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숙·김혜순·이성복… 바리오스 번역서상 후보
후보 12편 중 3편이 한국 작가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The National Book Critics Circle·NBCC)가 수여하는 올해 ‘바리오스 번역서상’ 1차 후보(롱리스트)에 영문판으로 번역된 한국 작가의 작품 세 편이 올랐다. 김금숙 그래픽노블 ‘나목’(The Naked Tree), 김혜순 시집 ‘날개 환상통’(Phantom Pain Wings), 이성복 시론집 ‘무한화서’(Indeterminate Inflorescence)다. 올해로 2회를 맞는 이 상은 영어로 번역 출판된 모든 장르의 문학을 대상으로 삼으며, 작가와 번역가 모두에게 상을 수여한다. 올해 1차 후보 12편에는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으로 쓰인 뒤 번역된 작품들이 올랐다. 한 언어에서 3편이 선정된 것은 한국어가 유일하다.
김금숙 그래픽노블 ‘나목’(2019)은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데뷔작 ‘나목’을 재해석한 작품. ‘만화계 오스카’로 불리는 미국 하비상 국제 도서 부문(2020)을 수상한 김금숙 작가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개인의 실존적 고민을 강렬한 그림체로 표현했다. ‘날개 환상통’(2019)은 김혜순의 열세 번째 시집으로, 올해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최고의 신작 시집 5권’에도 들며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무한화서’(2015)는 이성복 시인이 2002년에서 2015년까지 대학원 시 창작 수업 내용을 ‘아포리즘’(짧은 글) 형식으로 정리한 시론집이다. 세 편 모두 올해 영문판으로 번역 출간됐다.
한국 문단을 오랫동안 이끌어 온 작가들이 이처럼 해외에서 주목받는 데는 전문 번역가들의 주도적인 역할이 크다.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를 번역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른 안톤 허가 이성복의 ‘무한화서’ 번역을 맡았다. 샘플 번역, 미국 출판사 공모 등 모든 단계를 번역가가 주도했다고 한다. 한 작가와 오랫동안 교류하며, 그 작품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이들의 번역도 큰 역할을 했다. 김혜순의 ‘날개 환상통’을 번역한 최돈미 번역가는 한국계 미국인. 이미 김혜순 시인의 시집 번역으로 두 차례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받았고, 한국 시집 최초로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2019)을 받은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도 번역했다. 김금숙의 ‘나목’을 번역한 한국계 캐나다인 번역가 재닛 홍도 이번이 세 번째 김금숙 작품 번역이다.
수상자는 내년 3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NBCC 어워드에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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