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쌀값 대책 두고 송곳 질의…“수급상황 좀더 지켜봐야”

양석훈 기자 2023. 12.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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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엔
“과잉생산으로 값 하락 우려
선제적 수급관리에 무게추”
첫 여성 수장 기대감 크지만
학자 출신…리더십 의문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8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후보자의 농정 구상과 도덕성 등 자질을 검증했다. 사상 최초의 여성 농정 수장 탄생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의원들은 쌀값 대책 등을 놓고 송곳 질의에 나섰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재훈 프리랜서 기자

쌀값, 청문회장 화두로=지속되는 쌀값 하락세에 청문회 화두로 쌀값이 떠올랐다. 특히 11월15일자부터 산지 쌀값이 20만원(80㎏들이 기준)을 밑돌면서 정부가 약속한 ‘수확기 평균 가격 20만원’을 지킬 대안이 있는지 확인하는 질의가 여야 모두로부터 나왔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해마다 오르는 인건비와 재료비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만큼은 소득이 나와야 농사를 지속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쌀값을 시장에만 맡길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개입해 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당에서는 시장격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대통령에게 거부당한 이후 농식품부는 수확기 쌀값을 20만원선에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장관이 되면 가장 먼저 시장격리를 발동해 쌀값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송 후보자는 “12월15일자 쌀값 등 수급상황을 좀더 봐야 한다”고 답했다.

◆가격안정제 두고 공방=쌀값 공방은 농산물 가격 급등락으로부터 농가경영을 안정화할 근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로 번졌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경남 창원진해)은 “(농가가 경영을 지속하려면) 생산비가 (농산물 가격에) 어느 정도 연동되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을 거듭 주문했다. 가격안정제는 쌀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 일부를 정부가 보전하는 내용으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체계에선 특정 농산물의 생산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완강히 반대해왔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가격안정제가 과잉 생산을 유발한다는 게 후보자의 소신이냐”고 물은 뒤 후보자가 “그렇다”고 답하자 “농촌 현실에선 특정 농산물 가격이 오른다고 작목을 갑자기 바꿀 수 없는데, 왜 정부는 과잉 생산이 된다고 일관하냐”고 지적했다.

송 후보자는 “농업 최고 현안이 농가소득 안정이라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과잉 생산과 농산물 가격 하락이 우려되는 가격안정제보다 선제적 수급관리로 농산물 가격을 안정화하고 부족하면 다층적 경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농촌정책 구상 확인도=송 후보자의 전문 연구분야인 농촌 정책에 대한 질의도 많았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89개 인구감소지역 중 84곳이 농촌”이라면서 “농식품부가 농촌협약제도를 운용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건물만 짓고 끝날 게 아니라 컨설팅도 적극 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촌협약은 시·군이 농촌생활권에 대한 발전 방향을 세우면 농식품부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고 공동 투자하는 제도다.

다수 의원은 농촌 소멸문제가 결국 소득과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은 “농촌이 잘살려면 결국 소득이 올라가야 한다”면서 “농가소득 정책을 최우선으로 다뤄달라”고 주문했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은 송 후보자의 그동안 연구가 농촌공간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 점을 지적하면서 “농촌소멸을 공간 정비만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득 안정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학자 출신, 장단 공존=최초의 여성 농정 수장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에선 기대감이 컸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은 “여성농을 위한 정책과 법이 있지만 현장 체감도는 미미하다”면서 “후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획기적 대안이 나올 수 있다는 현장의 희망이 크다”고 전했다.

후보자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출신의 학자라는 점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이달곤 의원은 “정부가 역사적인 가격에 의존해서 올해 수확기 쌀값을 20만원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하는데 이런 건 관료들의 방식”이라면서 “연구자라면 (가격이 얼마나 돼야 농가가 지속 가능한지 등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은 “연구자 출신이기 때문에 강단이 없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된다”면서 “장관이라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묻지 않아도 농업과 농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배짱과 전투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은 “농식품부 연구를 주로 수행하던 농경연 출신이어서 부처를 장악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든다”고 했다. 어 의원은 또 송 후보자가 모두발언에서 첫번째 농정 과제로 “농산물 수급안정을 통해 국민께서 안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점을 두고 “앞으로 힘센 기획재정부 등과 싸워야 하는데 기재부 입장을 반영하는 발언을 해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인지 소비자부 장관 후보자인지 모르겠다”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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