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45] 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
“누가 내 편이 될래? 나는 너희들에게 고기를 주었고, 나의 사냥 부대는 너희들을 그 짐승으로부터 보호해 줄 거야.” 잭이 말했다. “너희들이 날 선출했으니 내가 대장이야.” 랠프가 말했다. “우리는 불을 계속 피워두려고 했어. 그런데 너희들은 먹을 것만 뒤쫓아 다니기나 하고….” “넌 안 그랬니?” 잭이 소리쳤다. “네 손에 들려 있는 뼈다귀를 봐!” 랠프는 홍당무가 되었다. 잭은 그를 무시했다. “누가 우리랑 재미있게 지낼래? 내 패에 들어올 사람?” “난 들어가겠어.” “나도.” “나도.”
-윌리엄 골딩 ‘파리 대왕’ 중에서
야당이 민주 유공자 예우 법안을 정무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 국회에서 통과되면 5·18 민주화 유공자처럼,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하던 학생들을 진압하다 경찰 7명이 희생된 동의대 사건, 민족 반동 세력 200만명을 죽여야 사회주의를 완수한다며 폭력적 혁명을 도모했던 ‘남조선민족해방전선’ 관련자들을 포함, 운동권 829명이 유공자 반열에 오른다.
북한은 한국 노래를 듣거나 드라마, 영화를 본 사람들을 공개 처형한다. 지난 8월엔 소고기를 판매한 혐의로 9명을 공개 총살했다. 2018년, 남북 평화 협력을 기원하는 공연이 평양에서 열렸다. 소고기는 얼마든지 먹었을 것 같은 북한 수뇌부와 평양 시민들은 남한 가수의 노래와 춤을 마음껏 즐겼다.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떨어진 아이들은 랠프를 대장으로 뽑고 저마다 역할을 맡지만, 잭이 멧돼지를 사냥하자 규칙은 무너진다. 봉화를 지키며 구조를 기다릴까, 눈앞의 고기를 먹을까? 아이들은 바비큐 파티를 선택한다. “춤을 춰, 춤을!” 잭이 명령한다. “짐승을 죽여라! 목을 따라! 피를 흘려라!” 잭의 고기를 먹은 아이들이 노래하고 춤춘다. 생존의 공포와 포만감이 뒤섞인 축제의 광기는 패거리 밖에 있던 아이를 죽음으로 내몬다.
야당은 평등을 최고 가치로 내세우면서도 노동자 단체와 민주화 유공자라는 특권층을 양산한다. 잭의 고기를 먹은 아이들처럼, 평양 거주를 허락받은 북한 상류층처럼 혜택을 받으면 은혜 입은 권력에 충성한다. 6·25 참전 용사는 외면하고 개인의 노력으로 쌓은 부와 성공도 부정하면서, 명단과 공적도 비밀인 민주 유공자와 가족에게 온갖 특혜를 주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출신 성분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는 정말 다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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