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모든 길, 처음엔 길 아니었다… 누구도 맹종한 적 없어”
19일 오후 1시 30분쯤 국회 본회의장 앞 계단. 취재진 수십 명이 기다리는 가운데, 한동훈 법무 장관은 블루투스 이어폰을 빼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많이들 오셨네요. 말씀하세요”라고 말했다. 한 장관에게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김건희 특검’ 등 질문이 쏟아졌고, 한 장관은 답변을 피하지 않았다. 질의응답이 길어져 법무부 직원이 “여기까지 하겠다”고 했지만, 한 장관은 손목시계를 보더니 “시간 남았으니까” 하고는 질문을 더 받았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수락 여부가 뜨거운 관심인 상황에서, 이를 피하지 않고 사실상 ‘미니 기자회견’을 한 셈이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수락 여부
당연히 이날 첫 질문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수락 여부였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제가 어떤 제안을 받은 게 아니라서 특정 정당의 비대위 구성에 공개적으로 말씀드릴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 장관은 곧바로 ‘정치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며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소설가 루쉰의 소설 ‘고향’에 나오는 대목을 인용했다. 그는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도 했다.
한 장관은 또 “지금까지 공직 생활을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으로 살아왔다”며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지난 2021년 2월 본지 인터뷰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맺은 관계에 대해 “가치를 공유하는지는 몰라도 이익을 공유하거나 맹종하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사실상 비대위원장 취임사 같은 발언이었다”며 “비주류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당과 대통령실의 밀착 우려에 대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당에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했다.
◇‘김건희 리스크’ 해법
한 장관은 이날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이나 ‘김 여사 명품 가방 논란’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 여사 관련 사안은 누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되더라도 최우선 해결 과제가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장관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며 “국민이 보고 느끼기에도 그래야 한다”고 했다. 다만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며 “국민의 정당한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내년 4월 총선 이후에 특검 수사가 이뤄지면, 윤 대통령에게 당이 거부권을 건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장관은 또 김 여사 명품 가방 논란과 관련해 “일단 몰카 공작이라는 건 맞지 않느냐”며 “몰카 공작의 당사자인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고발했던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받은 것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와 서울의소리가 몰카 공작을 한 점 모두 원칙에 따라 처리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대야(對野) 공세
한 장관은 이날 민주당을 향해 날 선 비판도 이어갔다. 한 장관은 민주당의 ‘윤석열 아바타’ 비판에 “자기들이 이재명 대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절대 복종하니까 남들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 여사 명품 가방 논란에 대해선 “민주당이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던데”라며 “이걸 물어보면 제가 왜 곤란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야말로 이재명 대표를 보호하느라 바쁘니 저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나 보다”라고 했다. 이 대표를 집중적으로 비판하면서 사실상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구속에 대해선 “그간 민주당은 수사가 기획·조작됐고, 부당한 수사라며 검사 좌표까지 찍으면서 계속 입장을 내왔다”며 “그런데 막상 영장이 발부되니까 (송 전 대표가) 탈당했으니 입장이 없다고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발언”이라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20일 상임고문단 회의를 열어 비대위원장 인선을 논의한다. 당은 이르면 이번 주말 비대위원장 인선을 발표할 전망이다. 당 안팎에선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친윤계 유상범 의원은 이날 “지금 원로와, 또 필요한 부분에 의견을 좀 더 듣고 결정할 예정”이라며 “오래 끌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면 금주 중에 (비대위원장 임명을) 하려고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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