣고 끓인 육수에
새조개·시금치 넣고 7초 데쳐
초장 찍어 먹으면 감칠맛 탁월
남은 국물 라면 끓여 먹기 필수
전남 여수 향토음식 ‘새조개 + 돌산시금치’ 샤부샤부는 새조개와 시금치를 팔팔 끓는 육수에 7초가량 살짝 데쳐 싸 먹는 음식이다. 시금치의 향긋함과 새조개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입맛을 사로잡는다.

연말 모임이 절정을 이루는 요즘, 가족·지인들과 회포 푸는 자리를 더욱 특별하게 해줄 맛깔스러운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미식의 고장 전남 여수에서는 멀리서 찾아온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으레 ‘새조개 샤부샤부’를 내놓는다. 겨울 바다의 맛을 품은 제철 재료 새조개를 정갈한 차림새로 대접할 수 있어 믿고 먹는 한상이다.

새조개는 조갯살이 새의 부리 모양을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보라색 조개껍데기를 벌리면 그 사이로 부리 긴 새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듯 실한 조갯살이 등장한다. 담백한 맛이 닭고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조합(鳥蛤)이라고도 불린다. 양식은 불가능하고 남해 쪽 청정 바다에서만 서식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바닥을 긁어 건져낸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여수 새조개는 일본으로 전량 수출되던 고급 어패류였다. 이때는 해안가 주민 일부만 알음알음 맛보다가 점차 그 맛이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져 국내 소비가 늘었다.

여수에 있는 해산물식당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다는 김경은씨(55)는 “현지인들은 연말연시가 되면 수산물시장에서 새조개를 가득 사 집에서 샤부샤부를 해 먹는다”며 “멀리서 온 손님을 환대할 때는 꼭 식당 가서 격식 차리고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새조개 샤부샤부는 여수의 자랑거리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요리다. 12월말부터 1월까지만 맛볼 수 있는 실한 새조개가 큰 접시 가득 촘촘히 정렬돼 나온다. 그 옆에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여수 돌산시금치가 산처럼 쌓여 짝꿍처럼 따라온다. 해풍을 맞고 자라 다른 시금치보다 단맛이 강하고 아삭아삭한 것이 특징이다. 배추·청경채·팽이버섯을 곁들여 먹는 것도 맛있지만 여수특산물인 돌산시금치와 새조개를 따라갈 궁합은 없다.

먹을 때는 ‘7초 룰’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무·배추·된장으로 시원하게 맛을 낸 육수를 팔팔 끓이면서 먹는데 여기에 새조개 한점을 넣고 7초를 기다린다. 더 오래 놔두면 질겨지니 살이 오동통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면 바로 꺼내야 한다. 돌산시금치 역시 7초 동안 데친다. 숨이 죽은 시금치로 살짝 익힌 새조개를 감싸 초장에 찍어서 먹으면 된다. 향긋한 시금치 향이 입안 가득 맴돌고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조갯살은 씹다보면 끝에 달큰한 맛이 느껴진다.

김씨는 “여수 사람들은 연한 맛을 좋아해 3∼4초 만에 꺼내 먹는데, 자주 먹어 버릇하지 않던 사람은 배탈이 날 수 있으니 충분히 익혀 먹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조개보다 살이 도톰해 씹는 맛이 있고 감칠맛이 탁월하다”며 “새조개 샤부샤부가 방송에 몇번 나오더니 이제는 관광객 예약이 꽉 차 현지인들은 먹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웃었다.

한판 가득 놓여 있던 새조개를 다 먹어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김씨가 놀라 붙잡는다. 여수 사람만 아는 이 요리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겠다는 것. 조개의 향을 한가득 품고 있는 육수에 라면 한개를 끓여 먹는 게 바로 그 비밀이다. 한 냄비 가득 바다 내음을 담은 연말맞이 별미라고 할 수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저마다 자신 있는 요리를 앞세워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중에서도 맛있게 살이 오른 새조개는 때를 놓치면 맛보기 어려우니 잊지 말고 전남 여수에 들러야 한다. 여럿이서 둘러앉아 ‘하나…둘…셋’ 숫자를 읊조리며 연한 조갯살을 데쳐 먹는 재미는 덤이다.

김씨는 “최근에는 도서·산간 지역 할 것 없이 택배 배송이 가능하지만, 샤부샤부는 싱싱함이 생명인 만큼 현지에서 먹는 것과는 비할 수 없다”며 “여수 돌산시금치까지 챙겨 먹어야 하니 꼭 산지에 와서 먹는 걸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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