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 곳곳에 미세 먼지 막는 도시숲 만들자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2023. 12.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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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철이면 중국발(發) 미세 먼지로 몸살을 앓은 이후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기상 정보에 미세 먼지 농도가 포함되기 시작했다. 날씨가 흐리고 맑은 것에 상관없이 미세 먼지로 공기가 탁해지면 야외 활동을 꺼리는 생활 습관도 정착되었다. 그만큼 미세 먼지는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상 요인이 되었다.

미세 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 물질로, 특히 어린이, 노인, 임신부, 기저 질환자 등이 미세 먼지 노출에 취약하다. 미세 먼지는 겨울철과 봄철에 고농도로 집중 발생하는데, 특히 12~3월 월평균 농도는 연평균 대비 11~50% 높은 수준이다. 미세 먼지보다 작은 초미세 먼지는 인체에 침투하기 쉽고 해로운 화학 성분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더 주의해야 한다. 초미세 먼지는 산업단지와 발전소 등이 많은 충남, 경북, 전남 지역과 교통량이 많은 수도권에서 다량 배출된다.

이런 미세 먼지를 막는 것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과제가 되었다. 인구 9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우리나라는 미세 먼지에 대응하는 도시숲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숲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메마른 대기로 수분을 공급하는 한편, 미세 먼지를 제거해 공기를 맑게 하는 역할을 한다. 도시숲 1ha는 연간 미세 먼지 46㎏을 흡수·흡착한다. 나무 47그루는 경유차 1대에서 발생하는 미세 먼지를 흡수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전국 산림·도시 숲 132개 지점에 설치한 ‘산림 미세 먼지 측정넷’ 측정 결과, 시화산업공단과 주거지역 사이에 미세 먼지 차단 숲을 조성한 이후 주거지역의 미세 먼지 27%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단지와 주거 지역 사이에 띠 형태로 조성된 미세 먼지 차단 숲은 대기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한편, 야간에는 주변 산지에서 찬 바람을 유입하고 오염 물질을 숲 바닥으로 가라앉히는 역할도 한다. 대도시 주변 산지형 도시 숲은 밤이 되면 기온이 낮아지고 습도는 높아지는데, 상대적으로 따뜻한 도시 대기와 순환 과정이 일어나면서 찬 바람이 불어 미세 먼지를 날려버린다. 높아진 습도는 미세 먼지를 땅에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경부고속도로 변에 위치한 양재시민의숲은 도로에서 숲 중심으로 200~300m씩 갈수록 미세 먼지 농도가 5~10%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측정됐다. 도심 인근 도시 숲은 미세 먼지를 빨아들여 땅에 흡착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도시 숲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그동안 가로수를 두 줄로 심거나 콘크리트 벽면에 덩굴식물을 자라게 하는 벽면 녹화, 옥상 빈 공간에 나무를 심는 방법 등이 활용되었다. 서울 올림픽대로 변 조사 결과, 가로수를 두 줄 이상 띠 녹지로 관리하면 차량 등에서 배출되는 비산 먼지를 30%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도심에는 무엇보다 병해충과 기상 재해에 잘 견디는 강하고 건강한 숲을 곳곳에 만들어 가꿔야 한다. 최근에는 지역 상황에 맞는 맞춤형 작은 숲이 중요해지고 있다. 서울 청량리역 인근 교통섬에는 소나무 13그루를 심어 도로 한가운데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키 큰 가로수 아래 작은 키 나무를 심는 것도 효과가 있다. 키 큰 가로수 아래에 콘크리트 바닥이 있을 경우 미세 먼지가 가라앉지 않고 다시 떠오르는데, 키 작은 나무들을 심어 차량 등에서 배출되는 미세 먼지를 잡는 것이다.

동네 야산과 아파트 단지 내 숲, 근린공원 등을 가로수길로 서로 연결하면 도시의 작은 ‘숲 지붕층(UTC·Urban Tree Canopy)’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연결된 숲 지붕층은 여름에 뙤약볕을 이겨내고, 야간에는 숲 지붕으로 연결된 공간을 통해 바람이 불어 미세 먼지 등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나무와 나무의 지붕층으로 연결된 숲 지붕층은 회색빛 도시에 산소를 제공하는 허파 역할을 하고,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탄소 저장고 역할도 한다. 도시 곳곳에 나무를 많이 심어 건강한 도시 숲을 유지 관리하는 것은 시민 건강을 증진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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