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69] 고성 대진항 망챙이탕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3. 12.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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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챙이매운탕

대관령 휴게소에서 반팔 차림 젊은이를 만났다. 동해 최북단 고성에 이르니 영상 18도다. 겨울 날씨가 이래도 되나 싶었다. 여행하기 좋을지 모르겠지만 어부들은 울상이다. 곰치, 도치, 도루묵, 양미리 등 겨울에 잡혀야 할 바닷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주문진 한 식당에서 겨울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곰치국이 1인분에 1만8000원이다. 곰치국이 너무 비싸다고 하니, 지역 주민이 망챙이탕을 추천했다.

망챙이매운탕

망챙이는 쏨뱅이목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고무꺽정이를 말하는 함경도 사투리다. 지역에 따라 퉁수, 물망치, 풍덕구이, 물꿩, 꺽정이라고도 하며, 아귀랑 비슷해 ‘아귀사촌’이라고도 부른다. 겨울에 동해 해역의 울진, 강릉, 고성 등 깊은 바다의 저층에 서식해 긴 그물을 내려서 걸어 잡는다. 이를 자망 혹은 걸그물이라 한다. 망챙이는 머리에 갓을 썼다고 정승 고기라 대접을 받고, 제사상에도 올랐다고 한다.

망챙이매운탕 밥상

고성군 대진항에서 망챙이탕을 만났다. 동해안 최북단에 있는 어항으로 고성 통일전망대와 지척이다. 서해에 옹진 백령도가 있다면 동해는 고성 대진항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도 명태, 정어리, 청어 등 어장이 좋았지만, 속초나 이웃 거진처럼 개발되지 못했다. 또 6·25전쟁 이후 1960년대까지 어선 납치 사건이 자주 발생하면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고, 대진항 어선마저 거진항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1960년대에 이르러 방파제와 표지 등대가 세워지고, 1971년 12월 국가 어항으로 지정되었다. 이제 명태 대신에 대구가 잡히고, 피문어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식객들 입맛을 사로잡았던 곰치, 도루묵, 양미리도 많이 잡히지 않고 있다.

망챙이매운탕 밥상

망챙이는 살이 단단해 김장할 때 넣기도 한다. 탕은 김치, 채소 등을 넣고 얼큰하게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끓인다. 강원도 겨울 여행 때 선택하는 음식은 곰치국이나 심퉁이일 가능성이 크다. 도루묵이나 양미리를 술안주로 선택하기도 한다. 겨울철 시원한 국물의 탕은 명태에서 곰치로, 곰치에서 고무꺽정이로 대를 잇고 있다. 그런데 어민들은 망챙이도 귀해졌다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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