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12월에 꺼내보는 오페라 ‘라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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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입니다.
농부는 봄이 오기 전에 농작물을 보관하고 판매할 계획을 세우며 재충전을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여러분의 겨울은 어떤 모습인가요? 저는 연구실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시간과 공간을 음악으로 채웁니다.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매일 다른 곡이 듣고 싶어지는데 12월에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이 있어야 온전히 겨울을 만끽하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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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입니다. 농부는 봄이 오기 전에 농작물을 보관하고 판매할 계획을 세우며 재충전을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여러분의 겨울은 어떤 모습인가요? 저는 연구실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시간과 공간을 음악으로 채웁니다.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매일 다른 곡이 듣고 싶어지는데 12월에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이 있어야 온전히 겨울을 만끽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 오페라에는 젊은 예술가들의 우정과 사랑·이별 그리고 죽음까지, 인생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여주인공 미미는 1막에서 첫눈에 반한 로돌포에게 ‘내 이름은 미미(Mi chiamano Mimi)’라는 아리아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저는 천에 수를 놓으며 살아갑니다. 저의 하얀 방에서는 지붕과 하늘만 보여요. 하지만 흰 눈을 녹이는 봄의 첫 태양은 나의 것이지요.”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로돌포와 그의 마음을 가지려는 미미가 만난 밤이 크리스마스이브라는 것이 참 낭만적이지요. 난로에 땔감이 없어 글을 쓰던 종이를 태워야 하는 시인 로돌포와 불이 없어 촛불을 빌리러 온 미미는 서로의 사랑으로 추위와 가난을 잊은 채 행복해합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기기 위해 카페 모무스에 친구들이 모여 있는 풍경으로 2막이 시작됩니다. 화려하게 멋을 낸 미미의 친구 무제타는 가난한 화가 마르첼로와 이별했는데, 늙고 돈 많은 남자 친구 알친도르를 데리고 소란스럽게 등장합니다. 사실 무제타는 옛 애인 마르첼로에게 아직 미련이 남아 있습니다. 그녀는 미미·로돌포와 함께 앉아 있는 마르첼로를 발견하고,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내가 거리를 걸을 때(Quando me’n vo’)’라는 아리아를 부릅니다. “내가 혼자 길을 걸을 때면 나의 아름다움에 취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본다네….” 무제타의 도발에 마르첼로의 마음이 흔들립니다. 왈츠풍의 이 아리아는 앙칼지고 끼 많은 무제타의 목소리가 푸치니의 우아한 선율과 어우러져 오페라에 생기를 더해주는 명곡입니다.
3막은 다음해 2월, 어느 추운 새벽입니다. 폐병에 걸린 미미는 계속 기침을 하고, 아픈 연인에게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는 로돌포는 자책감에 그녀를 떠날 생각을 합니다. 춥고 어두운 겨울의 새벽 이미지는 미미와 로돌포의 이별을 더욱 슬프게 그려냅니다. 미미는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물 받았던 분홍색 모자를 돌려주며, 원하면 간직해달라고 흐느낍니다. 꽃 피는 계절에 이별하자며 이 겨울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두 사람의 이중창은 너무나 아프게 다가옵니다.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들이 있어 행복했던 젊은 보헤미안의 이야기를 그린 오페라 ‘라보엠’을 만날 때, 저는 한순간의 꿈을 꾼 것처럼 신비로운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청춘들의 뜨거운 열정과 사랑이 아름다운 푸치니의 음악과 어우러져 하얀 눈처럼 빛나고 있어서일까요? 순수했던 첫사랑, 그리운 친구들과 함께했던 우리만의 노래, 그리고 잊고 지낸 추억 한조각을 꺼내보고 싶은 겨울밤입니다. 차가운 미미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과 마음을 녹이기 위해 사랑의 시를 쓰고 있는 감미로운 로돌포의 노래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 듯합니다.
이기연 이기연오페라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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