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은 ‘증거 인멸 염려’로 발부, 이재명은 ‘인멸 단정 못해’로 기각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인 유창훈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당 대표 경선 관련 금품 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며 증거 인멸의 염려도 있다”고 했다. 유 판사는 지난 9월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바로 그 판사다. 당시 유 판사는 “이 대표의 위증 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증거 인멸 염려’에 대해 같은 판사가 다른 판단을 하면서 민주당 전·현직 대표의 구속 여부가 갈린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구속 사유로 증거 인멸 염려와 함께 도망 염려,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최근 주요 사건에서 법원은 증거 인멸 염려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 한 법조인은 19일 “증거 인멸 염려에 대한 판단이 영장 전담 판사마다 ‘들쭉날쭉’하면서 ‘로또 영장’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은 문제”라며 “판사가 제시한 증거 인멸 염려에 대한 판단 근거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유 판사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검찰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 측 인사들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회유해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번복하게 만든 정황 등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정당 대표는 특별 대우를 받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에서도 증거 인멸 여부에 대한 판단이 엇갈렸다. 유 판사는 이성만 의원에 대해서는 “혐의에 관한 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있지만 이 의원의 지위 등에 의할 때 증거 인멸 염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한 법조인은 “같은 사건에 가담한 피의자들의 증거 인멸 염려를 달리 판단하려면 설득력 강한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영장 전담 판사가 한 차례 실질심사만 하고 영장 발부 여부를 확정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사 전문인 한 변호사는 “일반 재판이 3심제로 운영되는 것처럼 영장 심사도 검사가 항고, 재항고를 통해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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