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사랑’땐… 중세 시대엔 화형, 英선 1967년까지 처벌
교황청은 동성애자에 대한 사제의 축복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이번 조치가 기존 교리와 상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혼인’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으로 정의하고, 이 정의에서 벗어나는 동성애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지 않는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홍보국장 민범식 신부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은 유일하고 배타적이며 출산을 향해 열려 있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19일 이번 교황청 발표와 관련해 별도 입장문을 내고 “모든 이를 향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축복)에는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며 “이번 선언문은 가톨릭 교리에 위배되는 죄의 상태에 있다고 할지라도 축복이 주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리를 바꾼 것이 아니라 축복을 ‘확대 해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런 신중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표는 그간 동성애에 대한 천주교계의 관점에서 획기적으로 진일보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성애를 큰 죄악으로 적시한 성경의 교리에 따라, 가톨릭 교회는 지난 1300여 년간 동성애에 대해 극도로 배타적 입장을 취해 왔다. 693년 스페인 톨레도에서 열린 공의회는 동성 간 성행위를 최대 7년의 참회형에 처하도록 했다. 1178년 로마에서 열린 3차 라테란 공의회가 동성애를 이단과 맞먹는 죄로 규정하면서 중세 시대 수많은 동성애자들이 화형을 당했다.
또 미국 동부 13개 주는 1775년 독립전쟁 전까지, 스코틀랜드는 1885년까지, 영국은 1967년까지 동성애자를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동성애는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 대상에 올랐다. 비교적 진보적인 프란치스코는 동성애를 비롯해 그동안 가톨릭 내부에서 금기시돼 왔던 여러 현안에 대해 비교적 열린 태도로 토론의 문을 열었다. 이런 흐름 속에 2018년 교황청은 성소수자를 뜻하는 단어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의 앞 글자를 딴 것)를 공식 문서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교황청은 동성애자뿐 아니라 성전환자에 대해서도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8월 교황이 “성전환자도 하느님의 자녀”라고 언급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교황청이 “트랜스젠더도 세례를 받을 수 있으며, 세례식의 대부 또는 대모가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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