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산물 가격안정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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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는 새처럼 추락하던 올해 수확기 산지 쌀값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농업환경이 유사한 일본은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일본도 쌀을 포함한 주요 5개 곡물을 대상으로 '수입(收入)감소영향완화 직불'이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는 농산물의 특성상 작황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가격 변동에는 정책적인 지원을 하되 농가 또한 소비에 맞는 적정 생산을 하도록 책임을 분담하게 만들어 구조적으로 농산물 공급과잉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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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는 새처럼 추락하던 올해 수확기 산지 쌀값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2월5일자 산지 쌀값은 20㎏들이 한포대에 4만9617원으로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전순기인 11월25일자(4만9655원) 대비 하락률은 0.1% 남짓이었다. 불과 한달여 전만 해도 매 순기 가격이 2% 정도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 추세가 진정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10월초 쌀값이 22만원(80㎏ 기준)에 가까운 가격으로 출발했던 것을 떠올리면 쌀농가 입장에서는 하락폭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가가 가장 많이 재배하는 쌀 가격이 이러할진대 다른 농산물의 가격 변동도 작지만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역대 정부에서도 쌀을 포함한 농산물 가격안정을 주요 정책 목표로 삼아 추진했다. 하지만 그 성과가 지속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이러한 현상이 심각하게 발생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론 그렇지 않다. 농산물은 노지재배가 많고 생육기간도 공산품 생산기간보다 통상적으로 길어서 가격 변동에 대응해 공급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가 여의찮다. 또한 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소비자가 구매를 갑작스럽게 늘리기도 어렵다. 이는 농산물의 근본적인 특성이다. 이렇듯 가격에 비탄력적인 농산물시장의 특성으로 인해 어느 나라나 농산물 가격안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나라와 농업환경이 유사한 일본은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일본도 쌀을 포함한 주요 5개 곡물을 대상으로 ‘수입(收入)감소영향완화 직불’이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14개 채소를 대상으로는 ‘채소가격안정제’를 실시하며 가격 변동에 대비한다. 일본도 쌀 가격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를 높게 두고 가격안정에 힘쓰며, 그 핵심 정책 수단이 논활용직불이라고 불리는 ‘논타작물재배 지원정책’이다.
일부에서는 일본이 쌀 생산조정정책을 폐기했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해석이다. 일본 정부가 벼 재배면적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쌀 생산조정정책은 2018년을 기점으로 종료한 것이 맞지만, 논타작물재배 지원처럼 우회적인 방식으로 벼 재배면적 조정을 계속 실시하고 있다. 그 예산 규모도 매해 3000억엔 이상이며, 이는 농림수산성 예산의 13% 내외 수준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본이 농산물 가격 변동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표적으로 실시하는 수입감소영향완화 직불과 채소가격안정제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두 제도 모두 농산물 가격 변동에 대비하는 제도이면서 생산량 증가에 따른 책임을 정부와 생산자가 나눠 가지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수입감소영향완화 직불 운영을 위한 재원은 정부와 생산자가 3대 1의 비율로 매년 적립한다. 채소가격안정제의 경우에도 재원 마련 시 중앙정부, 광역지방자치단체, 생산자가 60%, 20%, 20%의 비율로 부담을 나눈다. 과잉생산 등으로 개별농가가 출하계획을 준수하지 못했을 경우 가격보전 비율을 낮게 변경하는 등 과잉생산의 책임을 정부와 농가가 함께 부담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이는 농산물의 특성상 작황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가격 변동에는 정책적인 지원을 하되 농가 또한 소비에 맞는 적정 생산을 하도록 책임을 분담하게 만들어 구조적으로 농산물 공급과잉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농산물 가격안정의 핵심은 적정 생산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 가격 변동에서 농가를 보호하면서도 농가가 적정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종인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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