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고명은 적당히
서울에서 한국인 친구와 피자나 파스타를 먹을 때, 생각보다 피클을 많이 먹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지켜보니 한국인은 피클 같은 ‘곁들이 음식’을 일본인보다 많이 먹는 경향이 있었다. 한국은 반찬 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김치 대신 피클 같은 곁들이 음식을 찾는 게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는 카레를 먹을 때, 락교와 후쿠진즈케(절임 반찬)를 곁들여 먹는다. 한두 숟가락 정도만 곁들이면 충분하다. 일본에서는 정식, 우동, 소바 같은 음식을 먹을 때 단무지 두세 조각만 나와도 불평하지 않고, 리필도 잘 하지 않는다. 적게 먹는 게 적당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한국에 진출한 일본식 카레집은 락교와 후쿠진즈케 소비량이 일본보다 많아져서 재료값이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또, 일본어로 ‘야쿠미(薬味)’라고 불리는 ‘고명’도 한일 간에 개념이 살짝 다르다. 일본의 고명은 와사비, 다진 생강, 자른 파 등이다. 이런 고명은 메인 요리의 맛을 돋우는 게 주된 역할이다. 고명 역시 소량을 넣으면 된다. 반면 한국인은 스시집이나 소바집에서 일본인의 몇 배나 많은 와사비를 넣는 경우가 있다(물론 한국인뿐만 아니고 다른 외국인들도 그랬었다).
저렇게 많이 와사비를 넣으면, 요리의 맛을 못 느낄 텐데 싶어 적당량을 알려줄까 고민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와사비 같은 고명을 많이 넣으면 요리를 만든 셰프가 아쉬워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 현지에선 와사비 등 고명을 과하게 많이 넣지 않는 건 만든 사람에 대한 배려처럼 인식된다. 스시 셰프인 일본인 친구에게 ‘와사비를 더 많이 달라고 하는 손님을 어떻게 생각해?’라고 개인적으로 물어봤더니, ‘괜찮긴 하지만, 이 손님은 섬세한 맛까지는 느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고 했다. 참고로, 좋은 스시집에서 사용하는 천연 와사비는 향이 좋지만 의외로 맵지 않을 수도 있다. 혹시 맛을 맵게 조정한 분말 와사비(가공품)에 익숙한 사람이면, 천연 와사비가 맵지 않아 부족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좋은 스시집, 일식집에서 식사한다면, ‘고명은 적당히’를 유념하고 먹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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