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반달리즘

이은정 기자 2023. 12.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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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이탈리아 로마 문화유적 콜로세움을 방문한 한 남성이 열쇠를 이용해 콜로세움 벽면에 낙서를 했다.

이처럼 문화재나 예술품, 공공장소에 낙서를 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반달리즘(vandalism)'이라고 한다.

유럽인은 로마를 침공한 반달족을 문화파괴자이자 약탈자로 여겼다.

1966년 중국 마오쩌둥이 건물 공예 서적 등 역사·문화유적과 전통유산을 '구시대적 산물'로 간주하고 파괴한 문화대혁명도 반달리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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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이탈리아 로마 문화유적 콜로세움을 방문한 한 남성이 열쇠를 이용해 콜로세움 벽면에 낙서를 했다.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되자 이탈리아 국민은 공분했다. 그가 콜로세움에 새긴 것은 자신과 여자친구의 이름, 방문 날짜를 뜻하는 문구였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 8월에는 르네상스 문화 중심지인 이탈리아 피렌체 바사리 회랑도 검은색 스프레이로 낙서 테러를 당했다. 범인은 독일인 관광객 2명으로 이들에게는 낙서 제거 비용 1만 유로(약 1400만 원)가 벌금으로 부과됐다.


이처럼 문화재나 예술품, 공공장소에 낙서를 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반달리즘(vandalism)’이라고 한다. 이는 5세기 유럽 민족 대이동 때 북아프리카로 밀려난 고대 게르만족 일파 반달족이 로마를 무자비하게 파괴했다는 헛소문에서 유래됐다. 유럽인은 로마를 침공한 반달족을 문화파괴자이자 약탈자로 여겼다. 사실 그들은 로마 문화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잘 받아들였으며 문화재를 파괴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달리즘이 현재의 의미로 정착된 것은 프랑스대혁명 때다. 1794년 성직자인 앙리 그레구아르가 군중이 가톨릭교회의 건축물과 예술품을 파괴한 행위를 반달족의 로마 침략에 비유하면서 반달리즘이라는 용어가 퍼졌다.

반달리즘은 주로 전쟁이나 종교 갈등, 왕조 교체 같은 대격변기에 횡행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은 서로 상대 지역을 점령하면 건물이나 미술품을 모조리 파괴해 버렸다. 비잔티움 제국을 양분시킨 8~9세기 동방정교회의 성상파괴운동도 마찬가지다. 1966년 중국 마오쩌둥이 건물 공예 서적 등 역사·문화유적과 전통유산을 ‘구시대적 산물’로 간주하고 파괴한 문화대혁명도 반달리즘에 해당한다. 근대로 넘어오면서 반달리즘의 희생양은 주로 미술품이었다.

유네스코는 세계 각국 문화유산을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보존·전승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반달리즘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6일 경복궁 담벼락 40여 m가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됐다. 더 어이없는 건 문화재 당국이 복구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하루 만에 또 3m의 담장에 모방범죄로 추정되는 낙서테러가 일어난 것이다.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행위는 범죄다. 낙서범에 대해선 원상복구 비용 청구는 물론 엄벌에 처해야 한다. 경찰은 모방범죄를 막는 데도 주력해야 마땅하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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