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맛있어유?" 임시완이 혼자 '부여 치킨집'을 찾아간 이유
"서울서 왔어?" 일갈에 선생님 따로 섭외, 두 달 '열공'
'오징어 게임' 시즌2 촬영 중... "믿기지 않는 기회"
배우 임시완(35)은 지난 5월 충남 부여군으로 혼자 내려갔다. 여행의 목적은 '사투리 체험'. 마침 배가 고팠던 그는 허름한 치킨집으로 들어갔다. 가게에선 중년 부부가 충청도 사투리로 대화하며 치킨을 뜯고 있었다.
"여기 뭐가 맛있어유?" 임시완은 일부러 말투를 엿가락처럼 쭉 늘여 가게 사장에게 말을 걸었다. 1989년 부여를 배경으로 한 쿠팡플레이의 새 드라마 '소년시대'의 대본을 받고 충청도 사투리를 막 배우기 시작한 터라 현지에서 찰진 사투리의 '맛'을 직접 느껴 보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시완은 "'혼자 와가 지가 다 먹을 수 있을까유?'라고 물었더니 (사장님이) 잘 받아주셔서 '어? 말 통하네' 싶어 신나더라"며 "'잘 먹었어유'라고 인사한 뒤 계산하러 카드를 딱 내밀었더니 사장님이 '서울에서 왔어요?'라고 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머쓱해진 임시완은 서울에 복귀해 바로 선생님을 섭외한 뒤 충청도 사투리를 두 달 동안 '열공'했다. 그 덕에 드라마에서 충청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소화하며 어색함을 지웠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의 입에선 충청도 사투리에 담긴 '은유'에 대한 예찬까지 툭 튀어나왔다. 그는 "속뜻을 숨긴 충청도 말이 때론 더 각인이 잘 되는 것 같더라"며 "그래서 드라마 속 '구황작물이여 뭘 자꾸 캐물어 싸'란 대사도 제가 아이디어를 냈다"고 촬영 뒷얘기를 들려줬다.
"위트 있는 말의 힘 알아...코미디 연기 갈증 컸다"
임시완은 '소년시대'에서 오락실에서 중학교 학생들한테도 무시당하는 고등학생 병태를 궁상맞게 연기해 웃음을 준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2023)와 '비상선언'(2022) 등 최근 공개된 영화에서 섬뜩한 모습을 연달아 보여 준 그가 데뷔 후 코믹 연기를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변호인'(2013)과 드라마 '미생'(2014) 등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억압당하고 위태로웠던 청년을 주로 연기한 그는 코미디 연기에 갈증이 컸다고 했다. "살면서 위트가 있는 말의 힘에 대해 많이 느끼고 있었거든요. 드라마나 영화나 결국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데 적재적소에 유머를 얹어 연기하면 그 파급력도 엄청나겠구나란 생각을 하게 돼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고 싶더라고요."
임시완의 코미디 연기로 입소문을 탄 '소년시대'는 지난달 24일 공개 첫 주 대비 한 달이 지난 이달 15일 기준 쿠팡플레이 내 시청량이 약 20배 증가했다. 드라마는 공개 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통틀어 1~3위(키노라이츠 기준)를 오가며 흥행 중이다.
다만 옛 시대를 배경으로 학교 폭력을 '그땐 그랬지' 하는 식으로 우스꽝스럽게만 표현해 보기 불편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임시완은 "누군가에게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고민했고, 맞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지 않고 카메라가 쓰러지는 방식으로 가면 어떻겠냐고 제안도 했다"며 "나중에 병태의 성장 동력이 될 거란 제작진 말을 믿고 병태를 응원하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자는 심정으로 촬영했다"고 답했다. 10부작인 '소년시대'는 22일 마지막 두 회 공개로 막을 내린다.
예능서 외면받는 '숙소지킴이'에서 '대세 배우'로
2010년 아이돌그룹 제국의아이들로 데뷔한 임시완은 한때 '숙소지킴이'로 통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한 광희 등 다른 멤버와 달리 찾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임시완의 자존감은 뚝 떨어졌다. 질투심을 지우기 위해 그는 스스로에게 집중하려 애썼다. 연기 오디션에서 어떻게 해서든 재능을 보여주기 위해 생뚱맞게 바이올린을 켜기도 했다. 그렇게 눈에 띄기 위해 노력한 임시완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에 발탁돼 배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후 연기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뒤 '변호인'에선 대선배 송강호에게 "(감정을) 발산하라"고 혼나며 연기를 배웠다. 임시완은 "도전하고 그렇게 주어진 경험을 일상화하는 게 목표였다"고 옛일을 들려줬다.
'K콘텐츠 시장에서 먼저 찾는 배우'로 성장한 임시완은 요즘 세계의 관심이 쏠린 넷플릭스 새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찍고 있다. 그는 "시즌1을 보고 끝나자마자 (이)병헌 선배님한테 전화해 '선배님이 프런트맨이었어요? 대박이에요'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난다"며 "믿기지 않는 기회가 찾아와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수줍게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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