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154] 인류 최초의 금융 위기
서기 33년 무렵 로마제국이 수렁에 빠졌다. 멀리 유대 식민지에서는 민심 이반이 심각했다. 소요를 선동한다고 의심되는 예수라는 청년과 두 명의 절도범을 본디오 빌라도 총독이 십자가에 처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본국에 있었다. 경제가 파탄 지경이었다.
사태는 일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민지 알렉산드리아항에서 금을 가득 싣고 로마로 돌아오던 배 세 척이 풍랑을 만나 침몰했다. 북유럽에서는 미개한 골족(프랑스의 조상)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자금 흐름이 꼬이자 원로원이 긴급명령을 발표했다. 귀족들에게 해외 투자의 3분의 1만큼은 이탈리아 농장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투자 자금이 식민지로 과도하게 유출되는 것을 막고 로마 농업 발전을 위해서 시저가 만든 규제였는데, 오랫동안 사문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원로원이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부활시켰다.
큰 실수였다. 명령에 따라 귀족들이 농장에 투자하려고 부랴부랴 자금을 회수하자 돈줄이 마르면서 금리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빚을 갚지 못한 사람들이 노예로 끌려가는 속에서 민생이 아비규환이 되었다. 반면 이탈리아반도의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이렇게 시작된 경제난과 양극화는 식민지인 카르타고와 두로, 고린도, 유대 지역까지 덮쳤다.
예수가 처형될 때 눈도 깜박하지 않던 티베리우스 황제가 화들짝 놀랐다. 3년간 채무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는 칙령을 내렸다. 재정 자금 1억 세스테르티우스를 풀어서 서민들에게 대출도 했다. 그랬더니 죽었던 경제가 예수처럼, 거짓말처럼 부활했다. 다음 황제 칼리굴라 때는 경제난에서 완전히 벗어나 토목공사에 흥청망청 돈을 뿌릴 정도였다.
예수가 죽은 뒤인 서기 33년 인류 최초의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졌다. 그것은 섣부른 금융 규제로 시작해서 완화적 경제정책으로 끝났다.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가 남긴 그 기록을 읽고 후세 경제학자들이 두고두고 영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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