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서울의 봄’ 흥행은 왜 여당에 경고인가
민주 선거로 뽑힌 윤 대통령은
애초에 출발부터 달라
그런데 왜 민심은 겹쳐 보나
핵심 요직에 검찰 인맥 전면 배치
법조기자 출신 공영방송 사장…
탄식과 우려 제대로 읽어야
12·12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디어 연구자들과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 이 영화가 자연스레 화제에 올랐다. 뜻밖에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보았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수가 1979년 12월에 벌어진 이 참담한 사건을 윤석열 정부와 감성적으로 연결 짓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전두환, 노태우 등 일군의 군 장성들이 하나회라는 불법 사조직을 결성해 군 내부 통신을 감청하고 최전방 병력까지 출동시켜 무력으로 군권과 국권을 찬탈한 12·12 군사 반란과,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된 윤석열 정부는 시작부터 다르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1980년 5월 법대 학생 시절, 모의 재판 판사를 맡아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12·12의 주범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일화도 있다. 그럼에도 필자 주변 사람들의 상당수는 시대의 간극을 넘어 되살아난 분노를 윤석열 정부에 투사하고 있었다.
그 안에 무서운 민심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가 ‘반민주적’이라고 느끼는 국민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이 네 글자가 우리 국민에게 의미하는 바는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필자는 그 한 글자 한 글자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절대 가치다. 그것이 국민이 검사 윤석열을 최고 권력에 올린 이유다. 조국으로 대표되는 386 진영 세력의 내로남불식 위선과 특권 계급화에 맞서 공정과 상식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지켜낸 소신 있는 검사. 국민 다수가 그를 지지한 이유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국민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고 본다. 미디어 정책 수장을 포함한 국정의 핵심 요직에 윤석열 사단이라고 불리는 검찰 인맥을 전면 배치한 인사, 무슨 일만 생기면 기업 총수들을 병풍 세우는 행태, 방송 실무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법조기자 출신 언론사 간부를 공영방송 사장에 임명한 일, 가짜 뉴스 긴급 심의 운운하며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시도, 국정 농단의 그림자가 스멀거리는 부인 김건희씨의 명품 백 수수 사건 등을 지켜보며 국민은 의아해하고 있다. 오랜 세월, 피와 땀으로 지켜온 이 사회의 민주주의에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가. 2023년의 대명천지에, 세계 최상위권의 산업 강국이자 문화 강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 어처구니없고 시대착오적인 일들이 무엇인가.
이제 국민은 되묻는다. 문재인 정부의 핍박에 맞섰던 검사 윤석열은 어디에 갔는가. 그의 행동이 진정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고자 함이었나.
윤석열 정부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을 두려워하는 데서 시작된다. 더 늦기 전에 지긋지긋한 정치 공학 내지 진영 논리를 벗어나, 국민만을 바라보며 윤석열 정부의 탄생 원점에서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가장 시급한 세 가지 과제다.
첫째, 단절된 국민과의 소통을 재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여주기 식 쇼통도, 아슬아슬한 출근길 문답도 아닌, 안정감 있는 언론과의 상시 채널을 열어야 한다. 언론의 비판이 아무리 아프고 심지어 야비해도, 그것을 가짜 뉴스라 부르며 국가 권력으로 침묵시키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지닌 천 개의 눈과 만 개의 귀가 그 비판의 타당성을 판단할 것이다.
둘째, 12·12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군이었듯, 검찰 독재 이미지의 최대 피해자는 본연의 역할에 헌신하는 검찰이다. 검찰을 제 위치로 되돌리고 더 나아가 국민적 눈높이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 그것이 검찰 출신 대통령이 검찰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셋째, 부인 김건희씨 및 그 일가 문제와 관련해, 사후약방문일지언정 대통령실 특별감찰관 임명이든 특검 수사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민 눈에 가혹하다 싶을 만큼 철저하게 의혹들을 밝혀야 한다. 그것이 권력이 일가 친족을 지키는 온당한 방법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사유화해 성난 민심을 거스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국민의 탄식과 분노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권위주의로 퇴행할 것인가, 민주주의로 나아갈 것인가. 윤 대통령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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